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경찰차 수백대 경광등 번쩍번쩍…베이징 대사관 밀집지역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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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7시께 중국 수도 베이징 도심에 위치한 르탄(日壇)공원 일대에 갑자기 경광등을 켠 경찰차가 대거 몰려들었다.
인근 마트 점원들은 도로를 점령한 경찰차를 보더니 "무슨 큰 사건이 일어난 거냐"라거나 "누구를 잡아가는 거냐"라는 등의 대화를 나눴다.
소셜미디어에는 르탄공원 뿐만 아니라 량마차오루, 야윈춘(亞運村), 쓰퉁차오(四通橋) 등 베이징 곳곳에 경찰차가 대거 출동했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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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29일 오후 7시께 중국 수도 베이징 도심에 위치한 르탄(日壇)공원 일대에 갑자기 경광등을 켠 경찰차가 대거 몰려들었다.
경찰차들은 순식간에 왕복 4차선에 불과한 공원 앞 도로는 물론 인근 골목까지 모두 점령했다.
대형버스부터 승합차, 순찰차 등 종류도 다양했고, 일반 경찰(公安)이 아닌 특수경찰(特警)이나 무장경찰(武警)이라고 쓰인 차량도 눈에 띄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차를 몰고 약 10분간 일대를 돌아보니, 주차된 경찰차가 어림잡아도 100대는 넘어 보였다.
여기에 경광등을 켜고 주변을 순찰하는 경찰차도 적지 않아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인근 주유소에 들러 왜 이렇게 경찰이 많은 거냐고 물으니, 직원은 르탄공원 주변에서 시위한다는 소문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조금 전 경찰에게 들은 얘기인데"라며 목소리를 낮추더니 "오늘 저녁에 경찰차 200대가 출동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량마차오루(亮馬橋路) 인근에서 27일 밤 시민 수백 명이 모여 우루무치 화재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며 강력한 코로나19 정책을 비난한 '백지 시위'가 이 지역에서 다시 열린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출동했다는 설명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 26∼27일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서 봉쇄 반대 시위가 벌어진 뒤 극도로 예민해진 상황이다.
전국 주요 도시에서 일제히 시위가 벌어진데다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 이후 33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거리에서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전면적인 반정부·반체제 운동은 아니지만, 당국으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톈안먼 광장에서 3.5㎞가량 떨어진 르탄공원 일대는 북한, 불가리아, 폴란드, 태국 등 각국 대사관은 물론 대형 쇼핑몰과 상업용 빌딩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량마차오루와 비슷한 지역이다.
하지만 이날은 영하 10도에 달하는 강추위와 코로나19 방역 강화에 따른 식당 내 식사 금지 등으로 인적이 드물었다.
또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도로의 차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럼에도 교차로 횡단보도와 골목마다 배치된 경찰관들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돌발 상황에 대비하며 주의를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대형버스 안에도 경찰관으로 보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인근 마트 점원들은 도로를 점령한 경찰차를 보더니 "무슨 큰 사건이 일어난 거냐"라거나 "누구를 잡아가는 거냐"라는 등의 대화를 나눴다.
중국 매체들이 시위에 대해 보도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찰이 왜 출동했는지 모르는 듯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르탄공원 뿐만 아니라 량마차오루, 야윈춘(亞運村), 쓰퉁차오(四通橋) 등 베이징 곳곳에 경찰차가 대거 출동했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당국이 공권력을 동원해 시위 차단에 나서면서 이날 베이징에서 별다른 시위는 발생하지 않았고, 경찰은 밤새 현장을 지키다 새벽에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전날에도 량마차오루와 쓰퉁차오 등 시위 예상 지역에 경찰력을 대거 투입해 검문 검색을 강화하는 등 철통 경계를 벌였다.
이날 저녁 텔레그램 오픈 채팅방에는 '오늘 밤 강아지를 산책시킬 테니 나가지 말라'(今晚遛狗别去)며 당국과 경찰을 조롱하는 표현이 네티즌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경찰을 강아지에 비유하며 시위한다는 소문을 내 경찰을 힘들게 할 것이니, 시위대는 움직이지 말라는 의미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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