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손자 전우원, 광주 시민들 앞에서 공식 사죄(종합)

김태성 기자 최성국 기자 2023. 5. 27.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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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야제부터 부활제까지…항쟁 기간 모두 함께 해
"할아버지가 광주 시민 비참하게…진심으로 죄송하다"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가 27일 오후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 특설무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중항쟁 부활제에 참석해 광주시민에게 사죄의 말을 하고 있다. 2023.5.27/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광주=뉴스1) 김태성 최성국 기자 =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씨(27)가 27일 전씨일가 중 최초로 5·18민중항쟁 부활제에 참석해 수많은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할아버지의 죄를 사죄했다.

이날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5·18민중항쟁 부활제에 참석한 우원씨는 마이크를 잡고 "광주 시민분들께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가족들을 대표해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43년 전 우리나라 국민을 지켜야되는 국군들이 저의 할아버지에 의해 무고한 광주시민분들을 비참하게 돌아가시게 했다"며 "돌아가실줄 알고도 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온몸을 바친 분들과 모든 광주 시민들께 사죄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잘한 게 하나도 없다. 이때까지 미국에서 제 가족들의 죄를 알면서도 그대로 살아왔다"고 했다.

특히 우원씨는 "제가 여기 있음으로서 많은 분들이 저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저를 통해 한번 더 생각하고 기회가 됐으면 한다. 정말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가 28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5·18민중항쟁 부활제에 참석해 오월 영령 앞에 사죄하고 있다. ⓒ News1 김태성 기자

이를 지켜본 수백명의 시민들은 우원씨의 사죄에 박수를 보냈다. 민주광장을 지나가던 시민들도 머리 숙인 우원씨를 바라보며 박수를 보내는 모습을 보였다.

부활제는 5‧18민주화운동의 최후 항쟁일인 1980년 5월27일, 불의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킨 오월 영령들의 정신과 가치를 기리기 위한 행사로, 1984년부터 해마다 열고 있다.

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가 28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5·18민중항쟁 부활제에 참석해 오월 영령 앞에 엎드려 사죄하고 있다. ⓒ News1 김태성 기자

우원씨는 이날 부활제의 주요 행사인 재례에도 참석해 1980년 5월27일 마지막까지 전남도청을 지키다 산화한 시민군들에게 큰절을 2차례 올렸다.

전남도청에 산화한 시민군들은 전두환 신군부에 최후까지 맞서 싸우다 계엄군의 총격에 숨진 이들로, 전씨의 손자가 이들의 넋을 직접 기리는 것은 그 의미가 크다.

행사에 앞서서는 자신을 알아보는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거나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등 자연스럽게 어울려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우원씨에게 "어린 청년이 사죄와 진실 알리기에 너무 고생한다", "최근 사죄 행보를 응원한다" 등 응원과 격려 어린 목소리를 건넸다.

시민들은 전씨일가 비자금에 대한 진상 규명과 5·18민주화운동 알리기에 힘써달라며 거듭 당부했다.

우원씨의 사죄 행보는 이날이 4번째다.

우원씨는 지난 3월31일 처음으로 광주에 와 할아버지의 죄를 대신 사죄했다.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27)가 오월 영령에 참배하고 있다. 2023.3.31/뉴스1 ⓒ News1

당시 그는 5·18기념문화센터에서 피해자와의 만남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뒤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 도청 지킴이 어머니들과의 만남, 전일빌딩245 방문 등 일정을 소화했다.

두번째 방문인 지난 17일에는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추모식과 전야제 등 행사에 참석한 뒤, 18일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구 묘역) 참배와 5·18 최초 발원지 전남대학교 등을 둘러봤다. 또 19일에 오월어머니들이 출연하는 노래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지난 26일에 광주로 다시 내려온 우원씨는 5·18유족 김길자 여사 댁으로 향했다.

김길자 여사는 5·18 당시 고등학교 1학년생 시민군으로 항쟁에 뛰어들었다가 사망한 고(故)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다.

두 사람은 전우원씨가 처음 광주에 와 사죄했던 지난 3월31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리셉션홀에서 열린 '5·18유족, 피해자와의 만남' 행사에서 처음 만났다.

행사 당일 전우원씨와 함께 단상에 올라 "큰 용기를 낸 전우원씨에게 감사하다. 그동안 얼마나 두려웠을지,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통이 뒤따랐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그간 얽힌 실타래는 차분하게 풀어나가고, 5·18의 진실을 밝혀 화해의 길로 나아가자. 광주를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해달라"고 말한 분이 김 여사였다.

이날에는 전씨 일가 최초로 부활제에 참석하면서 사실상 올해 5·18민주화운동 추모 기간(18~27일)을 모두 함께 했다.

그는 28일에는 전남지역 주요 5·18사적지를 방문하고 29일에는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고 정동년 5·18기념재단 전 이사장의 묘역 등을 참배하며 3박4일간의 사죄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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