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추천 책] 인종 서열은 ‘발명’되었다

이상원 기자 2022. 12. 13.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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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인종은 낯선 화두다.

이 책은 인종 서열의 가장 높은 자리에 있던 '백인'이, 비과학적인 방식으로 '발명'되었음을 고증한다.

조지 모턴은 고대 이집트인의 두개골 형태가 "현대의 백인" 것과 같다고 선언했고, "히브리인"을 인종 서열의 밑바닥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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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의 역사〉
넬 어빈 페인터 지음
조행복 옮김
해리북스 펴냄

한국에서 인종은 낯선 화두다. 비무장 상태에서 경찰에게 살해된 미국인 35%가 흑인이라는 통계도 크게 와닿지 않는다(흑인은 미국 인구의 약 13%다). 해외 팬들이 한국 연예인의 ‘미백 화장’을 ‘화이트 워싱’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서구권에서 인종은 뜨거운 주제다. 어떤 곳에서는 인종‘차별’뿐만 아니라 인종에 대한 언급 자체가 금기시된다. 학문적으로 인종에 따라 인간을 분류하는 방식은 폐기됐다. 인종이 생물학과 정치 이데올로기의 한 자리를 차지한 때에 빚어진 결과는 참혹했다. 이 책은 인종 서열의 가장 높은 자리에 있던 ‘백인’이, 비과학적인 방식으로 ‘발명’되었음을 고증한다.

프로이센 출신 요한 요아힘 빙켈만(1717~1768)은 서양미술사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고대 그리스 석고상이야말로 보편적 미의 전형이라고 봤다. 빙켈만이 보기에, 석고상의 외양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흰 피부였다. 그는 그리스인들이 흰색을 선호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조각상에 색을 입히지 않았다고 봤다. 그러나 사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어두운 대리석도 썼고, 채색한 작품도 흔했다. 잘못된 사실에 근거한 빙켈만의 미학을 좇은 서유럽인들은, 20세기 초까지도 고대 그리스 작품을 흰색으로 ‘세척’했다.

19세기 미국 인류학자들은 제 조상을 이집트에서 찾았다. 조지 모턴은 고대 이집트인의 두개골 형태가 “현대의 백인” 것과 같다고 선언했고, “히브리인”을 인종 서열의 밑바닥에 놓았다. 저자는 이 주장이 널리 받아들여진 이유가 당대 국가들의 부와 세력에 있다고 봤다. “인종적 위계질서는 가난하고 무력한 자를 밑에 두고 부유하고 강력한 자를 맨 위에 올려 놓았다. (…) 이는 종종 아프리카인 노예제를 옹호하는 핑계로 바뀌었다.” 인종주의의 유서 깊은 ‘동기’를 풍부한 사례로 살필 수 있는 책.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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