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심심해서 장난인데’…흉기난동·살인 예고 글

시민 공포의 대상 ‘무분별 범행 암시’
작년 8월 119명 검거… “단순 장난”
테러에 준하는 처벌 등 방지책 필요

지난해 8월3일 성남 분당구에서 발생한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과 관련 경찰이 현장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경기일보DB

 

‘야탑역 흉기난동’ 예고 글로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살인을 예고하는 글이 온라인 상에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익명이 보장된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무분별하게 범행을 암시하는 글이 끊이지 않으면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서현역 흉기난동 이후 같은해 8월4일부터 25일까지 특별치안활동 기간 동안 경찰이 적발한 흉기난동과 실인 예고 글은 315건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작성자 119명이 검거됐다.

경찰의 수사 끝에 잡힌 흉기난동 작성자들은 글을 게시한 이유가 ‘장난’이라고 했다. 지난 18일 ‘야탑역 흉기난동 예고’ 글 이전에도 온라인상에는 흉기난동 글이 난무했다. 특히 트위터 등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SNS와 익명이 보장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오늘 칼부림 ㄱㄱ?’, ‘칼부림하고 싶다. 오늘 칼부림 할 사람’ 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온라인 상에서 무분별하게 살인 예고 글이 올라오면서 시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더욱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현장에 경찰이 배치되는 등 불필요한 공권력까지 낭비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처럼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이들에 대한 처벌은 미미하다. 수사기관은 살인 예고 글이 쏟아질 당시 '살인예비죄' 적용까지 검토한다고 했지만 대부분 협박이나 공무집행방해 혐의 적용에 그쳤다.

지난해 서현역 흉기난동 이후 온라인 사이트 게시판에 흉기 사진과 함께 '서현역 금요일 20명 찌르러 간다'는 글을 올린 30대 여성은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실장은 “현재 살인 예고 글들을 처벌하기 위해선 범인과 예고 대상이 특정돼야 한다. 단지 살인에 대한 예비음모로 처벌하긴 힘든 상황”이라며 “시민들의 불안감이 이전보다 높아졌기에 테러에 준하는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등 방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
김한울 기자 dahan810@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