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단식·소식하면 더 오래산다, 하지만…”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2024. 10. 1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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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간헐적 단식? 칼로리를 제한하는 소식?

아니다. 오래 사는 최고의 비결은 ‘조상 잘 만난 덕’, 즉 유전자의 힘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장수하고 싶다면, 식습관과 같이 평생 동안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이 있긴 하지만 당신이 정말 바라야 할 것은 아주 나이 많은 할머니의 존재”라고 이번 연구를 이끈 미국의 생의학 연구기관 잭슨 연구소의 게리 처칠 박사가 말했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간헐적 단식이나 칼로리 제한은 장수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잃는 것도 있다.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9일 발표한 연구를 위해 캘리코 생명과학(Calico Life Sciences), 잭슨 연구소(Jackson Laboratory),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연구자들은 유전적으로 다양한 암컷 생쥐(표준 실험실 쥐보다 사람과 더 비슷) 960마리를 대상으로 칼로리 제한과 간헐적 단식이 전반적인 건강과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 분석했다.

실험용 쥐들은 무작위로 배정 돼 5가지 식단을 제공 받았다.

▽언제든지 원하는 양의 먹이를 먹은 무리, ▽기준 칼로리의 60%만 공급받은 무리, ▽기준 칼로리의 80%로 제한한 무리, ▽일주일에 하루만 단식하고 나머지는 원하는 만큼 먹은 무리, ▽일주일에 이틀 단식하고 다른 날은 맘껏 먹을 수 있는 무리로 구분했다.

쥐들은 주기적으로 혈액검사를 받았다. 간헐적 단식과 열량 제한(영양소는 충분히 공급)이 전반적인 건강과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 분석하기 위해서다.

아무런 제한 없이 먹은 쥐들은 평균 25개월을 살았다. 간헐적 단식을 한 쥐들의 평균 수명은 약 28개월 이었다. 기준 칼로리의 80%를 섭취한 쥐들은 30개월, 60%를 섭취한 쥐들은 34개월을 살았다. 제한 없이 먹은 쥐들과 비교해 각각 20%와 36% 더 오래 산 것이다.

연구진은 칼로리 제한과 간헐적 단식 모두 제한의 정도에 비례하여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개선은 일관되게 나타나지 않았다. 같은 식단을 따른 무리에서도 수명의 범위가 매우 넓었다. 예를 들어 가장 적게 먹은 쥐 무리에선 몇 개월밖에 못 산 쥐도 있었지만 어떤 쥐는 4.5년을 살았다.

주목할 점은 식단을 제한해 섭취량이 줄었음에도 체중을 유지한 쥐들이 대부분 가장 오래 산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반면 이러한 식단으로 체중이 가장 많이 감소한 쥐는 에너지가 부족하고 면역과 생식기관이 약화했으며 수명이 짧은 경향이 있었다.

이 넓은 범위를 설명하기 위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유전적 요인이 식단보다 수명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먹는 것을 제한한 쥐들은 평균적으로 수명이 더 길었고, 전반적으로 건강했지만, 체온 저하, 먹이를 찾는 행동, 그리고 감염에 취약할 수 있음을 시사 하는 혈액 및 면역 체계 변화와 같은 부정적인 영향도 있었다”라고 책임저자 처칠 박사와 제1 저자 안드레아 디 프란체스코 박사(캘리코 생명과학)가 뉴스위크에 말했다.

처칠 박사는 이 같은 이유로 “칼로리를 제한한 쥐들은 그렇지 않은 쥐들보다 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았다”라고 데일리 메일에 말했다.

연구진은 칼로리 제한과 이에 따른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자연적으로 체중, 체지방률, 면역 세포 건강을 유지한 쥐와 말년에 체지방을 잃지 않은 쥐가 가장 오래 살아남았다며 유전적으로 암호화된 회복력이 수명의 핵심 요소라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구진은 “수명은 유전적 소인이 있으며, 유전이 식이 제한보다 수명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며 “수명과 가장 강하게 연관된 특성으로는 스트레스 회복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체중 유지 기간, 높은 림프구 비율, 낮은 적혈구 분포 폭, 그리고 노년기의 높은 비만도 등 이었다”라고 썼다.

처칠 박사는 “칼로리 제한은 일반적으로 수명에 좋지만, 우리 데이터에 따르면 칼로리 제한으로 체중을 줄이는 것은 실제로 수명에 좋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핵심은 체중과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실험에서 칼로리를 제한한 쥐들 중 짧게 산 쪽과 길게 산 쪽의 차이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체중을 유지한 쥐들이 장수했다는 점이다. 단순히 칼로리 제한으로 인해 체중이 줄고 건강해졌다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이는 체중이나 칼로리보다 신체가 스트레스에 얼마나 잘 견디느냐가 더욱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며 이는 유전자와도 관련이 있다고 처칠 박사는 설명했다.

그는 유전자가 식단보다 사람의 수명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당신의 헐머니가 90세 이상 살았다면, 그것은 당신의 통제 범위 밖이지만 당신에겐 보너스다”라고 데일리 메일에 말했다.

연구진은 “40% 칼로리 제한은 가장 강력한 수명 연장 효과를 보였지만 제지방량(체중에서 체지방량을 뺀 양. 감소하면 건강에 악영향) 감소와 감염에 취약해질 수 있는 면역 레퍼토리의 변화로 이어졌다”며 “간헐적 단식은 개입 전 체중이 높은 쥐의 수명을 연장하지 못했으며, 이틀간의 간헐적 단식은 적혈구 세포 집단 붕괴와 관련이 있었다. 지방 감소와 공복 혈당 감소를 포함한 식이 제한에 대한 대사 반응은 수명 연장과 관련이 없었으며, 이는 식이 제한이 비만의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우리의 발견은 건강 개선과 수명 연장이 동일하지 않음을 나타낸다”라고 밝혔다.

참고자료: Dietary restriction impacts health and lifespan of genetically diverse mice(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8026-3)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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