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입맛 따라 춤추는 경제교육? “최저임금이 소득 불평등 심화”
기획재정부가 운영하는 경제교육 플랫폼인 경제배움e+에 정권과 기업에 편향적인 콘텐츠가 게시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가 운영하는 경제교육 플랫폼인 만큼 경제 문제에 대해 균형있게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4일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경제배움e+의 ‘경제교육채널’에는 10개 기관의 채널이 개설됐다. 한국소비자원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공적 성격이 강한 기관이 주로 채널을 개설한 상황에서 재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경제인협회도 참여했다.
한경협은 지난 7월24일 최저임금을 비판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쉽게 이해하는 노동시장’이라는 주제의 이 동영상에는 “최저임금은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지금 최저임금의 대상이 되는 노동자들은 생계를 담당하는 가구주가 아니라 대부분 경험이 적은 청년들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가계 빈곤 정책으로서의 최저임금의 의미가 퇴색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의 부정적인 면만 소개했다고 지적했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노동기구는 최저임금이 소득 불평등을 해소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며 “최저임금의 효과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이념에 경도된 주장만 소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채널에 소개된 ‘자유주의 역사의 이해’ 동영상에서는 “국가의 역할이 커지면 세금과 국가 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늘어난 세금은 결국 시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기업가정신을 억압한다”고 했다. 큰 정부는 기업의 역할을 위축시키는 만큼,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역할의 범위에 대해서는 경제학계에서도 오랫동안 논쟁적 주제였다”며 “정부에서 운영하는 교육 공간인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균형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 경제교육지원법 제3조 2항은 ‘경제교육이 특정 단체나 특정인의 이익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실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 채널에서는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 재정준칙 도입이 시급하다는 내용도 소개하고 있다. 이는 재정준칙 제정을 주장하는 윤석열 정부의 공약과도 일치한다. 경제교육 채널의 취지와 맞지 않게 “현 정부는 현재 글로벌 중추국가 정책을 잘 이행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을 옹호하는 영상도 게재됐다. 해당 영상에는 “북핵 위협에 맞서고 중국의 전랑외교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한국·미국·일본의 공조체제는 강화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윤석열 정부 들어 기재부 산하 경제교육관리위원회에 노동계 목소리도 사라지고 있다. 경제교육관리위원회는 경제교육 정책의 계획 방향을 수립하는 기재부 산하 위원회로, 민간위원들도 참여한다. 2016년부터 2022년 6월까진 한국노총 측에서 참여했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7월부터는 빠졌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고용노동부 측의 추천을 받아 노동 관련 전공 교수를 추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기업의 입장만 대변하고 정부 정책에 무조건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경제교육지원법’에서 규정하는 경제교육의 기본원칙을 어기는 것”이라며 “경제교육까지 정부 입맛대로 맞추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기재부는 “양질의 경제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기관에서 자료를 제공받고 있다”며 “한경협의 경우에는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내용이 많아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적절한 내용은 사전 협의를 거쳐 제공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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