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입법독주에 野 7박 8일 필리버스터…멈춰선 국회
법 왜곡죄 위헌성 내부지적에 與 지도부도 수정 고심
'공천 헌금' 강선우 체포동의안 가결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과 사법 3법(대법관 증원·법 왜곡죄·재판소원) 등 쟁점법안을 무더기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맞서 7박 8일간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에 나설 계획이다. 여야 갈등이 극단화하면서 한·미 관세협상 이행을 위한 대미 투자 특별법도 유탄을 맞을 우려가 커졌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공천헌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강선우 무소속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에 투표를 하고 있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4/Edaily/20260224195144488gzfr.jpg)
국민의힘은 여당의 입법 독주에 반발, 이번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다음 달 3일까지 모든 법안에 7박 8일 동안 필리버스터에 나설 계획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을 파괴하고, 헌법을 완전히 무력화하는 전체주의적 독재적인 행위, 즉각 중단해줄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두고 “시장 신뢰 회복” vs “기업이 알아서 할 일”
이날 상정된 법안 가운데 상법 개정안은 외국인투자제한업종을 제외한 모든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상장사는 자사주를 취득한 후 1년 안에 이를 소각해야 한다. 기존에 보유했던 자사주는 1년 반 안에 소각하도록 유예 기간을 뒀다. 다만 재무구조 개선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땐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을 승인받아 자사주를 계속 보유하거나 처분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은 자본시장을 선진화하고 증시를 부양한다는 명목으로 이 같은 상법 개정을 추진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유동성 부담을 가중하고 기업을 투기자본 공격에 취약하게 만든다고 비판한다. 이날도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낡은 관행을 바로잡아 무너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것”이라며 “특히 자사주 소각은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주당 순이익이 상승하는 실질적인 주주 가치 제고 효과를 발생시킨다”고 말했다. 반면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판단할 일 아니냐”며 “시장경제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의사결정까지도 법으로 다 (규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권이 국회 다수 의석을 점하는 만큼 상법 개정안은 25일 필리버스터 종결을 거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사법 3법을 두고선 여야 이견이 더욱 크다. 민주당은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고 사법권 남용을 견제한다며 대법원을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증원하고 법 왜곡죄(법리를 왜곡한 판·검사를 형사처벌하는 제도), 재판소원(법원 판결도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는 제도)을 도입하려 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가 사법 3법을 통해 사법부를 장악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자의적 적용 가능성 등 법 왜곡죄의 위헌성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면서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법안 수정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이날도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지도부에 법 왜곡죄 숙의를 요청했다. 당초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당 강경파 주도로 의결된 원안대로 법 왜곡죄를 처리하는 데 무게를 싣고 있었다
與, 4월까지 입법 드라이브 이어간다
이처럼 여야 관계가 격화하면서 국익이 걸린 대미 투자 특별법 처리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대미 투자 특별법 처리를 위한 국회 특위는 이날 법안을 상정하고자 했으나 국민의힘 소속 김상훈 위원장은 민주당의 쟁점법안 강행을 이유로 법안 상정 없이 회의를 산회했다. 대미 투자 특별법이 제때 입법하지 못하면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합의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가 적기에 이뤄지지 못하고 한·미 통상관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3~4월 매주 본회의를 열고 주요 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어서 여야 대치는 장기화할 우려가 크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필요하다면 상임위를 단독으로라도 개최하고 나아가 필리버스터 관련 국회법을 재개정해서라도 국민의힘의 민생 인질극을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는 김경 전 서울시의원으로부터 공천헌금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강선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찬성 164표, 반대 87표, 기권 3표, 무효 9표로 의결했다. 강 의원은 “1억은 제 정치 생명을, 제 인생을 걸 어떤 가치도 없다”며 결백을 호소했다. 그는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친정인 민주당 의석을 돌아다니며 민주당 의원들과 악수했지만 체포동의안 가결을 막지 못했다. 강 의원은 조만간 법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박종화 (bel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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