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롯데리아, 멕시코 버거킹…맥도날드 왕좌 노리는 햄버거 강자들

세계인 입맛 사로잡은 맘스터치·버거킹·화라이스·롯데리아, 나라 별 선호 브랜드 천차만별
[사진=뉴시스]

빵과 빵 사이에 햄과 고기, 야채 등을 넣어서 만드는 ‘햄버거’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다. 비문명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거의 모든 나라에서 햄버거를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나라 별로 문화나 기호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덕분에 햄버거 하나로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오른 기업들도 여럿 존재한다. 저마다 각기 다른 개성과 맛을 앞세워 글로벌 소비자들을 공략한 결과다. 다만 같은 브랜드라 할지라도 문화나 기호의 차이로 인해 나라별 성과는 판이하게 갈리는 분위기다. 어디선 잘 팔리고 어디선 안 팔리는 식이다. 맥도날드, KFC, 버거킹 등 각 나라별로 가장 인기 있는 햄버거 브랜드는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판 파파이스’ 맘스터치 지배하는 사모펀드…본사 매입한 가맹점주가 키운 ‘버거킹’


한국에서 매장 수가 가장 많은 햄버거 브랜드는 맘스터치다. 지난해 국내 매장 수는 1416개로 타 브랜드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맘스터치를 운영하는 기업은 ‘맘스터치앤컴퍼니’다. 맘스터치앤컴퍼니의 최대주주는 사모펀드인 케이엘앤파트너스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한국에프앤비홀딩스다. 올해 9월 기준 한국에프앤비홀딩스는 맘스터치앤컴퍼니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 일본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맘스터치 매장 전경. [사진=맘스터치앤컴퍼니]

맘스터치앤컴퍼니의 모태는 창업주 정현식 전 회장이 설립한 해마로푸드서비스다. 해마로푸드서비스의 전신은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 파파이스와 독점계약을 맺으며 한국에 파파이스를 들여온 대한제당의 자회사 해마로다. 당시 대한제당은 해마로를 통해 파파이스와 유사한 국내 토종 패스트푸드점을 열기로 마음 먹고 외식 브랜드 맘스터치를 출시했다. 맘스터치는 초기에 미국 파파이스 본사로부터 조리법을 기술 이전받았다. 당시의 흔적은 현재 맘스터치 감자튀김 제품에 고스란히 묻어있다. 맘스터치의 감자튀김은 지금까지도 파파이스의 감자튀김과 맛이 거의 똑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맘스터치는 출시 초반 부진을 겪은 탓에 점차 회사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당시 해마로의 상무이사로 재직 중이던 정 전 회장은 적자를 모두 떠안는 조건으로 해마로를 인수했고 이후 사명을 해마로푸드서비스로 바꿨다. 해마로푸드서비스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줄곧 적자를 기록하다 이후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성비 햄버거’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실적 또한 흑자전환 했다. 이 때 정 전 회장은 돌연 회사를 매각했다. 2019년 사모펀드 케인엘파트너스에게 약 1973억원에 보유지분 대부분을 매각함과 동시에 경영권을 넘겼다. 2021년 케인엘파트너스는 사명을 지금의 맘스터치앤컴퍼니로 바꿨다.

현재 맘스터치앤컴퍼니를 이끌고 있는 수장은 김동전 대표다. 김 대표는 1977년생으로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 후 같은 대학 경제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일한 뒤 2015년 케인엘앤파트너스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21년 맘스터치앤컴퍼니 대표에 임명된 뒤 지금까지 회사 경영을 이끌고 있다.

▲ 김동전 맘스터치앤컴퍼니 대표(사진 왼쪽)과 조슈아 코브자 레스토랑 브랜즈 인터내셔널 CEO. [사진=맘스터치앤컴퍼니, 레스토랑 브랜즈 인터내셔널]

멕시코에서 가장 많은 매장을 보유한 햄버거 브랜드는 ‘와퍼’로 유명한 ‘버거킹’이다. 지난해 기준 버거킹은 멕시코 전역에 약 420여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버거킹은 대표 메뉴인 와퍼의 현지화 전략으로 멕시코 시장을 공략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멕시코 버거킹 매장에선 매운 고추를 활용한 와퍼 메뉴가 가장 인기가 많다.

버거킹의 모회사는 미국의 다국적 패스트푸드 지주회사 ‘레스토랑 브랜즈 인터내셔널’이다. 이 회사는 미국의 버거킹과 캐나다의 최고 프랜차이즈라 불리는 팀 홀튼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지난 6월 기준 최대주주는 미국계 투자자문사인 ‘캐피탈 리서치 앤 매니저먼트’(13.43%)다. 버거킹의 역사는 1953년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키스 크레이머가 오픈한 인스타버거킹이라는 매장이 시초다. 인스타버거킹은 뛰어난 맛으로 지역의 인기 식당으로 거듭났고 이후 미국 곳곳에 체인점을 내면서 기업형 식당으로 발돋움했다.

이 때 버거킹의 성장을 눈여겨 본 두 청년이 있었다. 패스트푸드 사업을 준비하던 뉴욕 코넬대 호텔경영학과 재학생 제임스 메클러모어와 데이비드 에저턴이다. 두 사람은 1954년 마이애미에 인스타버거킹 가맹점을 개설한 후 마이애미 각지에 가맹점을 추가로 열었다. 비슷한 시기 플로리다의 원조 인스타버거킹은 심각한 경영 악화로 도산 위기에 처했고 결국 두 사람은 인스타버거킹 본사를 인수했다. 가맹점주가 가맹본부를 인수한 것이다. 본사 인수 후 그들은 브랜드명을 지금의 버거킹으로 바꿨다.

▲ 서울 시내에 위치한 버거킹 메장 전경. [사진=뉴시스]

미국을 대표하는 햄버거 브랜드로 거듭난 버거킹은 미국 거대 제빵업체인 필즈버리 컴퍼니를 거쳐 2010년 미국 사모펀드 3G 캐피탈에 재매각됐다. 이후 캐나다 프랜차이즈 팀 홀튼과 합병된 뒤 ‘레스토랑 브랜즈 인터내셔널’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현재 레스토랑 브랜즈 인터내셔널을 이끌고 있는 수장은 ‘조슈아 코브자(Joshua Kobza)’ CEO다. 1987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태어난 그는 하버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는 하버드 대학 우등 졸업생으로 대학 때부터 남다른 능력을 선보였다. 그의 첫 회사는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는 사모펀드인 SIP Capital이다. 이후 뉴욕의 사모펀드 회사 블랙스톤 그룹을 거친 뒤 2012년 버거킹의 글로벌 재무 담당 부사장에 발탁됐다. 이후 ▲버거킹 본사 전무 ▲버거킹 본사 최고재무책임자(CFO) ▲레스토랑 브랜즈 인터내셔널 CFO ▲레스토랑 브랜즈 인터내셔널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을 거쳐 지난해 CEO에 올랐다.

원조 넘어선 중국산 짝퉁 KFC ‘화라이스’…베트남서 인기 폭발한 K-버거 자존심 ‘롯데리아’

중국에서 매장 수가 가장 많은 햄버거 브랜드는 중국 토종 햄버거 전문점 ‘화라이스(华莱士)’다. 지난해 기준 화라이스는 중국 전역에 2만 여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화라이스는 미국의 글로벌 치킨·햄버거 브랜드 KFC와 메뉴가 거의 흡사해 ‘짝퉁 KFC’라 불리기도 한다. 화라이스는 KFC에 비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중국 내 중소도시를 공략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화라이스는 2001년 푸젠성 출신의 화화이위(华怀余)와 화화이칭(华怀庆) 형제가 설립했다. 형 화화이위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다양한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동생 화화이칭은 화라이스를 창업하기 전까지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8년간 직장 생활을 했는데도 돈이 모이지 않자 형제는 함께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는데 그 때 두 사람의 시선에 들어온 게 KFC였다.

▲ 화라이스 창업주 화씨 형제의 형 화화이와와 동생 화화이칭. [사진=바이두]

화씨 형제의 형 화화이위는 1968년 원저우 창난의 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님은 약 2년 후 동생 화화이칭을 낳았다. 화화이위는 고등학교를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곧바로 노점을 차려 넥타이, 가죽신 등을 팔며 사업을 시작했다. 반면 그의 동생 화화이칭은 원저우대학에 입학해 졸업 후 8년 동안 회계사로 경력을 이어나갔다. 당시 중국은 맥도날드, KFC 등 중국 전역에 미국 패스트푸드 붐이 일어나고 있었다. 형 화화이위는 동생에게 패스트푸드 사업을 제안했다. 두 사람은 2001년 푸저우 사범대학교 앞에 화라이스 첫 매장을 열었다.

화라이스가 등장하기 전만해도 KFC는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햄버거 브랜드였다. 미국 기업인 KFC는 중국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할 때 아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중국인들의 특성을 반영해 중국 매장에서만 판매되는 아침 메뉴를 제공했다. 당시 KFC는 중국인들이 즐겨먹는 죽에 자신들의 치킨 제품을 결합시켜 닭죽을 선보였다. 또한 빵(유타오), 두유(더우장) 등 중국인이 아침으로 즐겨 먹는 메뉴를 함께 판매했다. 그 결과 KFC는 2000년대 초반 중국에서 가장 많은 매장을 보유한 햄버거 브랜드가 됐다.

KFC의 성공 과정을 눈여겨 본 화씨 형제는 농촌과 소도시를 기점으로 KFC의 상품을 거의 똑같이 모방한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화씨 형제는 KFC에서 사용하는 고가의 상업용 수입 오븐을 자국 생산의 가정용 오븐으로 변경하는 등 경비 절감을 통해 음식 가격을 대폭 낮췄다. 또한 매장 확장 과정에서 신입 점원을 훈련시켜 특정 지역 매니저로 직급을 올리는 등 내부 인력 효율화를 통해 점포수를 늘려나갔다. 그 결과, 현재 화라이스는 원조 KFC를 꺾고 중국에서 가장 많은 매장을 보유한 기업이 됐다.

한국은 현재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베트남에 투자한 세계 146개 국가 중 가장 많은 금액(원화 약 120조원)을 투자했다. 덕분에 베트남 내에서 한국 기업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당장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만 봐도 그렇다. 현재 베트남에서 가장 매장 수가 많은 햄버거 매장은 대한민국 최초의 햄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 ‘롯데리아’다. 지난달 기준 베트남에서 운영 중인 롯데리아의 매장은 총 247곳으로 2위인 KFC(218개)보다 약 30곳 가량 많다.

▲ 롯데리아 베트남 현지 매장 전경. [사진=롯데GRS]

롯데리아는 경제개방이 뒤늦게 이뤄진 베트남의 특성상 서구 음식인 햄버거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 소비자들을 위해 베트남 사람들의 주식인 ‘쌀 메뉴’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웠다. 롯데리아 ‘스테디셀러’ 메뉴인 불고기버거, 새우버거 등도 판매 중이긴 하지만 베트남 현지 판매율 1위 제품은 치킨과 밥으로 구성된 정식 메뉴다. 롯데리아는 쟁반에다 쌀밥과 고기류, 야채 등을 담아서 제공하는 정식 메뉴를 개발해 현지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롯데리아는 롯데그룹의 자회사 롯데GRS에서 운영하는 햄버거 브랜드다. 롯데GRS는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커피 등의 프랜차이즈사업을 담당하는 롯데그룹 외식사업 계열사다. 20일 기준 최대주주는 롯데지주(54.44%)다. 롯데지주의 최대주주는 신동빈 회장(13%)이다. 신 회장은 1955년 일본에서 태어났다. 아오야마가쿠인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한 후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MBA 과정을 이수했다. 1981년부터 1988년까지 일본 노무라 증권에서 근무한 뒤 1988년 4월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했다. 이후 ▲호남석유화학 상무 ▲롯데그룹 부회장 ▲롯데닷컴 대표이사 등을 거쳐 2011년 그룹 회장 자리에 올라섰다.

현재 롯데GRS를 이끌고 있는 수장은 차우철 대표다. 차 대표는 1968년생으로 휘문고, 경희대 식품가공학과를 졸업한 후 1992년 롯데제과에 입사했다. 32년째 롯데그룹에서만 몸담아 온 원조 롯데맨이다. 그는 2004년 롯데그룹 정책본부를 거쳐 2017년 롯데지주 경영개선1팀장을 맡았다. 이후 2020년 롯데GRS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 지금까지 회사 경영을 이끌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외식사업의 해외 진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화 전략으로, 본사가 가지고 있는 시그니처 메뉴를 전면에 내세우고 사이드 메뉴를 현지화 제품으로 선보이게 되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햄버거라 할지라도 브랜드별로 맛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특정 나라의 입맛에 맞는 브랜드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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