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화면을 보라. 한국을 참 좋아하는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가 인천 월미도 디스코팡팡이 이태리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놀이기구에 이태리산이라고 써있다. 이탈리아가 피자 파스타 축구의 나라인 건 알겠는데 뜬금없이 왠 놀이기구? “월미도 디스코팡팡 같은 국내 놀이기구들이 이태리산이라는데 맞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최경호 스타레저웍스 대표]
타가다(디스코팡팡)만 만드는 회사는 이런 곳이 (이탈리아에만 있지) 몇 군데가 안 돼요. 한 15년 이전에는 (놀이기구는) 거의 사실 이태리 걸 좀 썼긴 썼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국내 놀이기구 다수가 이태리산인 건 맞다.이탈리아가 이 분야에서 20세기부터 세계 최고 수출국이었기 때문. 하지만 요샌 적어도 국내에선 꼭 그렇진 않다는데, 이유는 영상 끝까지 보면 알 수 있다.

이태리산 놀이기구의 명성은 아주 오래 전부터 업계에 자자하다.2023년 이탈리아의 놀이기구 수출액은 2억6100만 유로, 우리돈 4145억원으로 세계 1위였다. 실제 유명 놀이공원에 문의를 해 봤다.

[경주월드 관계자(대역)]
전체 놀이기구 26개 중 11개가 이태리산이에요. 주로 소형 롤러코스터, 스윙라이드, 플랫라이드 종류요.

그럼 ‘왱’ 그렇게 된 걸까. 일단 첫째, 이탈리아 공업 자체가 ‘맞춤제작’에 특화되어 있고이게 놀이기구 산업과 딱 들어맞았다는 거다.

이탈리아는 중세부터 기술자를 우대하는 도시국가 체제가 일찍 자리잡아 대부분이 농노였던 다른 유럽과 달리 손기술만 있으면 중산층으로 살 수 있었다.이렇게 수공업 전통이 강한 이탈리아 공업은 ‘소규모 고품질 생산’, 즉 맞춤제작에 강한데.

잘 생각해보면 페라리, 마세라티 등 슈퍼카나 베레타 권총 등 고급무기류, 다들 아는 구찌 프라다 페라가모 등 이탈리아가 유명한 건 소규모로 생상하는 명품이다.

이런 공업 전통은 놀이기구 산업과 정확히 들어맞는데, 놀이기구는 대개 맞춤제작으로 하나씩 만든다.놀이공원 측이 원하는 기구의 크기나 격렬함이 다 다르고, 대량생산하기엔 덩치가 너무 크기 때문. 즉, 놀이기구도 일종의 맞춤제작 명품이라는 얘기.

둘째, 노하우를 쉽게 유출하지 않는 가족기업이 많단 점.

[한상철 한국외대 이탈리어학과 명예교수]
대부분이 가족기업이에요. 가족기업이라는 것은 기술 유출이 일단 안 되고요.

실제 이탈리아 놀이기구 업체들 자료를 보면 이렇게 가족 기업이란 걸 강조하기도 한다.

이런 문화를 장려하기 위해 나라에서 상속세를 매우 적게 매기기도.

물론 재벌 상속 문제가 심각한 한국이랑 비교할 문젠 아니다. 유명 이탈리아 놀이기구 기업들은 무려 20세기 초에 설립됐는데,오랫동안 가족을 통해 축적된 기술 덕에 이태리는 훌륭한 놀이기구 제작 노하우를 갖게된 것.

놀이기구 제작 시 노하우는 특히나 중요한데,특히 위험한 놀이기구는 조금만 잘못 설계해도 부상, 때로 사망까지 유발하기 때문. 실제 이태리산이 최고라는 디스코팡팡도 미국에선 안전기준을 충족 못해 금지됐을 정도로 위험도가 높다.

특히 이탈리아 제작사들이 강한 건 디스코팡팡 같은 중대형 규모 놀이기구라고. 또 동전 넣고 타는 이런 쪼그만 놀이기구도 많이 만든다.

대형 롤러코스터는 규모가 워낙 넘사라이탈리아보단 스위스나 미국 등 업체가 특화돼 있다.

취재하다 알게 된 건데, 세계적으로 이태리산이 잘 나가긴 하지만 최근 국내 상황은 좀 달라졌다고. 비싸고 품질좋은 이태리산 놀이기구가 값싼 중국산에 밀리고 있는 것.근데 중국산 놀이기구, 진짜 안전하긴 한 건가?

[최경호 스타레저웍스 대표]
정품 카피를 많이 한 거지. 메머드급 (놀이공원) 외에는 쉽게 말하면 다 말하자면 나머진 중국산이에요. 회전목마를 비교할게요 회전목마 중국산 24인승은 한 8000만원 정도 가고 이태리 걸로 본다면 한 4억 정도 가요, 4억.

물론 국내에서 중국산은 회전목마 같은 비교적 안전한 놀이기구에 한정해 구매하고 있긴 하다.

아까 말했듯 축적된 기술 노하우가 없는 격렬한 놀이기구는 대형사고를 낼 수 있기 때문인데,실제 자국 제품을 쓴 중국 놀이공원에선 이렇게 끔찍한 사고 소식이 종종 들린다. 물론 사고가 난 놀이기구 제작사가 다 공개된 건 아니지만, 대부분 중국산일 개연성이 큰 건 사실이다.

한국 사람들도 손기술 좋기론 소문났는데, 우리가 만들 순 없나.결론은 불가.결국 또 규제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국내법상 놀이기구를 두려면 유원지로 허가받은 용도지역을 확보해야 한다. 놀이기구를 만들면 일단 보관할 곳이 필요한데 요건 자체가 까다로우니 엄두를 못낸단 거다.

신나는 놀이기구에 숨어있는 이탈리아의 비밀. 앞으로 놀이동산에 가면 탑승 전에 놀이기구가 어디 나라 껀지 한번 슥 살펴보는 것도 재밌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