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 '보통의 가족'으로 찾은 신선함[TF인터뷰]
도덕적이고 자상한 소아과 의사 재규 役 맡아 열연
"제가 현실에 발 딛고 있는 인물을 연기하는 게 새로웠어요"
장동건은 지난 16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으로 6년 만에 관객들과 만난다. 그는 개봉을 앞둔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과거 불거졌던 사생활 논란에 관한 심경부터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까지 전했다.
이날 장동건은 취재진의 질문을 듣기 전에 자신이 준비해 온 말을 먼저 꺼냈다. 그는 "너무 오랜만에 뵙는 거라 긴장이 많이 됐어요. 영화에 관한 궁금증도 많겠지만 저의 개인사도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요"라며 "원론적인 말을 드리자면 영화가 저 혼자만의 것은 아니니까 혹시라도 영향을 끼칠까 조심스러운 마음이 있어요. 이를 헤아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당부했다.
작품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다. 네덜란드 인기 작가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를 원작으로 하며 영화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등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장동건은 도덕적이고 자상한 소아과 의사 재규로 분해 '창궐'(2018) 이후 6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그가 '보통의 가족'에 끌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대본을 받았던 때를 회상한 장동건은 "그동안 제가 현실과 떨어져 있는 캐릭터를 많이 했더라고요. 현실에 발 딛고 살아가는 인물을 연기하는 게 신선했어요"라며 "자식을 키우다 보니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고요. 허진호 감독님과 함께하면 재밌는 작품이 나오겠다는 생각도 있었어요"라고 작품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극 중 재규는 원리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명예와 관련된 일에는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이다. 사람을 살리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며 이와 관련된 굳은 가치관을 지닌 그는 자식의 충격적인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된다.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며 살인자의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 재완(설경구 분)과 전혀 다른 태도로 사건을 대하다가 갑자기 급변하며 충격적인 결말을 가져온다.
이를 연기한 장동건은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다'라는 선입견이나 이미지가 있잖아요. 평소 들여다보지 않았던 지금까지 내가 했던 선택들이나 가치관이 형성되는 과정 등 모든 것을 다 생각하게 됐어요"라며 "재규의 사회적인 이미지 내면에 똑같은 본성이 있겠죠. 이를 선택의 순간에 갑자기 꺼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선택했던 것 같아요. 자식의 범죄라는 사건을 통해 조금씩 드러나는 거고요. 재규는 처음부터 자식을 지키려는 마음이 컸던 사람인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현실에 발 딛고 있는 캐릭터를 만난 만큼, 장동건은 지금까지와 다른 방법으로 인물에 접근했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보여주고 싶지 않은 감정들이 있잖아요. 지질함이나 비겁함 등이 제 마음속에도 있거든요. 이전에는 외부에서 찾아서 캐릭터를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제 안에서 꺼내는 작업을 했죠"라며 "'보통의 가족'을 찍으면서 예전과 달라졌다고 스스로 느낀 게 있는데요. 저 자신에 관한 새로움이 생겨난 것 같아요"라고 확신했다.
"예전에는 점심 먹을 때까지 한 테이크도 안 들어가고 말만 시켰을 때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과거에 비해 시간이 단축된 건 있었어요. 요즘은 시간도 정확하게 지켜야 하잖아요. 이게 감독으로서 중요한 역량이기도 하니까요. 발전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가 불편해하는 건 절대 화면에 담지 않으려고 하세요. 배우의 입장에서 조력자 같은 느낌이랄까요. 허 감독님의 작품들을 보면 캐스팅 라인업이 정말 좋잖아요. 배우로서 같이 일하고 싶은 감독님이시죠."
또한 장동건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연기 호흡을 맞춘 설경구도 언급했다. 사적으로 알고 지낸 지 오래됐지만 한 작품에 함께 이름을 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이에 그는 "교류가 많은 건 아니었어요. 저는 스크린을 통해서 설경구라는 배우의 존재를 알았는데 세고 거칠 것 같은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되게 다정다감하고 알고 보면 연약한 형이었어요. 이번에 함께하게 돼서 되게 좋았어요. 작업하면서 의지가 됐고 연기하면서 많이 배웠죠"라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작품은 '만약에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되뇌게 만든다. 자식이 있는 부모라면 정답이 명확한 상황이지만 이를 실행하는 것이 가장 어렵기에 도덕적 딜레마에 빠질 것.
실제로 배우들끼리도 해당 질문에 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다는 장동건은 "세 번의 식사 장면을 정말 오래 찍었어요. 그래서 틈나면 사적인 이야기도 나눴는데요 아무래도 다들 아이를 키우는 부모였으니까 육아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눴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라면 어떡할까?'라는 이야기도 많이 했는데 정답이 분명하지만 대답을 잘 못 하겠더라고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보통의 가족'으로 6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게 된 장동건은 비교적 짧은 텀을 갖고 다음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그는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태국에서 촬영한 '열대야'로 내년에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제가 원래 다작하지 않았었고 코로나19도 있었고요. 선보여지는 플랫폼이 예전과 달라진 만큼 관심을 갖고 찾아보지 않으면 잘 안 보이는 세상이 됐잖아요"라며 "6년 만의 영화지만 그사이에 '아라문의 검'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적극적으로 찾아보지 않으면 안 보이니까 망해도 망한지 모르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공백기가 더 긴 것처럼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1992년 MBC '우리들의 천국'으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장동건은 벌써 데뷔한 지 32년 차가 됐다. 하지만 '친구'(2001) '태극기 휘날리며'(2004) 이후 스크린에서 이렇다 할 대표작을 남기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를 잘 알고 있던 장동건은 "제가 안 했던 결이라 새로운 느낌이 들어서 하고 싶었던 욕망이 있던 작품이었어요. 제가 연기하는 걸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고요. 저의 인생작이 되지 않아도 영화를 좋게 봐주신 것 같아서 기대하는 마음은 있어요"라며 "리메이크가 되면서 아이들의 입시 문화가 새롭게 더해진 걸로 알고 있어요. 제가 출연하긴 했지만 어떻게 보면 원작이 주는 메시지를 잘 살린 것 같아요"라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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