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을 보고 돌아오면 가장 먼저 냉장고 안쪽으로 밀어 넣는 식품이 있습니다. 찌개에 조금 사용한 뒤 남겨 두었다가 며칠 후 시큼한 냄새가 나면 통째로 버리기 일쑤입니다. 부드러운 상태로만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식품은 얼렸다 녹이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합니다. 쫄깃해진 조직이 양념을 깊숙이 머금어 고기 대신 활용하기도 쉬워집니다. 그 뜻밖의 음식은 바로 두부입니다.

두부를 냉동하면 내부의 물이 얼음 결정으로 변하면서 촘촘했던 조직 사이를 밀어냅니다. 다시 녹이면 물이 빠져나간 자리에 작은 구멍이 남아 스펀지처럼 단단하고 쫄깃한 식감이 생깁니다. 이 과정에서 같은 크기를 비교하면 수분이 줄어 단백질이 더 농축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냉동만으로 두부 한 모의 단백질이 몇 배 새롭게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식품의약국도 냉동 과정에서 식품의 단백질 가치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해동한 두부를 씹어 삼키면 콩 단백질은 위와 작은창자에서 아미노산 단위로 잘게 나뉩니다. 흡수된 아미노산은 혈액을 따라 이동하며 근육과 피부, 효소를 유지하는 재료로 사용됩니다. 특히 식사량이 줄어든 중장년층은 아침을 빵과 커피로 끝내기보다 두부·생선·계란·콩류 같은 단백질 식품을 끼니마다 나누어 먹는 편이 좋습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도 노년기 근육 유지를 위해 해산물과 콩류, 강화 콩 식품 등 다양한 단백질원을 하루 동안 섭취하도록 권합니다. 얼린 두부의 진짜 가치는 영양소가 폭발적으로 증가해서가 아니라, 씹는 맛과 활용도가 높아져 단백질 반찬으로 자주 먹기 쉬워진다는 데 있습니다.

냉동할 때는 포장을 뜯지 않은 두부라면 그대로 넣거나, 남은 두부는 물기를 닦아 한 끼 분량으로 잘라 밀폐해야 합니다.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조각 사이를 띄워 먼저 얼린 뒤 냉동용기에 옮기면 필요한 만큼 꺼내기 쉽습니다. 먹기 전에는 냉장실에서 천천히 녹이고 손바닥 사이로 가볍게 눌러 물을 빼십시오. 국물 요리와 조림에 넣으면 구멍 사이로 양념이 스며들어 고기를 많이 넣지 않아도 씹는 맛이 살아납니다. 식품은 신선할 때 얼릴수록 해동 후 맛과 품질을 지키기 좋으며, 냉동실은 영하 18도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두부를 얼렸다고 유통기한이 무한정 늘어나거나 상한 식품이 다시 안전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시큼한 냄새가 나고 표면이 끈적거리거나 포장이 부풀었다면 냉동하지 말고 버려야 합니다. 해동한 두부는 다시 얼렸다 녹이는 과정을 반복하지 말고 가능한 한 빠르게 가열해 먹는 편이 좋습니다. 조림장과 찌개 양념을 진하게 만들면 두부의 구멍이 간장을 많이 흡수하므로, 고혈압이 있다면 소금과 간장의 양을 오히려 줄여야 합니다. 만성콩팥병으로 단백질이나 인 섭취량을 조절하는 사람도 얼린 두부를 고단백 건강식이라며 큰 접시로 먹어서는 안 됩니다.

차가워진다고 두부 속 영양소가 마술처럼 불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쉽게 상하던 두부를 제때 얼려 두면 식품 낭비를 줄이고, 가공육이나 기름진 고기 대신 사용할 든든한 반찬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해동한 두부를 버섯과 채소에 볶거나 싱겁게 조려 천천히 씹으면 단백질과 포만감을 함께 챙기기 좋습니다. 다음에 장을 보고 돌아왔을 때 며칠 안에 먹지 않을 두부가 있다면 냉장고 구석에 미루지 말고 한 끼씩 나누어 냉동해 보십시오. 얼음 속에서 달라진 작은 조직 하나가 중년 이후의 식탁을 더 알뜰하고 든든하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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