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에 치이고 경쟁에 밀려… 문 닫는 주유소

6월 기준 경남지역 1025곳 운영
2018년 1150곳 대비 10.8% 줄어
폐주유소 환경오염·사고 등 우려
도 “유관기관과 정비 강화할 것”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경남의 주유소가 매년 늘고 있다. 방치된 폐주유소는 환경 오염과 화재 등 사고 위험이 높아 행정당국의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22일 찾은 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동 한 주유소. 주유소는 패널 벽으로 둘러싸여져 있었으며, 한편에는 ‘주유소 휴업’이란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해당 주유소는 최근 몇 개월 전까지 영업했지만 현재는 사실상 폐업한 상황이다. 운영되던 세차 기계는 없었으며, 주유소 내부는 임대한 사무실 직원들 주차장으로 사용됐다. 이곳에서 불과 2㎞ 떨어진 주유소 두 곳도 폐업한 상황이었다.

22일 창원의 한 주유소에 휴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김승권 기자/

동마산IC 근처에 위치한 주유소 두 곳은 폐업한 지 오래됐는지 안전 펜스가 일부 무너져 가고 있었으며, 벽에는 광고 전단지가 여러 장 붙어 있었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도내에서 영업 중인 주유소는 총 1025곳으로 2018년(1150곳) 대비 10.8% 감소했다. 도내 주유소는 최근 6년간 매년 감소하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1135곳 △2020년 1117곳 △2021년 1090곳 △2022년 1065곳 △2023년 1044곳으로 집계됐다.

전국적으로 봤을 때도 2018년 주유소는 1만1750곳이 운영됐지만 현재(올해 6월)는 1만931곳으로 6.9% 감소했다.

이같이 매년 주유소 폐업이 늘어나는 주된 이유로 친환경 자동차 보급 증가도 한 몫 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마산회원구에서 주유소를 운영 중인 노모씨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가 늘면서 주유소 수요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또한 가격이 저렴한 알뜰주유소, 대형 주유소 경쟁이 심화하면서 자연스럽게 판매가 감소하고 마진이 줄어들고 있다”며 “마산 경우 최근 도로가 신설되고 회성동복합행정타운이 조성되면서 일부 주유소가 영향을 받아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인근 주유소 사장은 “전기차 보급 확대도 무시할 수 없다. 대다수 관공서가 전기차를 업무용으로 주로 사용한다”면서 “폐업해도 주유소 철거 비용이 최소 1~2억원은 든다. 폐주유소가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이유는 비싼 철거 비용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알뜰주유소나 일부 주유소는 운전자들이 많이 찾아 인산인해를 이룬다”면서도 “싼 가격을 맞추기 어려운 주유소는 손님이 뚝 떨어진 상황이다. 주유소 사장이 부자라는 거는 옛말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국토교통부의 ‘2023년 자동차 등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등록(누적) 친환경 자동차는 14만3766대로,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18년 2만4472대에 비해 6배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등록 자동차(194만3849대) 가운데 친환경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7.4%다.

문제는 폐업 후 방치된 주유소들이 사고 원인 및 도심 흉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전남 해남에서는 주민이 쓰레기를 소각하던 중 불이 인근 폐주유소에 쌓여 있던 폐목재로 번져 큰불이 나기도 했다.

이와 관해 경남도 관계자는 “현재 시군별로 폐주유소 현황을 취합하고 있다”며 “주유소가 폐업되면 소방서, 환경 담당 등 유관 기관에 통보해 관리가 되도록 하고 있다. 폐기름 때문에 토양오염 우려가 크니 관리가 철저히 이뤄지도록 정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박준혁 기자 pjhn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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