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반복되는 산재]② “누가 죄인인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촉각

이달 19일 오전3시 SPC삼립 시화생산센터에서 50대 근로자가 작업 중 끼임 사고로 사망했다. 2022년 10월 이후 SPC그룹의 사망 사고로는 세 번째, 부상을 포함하면 여덟 번째다. 그룹의 안전경영 선포는 반복된 사고로 공허한 외침이 됐다.

최근 SPC삼립 시화생산센터에서 발생한 끼임 사고 당시 공장 측의 안전수칙 미준수 정황이 드러나는 가운데 여론은 경영진 처벌이 가능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앞서 2번의 계열사 사망 사고에서는 대표이사까지만 책임자로 분류돼 징역형이 구형되거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고, 그룹의 정점에 있는 오너가는 매번 처벌에서 자유로웠다. 지배력 행사와 이윤추구에서는 가장 앞서 있고 중대재해 심판에서는 맨 마지막에 자리한 ‘선택적 총수’가 아니냐는 날 선 비판은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22일 경기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크림빵 생산라인의 냉각 컨베이어벨트에서 윤활 작업을 하던 A 씨의 상반신이 컨베이어에 끼이면서 발생했다. 벨트는 설치된 지 30년이 넘은 노후설비라고 전해진다. 기계 바깥쪽에 별도로 장착된 주입구에 근로자가 윤활유를 넣으면 내부 자동살포장비가 벨트의 체인 부위에 이를 뿌리는 방식으로 작동되지만, A 씨는 자동살포장비가 있는 데도 기계 내부로 들어가 수동으로 윤활유를 붓던 중 사고를 당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일 부검 실시 이후 머리·몸통 등 다발성골절로 인한 사망이라는 구두소견을 냈다.

당시 기계가 작동 중이었다는 점은 사전에 공장 측의 사고예방 의무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경찰 역시 사업장의 안전수칙 미준수로 사고를 막지 못했다고 간주하고 있다. 근로자의 수동작업이 필요했다면 기계 작동이 멈춰 있었어야 했다는 판단이다.

사업 단위 아닌 경영진에 책임 묻는 중처법

사고가 발생한 SPC삼립 시흥공장의 기계 /사진 제공 = 시흥 소방서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조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법에는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전에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이행 등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기업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정해져 있다.

현장소장 등 사업장 수준에서의 관리의무를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과 달리 중처법은 경영진에게 의무를 부과해 처벌 대상을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앞선 사고에서는 최종 책임경영진이 대표이사 선에서 마무리됐다. 2022년 SPC그룹 계열사 SPL의 강동석 전 대표가 그 예다. 2023년 또 다른 계열사 샤니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이강섭 전 대표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노동계는 이번만큼은 총수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총수는 지주사 격인 파리크라상의 최대주주로 SPC삼립을 비롯한 계열사를 간접지배한다. 오너이자 그룹 통치자의 지위를 가진 만큼 산업재해의 책임주체 역시 총수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21일 시화공장을 방문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은 "그룹 총수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단체도 팔을 걷어붙였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20일 “사고 당시 공장이 ‘풀가동’할 때 컨베이어벨트가 삐걱거려 몸을 깊숙이 넣은 상태에서 윤활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를 고려하면 이번 사고는 예견된 것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비판했다.

사고가 난 시화공장은 2교대 생산직 모집 때 한 번에 20명이나 뽑을 정도의 큰 사업장으로 법 적용 기준인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 기준을 충족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공장의 생산액은 지난해 SPC삼립의 연결기준 매출 중 12.5%(4300억원)를 차지한다.

솜방망이 처벌과 실효성 논란...커지는 의구심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 전경 /사진 제공=SPC그룹

다만 그간 중처법을 둘러싸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과 실효성 논란이 불거진 점을 미뤄볼 때 총수의 법적 책임을 묻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고용부에 따르면 2022년 1월 법 시행 이후 지난해 말까지 3년간 경영책임자의 유죄가 확정된 사례는 15건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1건(집행유예 14건)에 그쳤다.

소극적인 처벌 대상과 수위는 법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올해 초 낸 보고서에서 중처법의 엄벌 취지에도 불구하고 법률 제정이 산업현장의 중대재해 감소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자료에 따르면 중처법 제정 이전에도 사망 사고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으며, 법 시행 전후를 비교하면 2021년 248명에서 2023년 244명 수준으로 사고 사망자 감소 효과가 매우 미미하다고 협회는 진단했다.

이번 사고에서 총수의 처벌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반복적‘이라는 속성 때문이다. 2022년 중처법 시행 이후 3년반이 흐르는 동안 3명의 근로자가 각기 다른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들의 소속은 각각이었지만 뿌리는 같았다. 사고 책임자가 그룹 차원이 아니라면 누구겠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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