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족들, 오늘도 ‘진실의 행진’…“2년이나 걸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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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부터 서울서부지법까지 약 4㎞. 법원으로 가는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유족들은 길 위에서 보낸 지난 2년의 세월을 곱씹었다.
홍아무개(49)씨도 "고등학생 아이가 있어서 참사 당시에도 감정 이입이 많이 됐다. 유족들을 보니 남 일 같지 않다"며 "꼭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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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부터 서울서부지법까지 약 4㎞. 법원으로 가는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유족들은 길 위에서 보낸 지난 2년의 세월을 곱씹었다. 강추위 속에서 머리를 밀고, 밤을 새우며 삼보일배를 했던 그 길바닥이다. 가족들은 그동안 그토록 외쳤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첫 결론을 향해 걸었다.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한 달여 앞둔 30일 오전,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서울경찰청장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서울 시내에서 ‘진실의 행진’을 이어 갔다. 40여명의 유족과 시민들은 책임자 엄벌과 진상 규명이 적힌 펼침막을 들고 재판이 열리는 서울서부지법까지 한 시간을 말없이 걸었다.
행진에 앞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참사 희생자 분향소가 있던 서울광장에서 이번 10월을 ‘기억과 애도의 달’로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고 이주영씨 아버지)은 “(이 전 청장과 박 구청장은) 재판 내내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자신들의 무죄를 주장하는 파렴치한 뻔뻔함을 보여 왔다”며 “우리는 오늘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정의가 살아있고,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음을 확인할 것이다. 공직자들이 이를 반면교사 삼아 다시는 이 땅에 참사가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석운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공동대표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과정이 너무나 더뎠다. 정말 구질구질하다. 이게 무슨 2년이나 걸릴 일이냐”며 “세월호 참사 당시 수많은 국민이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으나, (정부가) 어영부영하는 사이 이태원·오송·아리셀 참사가 되풀이됐다. 오늘 또 두루뭉술 넘어가면 또 다른 참사를 방조했다는 엄중한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유족들은 행진 내내 입술을 굳게 닫고 걸음을 옮겼다. 고 이지현(당시 23)씨 어머니 정미라(47)씨는 “지난 2년 동안 이 길을 걸었던 게 생각이 난다. 그 과정을 거쳐 특별법이 통과되고 특별조사위원회도 시작됐는데, 오늘 재판부가 엄벌을 내려서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을 맞아 거리에 나온 시민들도 마음으로 유족들을 응원했다. 행진을 지켜보던 염정희(71)씨는 “유족들을 보니 마음이 울컥한다. 정부에서 미리 인파 관리를 해야 했는데, ‘그 사람들이 놀러 갔다가 죽은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무책임하게 말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홍아무개(49)씨도 “고등학생 아이가 있어서 참사 당시에도 감정 이입이 많이 됐다. 유족들을 보니 남 일 같지 않다”며 “꼭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 전 청장의 1심 선고는 오후 2시, 박 구청장은 3시30분에 내려진다. 유족들은 재판을 방청한 뒤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잘 될 것 같아요. 잘 되어야만 해요. 저희가 지금까지 떼쓴 게 아니잖아요. 좋은 판결이 나올 거예요.” 고 배현호(당시 29)씨 숙모 김정희(52)씨가 다짐하듯 말했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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