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흥행 신기록을 세우는 영화들이 나올 때마다 꼭 다시 소환되는 작품이 있다. 바로 2001년 개봉한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다. 유오성, 장동건, 서태화, 정운택이 호흡을 맞춘 이 작품은 당시 전국 관객 800만 명을 모으며 말 그대로 극장가를 뒤집어놨다. 봉준호 감독은 과거 “그때 800만이면 지금의 1700만과 비슷하다”며 이 영화의 흥행력을 높게 본 바 있다.

지금이야 천만 영화가 심심치 않게 나오지만, <친구>가 등장했던 2001년은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멀티플렉스가 지금처럼 촘촘하게 깔려 있던 시절도 아니었고,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이 정도로 대중적인 흥행을 거두는 일도 흔치 않았다. 게다가 개봉 시기도 비수기인 3월이었다. 그런데도 <친구>는 개봉 80일 만에 8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 흥행사의 판을 새로 짰다. 최단 기간 100만, 600만 돌파는 물론이고 한국 영화 최초 700만, 800만 돌파 기록까지 세웠다. 한마디로 당대 기록을 싹 갈아치운 셈이다.

영화의 힘은 단순히 ‘조폭 영화’라는 장르에 있지 않았다. 부산을 배경으로 자란 네 친구 준석, 동수, 상택, 중호의 우정과 엇갈림, 그리고 끝내 파국으로 치닫는 관계가 관객들의 마음을 제대로 건드렸다. 특히 장동건이 연기한 동수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캐릭터다. “니가 가라, 하와이”는 세월이 한참 흘렀는데도 여전히 패러디되고, “마이 무따 아이가, 고마해라” 같은 대사도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거의 전설처럼 남아 있다.

흥행 규모도 대단했지만 파급력은 더 컸다. 한국은행은 당시 영화 <친구>가 한국 경제에 미친 효과를 1522억 원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영화 한 편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사회적, 경제적 파장까지 남긴 대표 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그만큼 <친구>는 그 시절 한국 사회 전체를 흔든 콘텐츠였다.

다만 <친구>의 성공은 뜻밖의 후폭풍도 남겼다. 영화가 엄청난 흥행을 기록한 뒤 한국 영화계에는 이른바 ‘조폭물 붐’이 불기 시작했다. 하지만 <친구>처럼 인물의 감정과 관계를 섬세하게 풀어낸 작품이 아니라, 겉모습만 흉내 낸 3류 조폭 영화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의리와 폭력을 어설프게 포장한 작품들이 범람하면서 오히려 한국 영화의 이미지가 가벼워졌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다시 말해 <친구>는 잘 만든 영화였지만, 그 성공을 잘못 따라간 작품들이 시장을 흐린 셈이다.

캐스팅 비화도 꽤 흥미롭다. 장동건의 인생 캐릭터로 남은 동수 역은 원래 정준호에게 먼저 제안됐다고 한다. 정준호도 출연 쪽으로 마음을 굳혔지만, 친한 형인 신현준이 “너한테 악역은 안 어울린다”고 말리면서 결국 고사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후 장동건이 이 역할을 맡게 됐고, 영화는 대흥행했다. 훗날 정준호가 이 일화를 털어놓으며 아쉬움을 드러낸 것도 괜히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돌이켜보면 <친구>는 그냥 잘된 영화가 아니다. 그 시대의 공기, 우정과 파국, 이에 따른 비극적인 감정선까지 묘하게 살아 있었던 작품이다. 그래서 관객도 움직였고, 기록도 따라왔다.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이 영화가 여전히 ‘레전드’로 불리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 감독
-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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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점
나우무비 에디터 김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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