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라이더 e스포츠와 헤어질 결심?

카트라이더 프로게임단, 사실상 선수단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카트라이더 e스포츠가 감감 무소식입니다.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는 지난 2023년 넥슨이 글로벌, 멀티 플랫폼으로 출시했습니다. 전설의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의 후속작인데요. 넥슨은 드리프트 출시 전 원작의 서비스를 종료하는 배수진을 쳤고, 게임 뿐 아니라 e스포츠 생태계도 한국을 넘어 글로벌로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죠.

그러나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는 시작부터 삐걱거렸습니다. 원작의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부정적인 평가를 많이 받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원작의 오랜 역사와 함께 구축된 열성적인 커뮤니티의 다양한 피드백이 잘 수용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패치를 시도하기는 했지만 효과는 미미했으며 몇몇 패치는 아주 심각했습니다. 드리프트 끌기 플레이 개선을 위한 패치가 일명 '톡톡이'라 불리는 원작 고유의 플레이 스타일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 대표적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는 크고 작은 논쟁에 계속 시달렸습니다. 디렉터도 바꾸고 다양한 시도를 했으나 반등하지 못했고, 지난 7월에는 사퇴했던 초대 조재윤 디렉터가 복귀하고, 개발 인력이 감축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 1일에는 콘솔, 모바일 플랫폼 서비스를 종료하며 크로스 플랫폼을 포기했고, 한국/대만에서만 서비스를 이어가기로 하며 글로벌 서비스 역시 포기했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카트라이더 e스포츠, 이대로 헤어지나

그러면 말입니다. e스포츠는 어떻게 되는걸까요?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카트 e스포츠 관계자들은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2023 KDL 개인전 결승전 출전 선수들의 모습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는 지난 2023년, 출시 후 두 번의 프리시즌을 거친 뒤, 10월 정규 시즌인 '2023 KDL'을 진행했습니다.

원래 카트라이더 e스포츠는 상당히 큰 팬덤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작의 역사가 오래 되기도 했고, 출전하는 선수들의 스타성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대회가 열리는 오프라인 현장에는 언제나 관중들이 많았죠. 라이브 뷰어십 수치 역시 나쁘지 않았고, 문호준, 형독, 박인수, 리버스 등 규모가 큰 유튜버들도 많아서 대회 말고도 화제거리가 계속 생산됐습니다.

FearX(前 리브 샌드박스), 광동 프릭스 같은 명문 게임단도 있었고, 넥슨 e스포츠 팀 역시 카드 게임단들을 위한 지원 정책과 함께 꾸준히 대회를 개최하며 e스포츠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했습니다.

그러나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 출시 이후에는 제대로 열린 정규대회는 단 한 시즌 뿐입니다. 심지어 2023 KDL 종료 후 게임의 재정비를 위해 2024년 상반기에는 대회가 없을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는데요. 이에 게임단, 선수들은 2024년 하반기 e스포츠 계획 발표를 기다렸지만 게임 개발진 축소 및 부분 서비스 종료 소식이 들려온 상황이죠.

2023 KDL 팀전 우승 팀 광동 프릭스 카트라이더 팀

카트 e스포츠 씬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 개의 프로게임단은 사실상 카트팀 운영이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까지는 유지겠다는 팀이 있는 반면, 이미 선수단 정리에 돌입한 팀도 있다는 건데요. 기다림이 길어진 만큼 이미 헤어질 결심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카트 e스포츠의 추억

2021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 우승 팀 샌드박스 게이밍(현 FearX)

카트라이더는 우리나라 e스포츠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종목입니다. 2005년에 출범하여 거의 20년 가까이 대회가 이어져오고 있고, 김대겸, 문호준, 유영혁, 박인수 등 스타 플레이어들이 많이 탄생했습니다.

지난 2022년에는 대만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 'NEAL' 리우창헝이 리브 샌드박스(현 FearX)에 입단한 뒤, 시즌2 개인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을 비롯한 중화권에서 센세이셔널한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추억이 많습니다. 제가 e스포츠 기자를 시작한 해가 2005년이었는데요. 카트라이더 출범과 첫 번째 결승전 순간을 함께 했고, 초등학생 문호준의 성장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지난 2022년에는 리브 샌드박스에서 일하며 카트 팀과 함께 호흡했고, NEAL의 입국 순간부터 첫 출전까지 중요한 순간을 담은 시리즈 컨텐츠인 '닐과함께'를 제작하기도 했죠.

지금도 가끔 찾아서 보는 닐과함께의 한 장면...

가장 놀랐던 부분은 팬들의 뜨거운 성원이었습니다. 원래 e스포츠는 유저들이 게임을 접으면 대회 시청이나 팬 활동도 접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카트라이더는 워낙 오래되어서 그런지 비록 지금은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대회나 개인방송을 시청하고,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더 많아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카트와 함께 성장한 '카트 황제' 문호준 (출처 :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카트라이더는 그 동안 존재했던 모든 e스포츠 종목 중에 몰입감이 가장 뛰어났습니다. 특히, 스피드전에서 연출되는 선수들의 아슬아슬한 경쟁과 순간적으로 펼쳐지는 심리전은 캐쥬얼 레이싱 게임이 줄 수 있는 최고의 묘미였죠. 드리프트 시스템과 함께 게임의 속도감이 워낙 빨랐기 때문에 시각적이 즐거움이 엄청났습니다. 게임 자체가 직관성이 뛰어나서 게임을 잘 몰라도 즐겁게 볼 수 있는 특별한 종목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e스포츠는 게임을 벗어나지 못한다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는 1차적으로 원작을 플레이 했던 팬들을 최대한 계승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주로 카트라이더 e스포츠의 팬이었으니, 넥슨은 신작이 나오자 마자 두 번의 프리시즌과 한 번의 정규시즌 그리고 글로벌 e스포츠에 대한 청사진까지 발표하며 초반 분위기 몰이를 시도했죠.

그러나 후속작은 원작의 강점을 제대로 계승하지 못했고, 탑레벨 프로게이머들의 경기조차 원작의 속도감과 몰입감을 주지 못했습니다. 이에 실망한 기존 팬들이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를 플레이하고 싶은 욕구를 가질리가 만무했습니다.

그래서 e스포츠 대회를 하면 할수록 셀프 네거티브가 되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신작 게임을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KDL을 개최했는데, 선수들에 대한 사랑으로 대회를 시청한 사람들이 오히려 신작을 더 미워하게 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해버린 것이죠.

아무리 노력해도 게임사가 포기하면 답이 없다 <출처 : 인벤방송국>

사실, e스포츠는 기반이 되는 종목(게임)의 상태를 극복하기가 어렵습니다. 본진이 무너지고 있는데 멀티가 유지되기란 참 어렵죠. 특히, 게임사가 구체적이면서도 부정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은 e스포츠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줍니다.

신규 컨텐츠 업데이트를 중단한 <스타크래프트 2>의 e스포츠는 점점 규모가 축소되고 있고,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이보다 더 극단적으로 하루 아침에 신규 컨텐츠 업데이트 중단과 HCG를 폐지를 발표한 사례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의 개발 인력 감축과 크로스 플랫폼 / 글로벌 서비스 종료 결정은 e스포츠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3 KDL 종료 후 '게임의 재정비를 위해 e스포츠를 쉬어 간다'고 했던 넥슨의 입장은 '게임이 재정비가 안되면 e스포츠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해석되기도 합니다.

이런 이별이라니, 이대로 정말 끝나나?

온게임넷이 코엑스에 있던 시절부터 카트리그가 시작됐다 <출처 : 데일리e스포츠>

사실 e스포츠 관계자들을 비롯해 선수들은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의 CBT 때부터 우려의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런 상황이 충분히 예상되었던 것이기에 2024년 상반기를 넘어 하반기에 접어드는 이 시점까지 차기 대회에 대한 소식이 없어도 큰 동요가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아쉽습니다. 무려 2005년에 시작해 20년 가까이 역사를 쌓아온 것이 '카트라이더 e스포츠 씬'이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 e스포츠 생태계를 구축하고 유지해온 국산 게임이 몇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런 식의 이별은 더욱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넥슨이 현재 상황을 조금 더 무겁게 인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단순히 게임 하나가 망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으니까요. 카트라이더 e스포츠 생태계에 종사하던 프로게이머, 관계자들이 있고, 거의 20년 동안 쌓아온 카트의 유산이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넥슨은 아직까지는 유지되고 있는 카트라이더 프로게임단, 선수들로부터 양질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그 동안 '소통의 부재'로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해주었으면 합니다.

카트 e스포츠가 이대로 사라진다면, 사실상 넥슨의 e스포츠 사업 역시 <FC 온라인>, <서든어택> 밖에 남지 않게 됩니다. 한 때 던파 리그, 카스온라인 리그를 비롯해 넥슨 아레나 등 국산 게임 e스포츠의 선두주자였던 넥슨이었는데 말이죠.

물론, 아직 넥슨이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를 포기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얼마 전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던 SRPG 모바일 게임 <아르케랜드>가 예전된 종료일 하루 전, 파격적으로 섭종을 취소하며 '절치부심', '명예회복'을 선언한 일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과연, 카트라이더 e스포츠는 이대로 우리와 헤어지게 될까요? 이미 헤어질 결심을 한 카트 e스포츠씬의 수명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게임은 어떻게든 유지한다고 해도, 게임단과 선수들은 대회가 없으면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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