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고한승 리더십 '벌써 13년째'

김윤화 2024. 10. 2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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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에피스, 역대 최대실적 달성
'리더십 정점' 속 연말 유임여부 결정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사장은 회사가 설립된 지난 2012년 초대 대표를 맡은 이래 13년째 대표직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올해 연말 그룹사 사장단 인사에서 유임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그래픽=비즈워치

지난 8월말 모 증권사에서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적을 빗댄 표현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누적 CMO(위탁생산) 수주실적은 2016년 31억달러(4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120억달러(16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올해는 더 늘었다. 이달까지 154억달러(21조2800억원)에 달했다.

흔들리지 않는 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공행진하는 실적뿐이 아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도 꽃을 피웠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조140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86% 오른 3631억원을 기록했다. 증가율만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웃돈다.

흔들리지 않는 건 또 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의 굳건한 리더십이다. 그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설립된 2012년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돼 13년간 대표직을 맡아오고 있다. 삼성그룹 내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다. 강산이 한 번 바뀌고도 남는 시간 동안 CEO 자리를 지켜왔다.

고 사장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유전공학 박사 출신으로 타깃퀘스트, 다이액스 등 미국 바이오업계를 거쳐 2000년 삼성종합기술원에 영입됐다. 그는 미국 바이오업계에서 쌓은 전문성을 살려 후발주자로 진입한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는데 힘을 쏟았다. 그 결과 현재까지 국내외 시장에서 총 9개의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했는데 이는 전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한 셀트리온(9개)과 같은 숫자다.

올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해외에서 '아일리아',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의 허가를 연달아 받으며 현재까지 총 3차례의 마일스톤(단계별 개발비)을 수취, 3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겼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모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24일 별도의 '보도참고자료'를 냈다. 역대 최대 실적을 낸 요인과 향후 계획을 담았다. 고 사장의 리더십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올해의 괄목할 행보는 13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는 고 사장의 리더십이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리더십의 정점'이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그는 한국바이오협회장으로 국내 바이오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업계의 목소리도 대변해왔다.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올 한 해 고 사장의 리더십에 흠집을 낸 사건·사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두 번 연속 행정처분을 받았다. 식약처의 승인을 받지 않고 임상시험용의약품의 사용기간을 변경해 공급한 사실이 적발되면서다. 지난 8월에는 임원회의에서 저연차 직원들의 업무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장기간 대표이사로 재임하면서 조직 안팎에선 혁신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신약개발 분야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경쟁사인 셀트리온과 비교해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7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다케다제약과 손잡고 급성췌장염 신약개발에 뛰어들었으나 2020년 임상 1상 시험이 끝난 뒤 진척이 없는 상태다. 그러다 지난해 연말 국내 신약개발사인 인투셀과 손잡고 ADC(항체약물접합체) 신약 연구개발에 뛰어들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내부적으로 상장 계획도 사실상 철회한 상태인데 신약개발 등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셀트리온과 대조적인 지점이기도 하다.

회사 내부에서는 장기간 대표가 바뀌지 않으면서 조직 문화가 경직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잡플래닛 등에서 전현직 직원들은 "CEO에게 혼나는 것을 두려워하며 점점 역동성이 떨어진다", "오로지 1명에 의해 모든 게 결정된다"는 등 현재의 조직문화와 의사결정 구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럼에도 고 사장이 실적 측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만큼 이르면 오는 11월 이뤄질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그의 유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제약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고 사장의 등기이사 임기는 2027년까지이나, 삼성그룹은 매년 11월~12월 초 계열사 사장단의 유임이나 교체여부를 발표해왔다. 

이와 관련한 물음에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그룹사 임원인사는 소관이 아닌 만큼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김윤화 (kyh9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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