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주말리그] "단체로 짧은 머리한 거요?” 삼일고 최영상, 26P 10A로 첫승 견인

[점프볼=종로/정다윤 인터넷기자] 삼일고의 첫 승의 문은 3학년 최영상(180cm, G)이 열었다.
삼일고는 29일 경복고 체육관에서 열린 ‘2025 한국중고농구 주말리그’ 남고부 서울·경인·강원 A·B권역 예선에서 제물포고를 100-63으로 꺾고 예선 첫 승을 신고했다.
결과만큼 과정은 간단하지 않았다. 경기 내내 점수는 엎치락뒤치락했고 전반은 41-39, 단 두 점 차였다. 팽팽하던 흐름이 3쿼터 중반을 기점으로 단숨에 쏠렸다. 이때 삼일고가 꺼내 든 건 강한 압박 수비와 빠른 트랜지션이었다. 최영상과 김상현이 3쿼터에만 각각 10점, 11점을 몰아넣으며 23점 차(73-50)까지 점수차를 벌렸다. 삼일고는 마지막까지 흐름을 놓치지 않으며 승리를 품에 안았다.
승장의 표정이 반드시 유쾌하지만은 않은 이유가 있다. 경기 후 만난 정승원 코치는 “일정으로 인해 주말 리그 준비를 많이 못하긴 했고, 아이들이 놀기도 했는데 확실히 그게 게임에서 나왔다. 주장 양우혁도 발목 부상이라 결장했다. 그 상황에서 (최)영상이가 중심을 잘 잡아줘서 이기지 않았나 싶다.”
이어 “영상이는 농구 머리(BQ)가 좋고 정말 똑똑하다. 내가 경기 중에 지시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이다. 그럴 때 영상이한테 지시를 하면 아이들한테 빨리 얘기하고, 이 하나를 얘기하면 두세 개를 아이들한테 말해준다. 그런 면에서 대학 가서도 잘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영상은 팀을 조율하는 가드다. 수비 흐름을 읽고 빈틈을 파고드는 돌파, 투맨 게임 운영에 강점을 보이며 필요할 땐 템포를 조절해 팀의 흐름을 살린다. 전술 이해도가 높아 지도자의 의도를 빠르게 캐치하고 코트 위에서 팀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맡는다.
이날(29일) 최영상은 26점 10어시스트로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야투율은 61%에 달했고, 외곽포와 미들 점퍼 모두 안정적이었다. 특히 1쿼터부터 보여준 과감한 돌파와 빠른 판단력은 단순한 공격 옵션을 넘어, 삼일고의 전체적인 리듬을 조율하는 핵심 동력이었다.
경기 후 만난 최영상은 “집중해서 쉽게 갈 수 있던 게임인데 우리가 방심해서 어렵게 가져갔다. 다음부터 이런 경기력이 나오지 않도록 더 준비를 많이 해야될 것 같다”며 승리 소감을 전했다. 승리를 전한 최영상의 말에 단맛보다 씁쓸한 반성이 담겨 있었다.
이어“전반에 많이 부족해서 후반에 지역 방어를 섰는데 애들이랑 토킹하고 열심히 수비부터 한 게 점수를 벌릴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경기를 복기했다.
이날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2쿼터 속공 상황에서 나왔다. 1점 차 리드, 아웃넘버 상황에서 최영상은 주저 없이 비하인드 백패스를 배달했다. 수비 사이를 정확하게 찔러준 패스였고 권대현이 곧장 득점으로 연결했다. 시야와 타이밍, 리듬까지 삼박자가 매끄럽게 맞아떨어진 장면이었다.
이에 대해 최영상은 “솔직히 말해서 요즘은 아웃 넘버 게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웃 넘버랑 슛이 더 좋아지면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연습을 많이 하고 있는 부분이다. 당시 속공 상황에서도 (권)대현랑 2대 1로 나가던 상황이었는데, 훈련할 때 많이 연습한 게 잘 나온 것 같다”고 상황을 돌아봤다.
이어 “(양)우혁이가 주장인데 없으니까 내가 애들 이끌어서 시합을 뛰었으면 좋겠다고 코치님이 말씀하셨다. 팀을 이끄는 데 더 신경을 썼고 공격이 잘 안 풀려서 해야 되는 게 많았는데, 그만큼 더 적극적으로 공격한 것 같다”며 덧붙였다.
코치의 말을 행동으로 옮겼다. 최영상은 경기 중간 중간 동료들을 불러 모아 진정시키고 조율하며 마음을 다잡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전반에 많이 못해서 애들이랑 같이 집중하고 정신 차려야 한다고 얘기했다. 우린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팀인데 부족한 모습을 보여서 집중하자고 했던 것 같다.”

이처럼 경기 운영뿐 아니라 그의 자세는 작은 몸짓 속에서도 드러났다. 최영상의 경기를 본다면 누구나 한번쯤은 봤을 법한(?) 제스처가 있다. 실책을 하면 벤치를 향해 가슴에 손을 얹고 한 손을 높이 드는 특유의 제스처는 이날도 반복됐다.
이에 대해 “감독님께서 나를 많이 믿어주는 편인데 내가 그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다. 감독님을 안정시키려는 것도 있고, 내가 더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하게 되는 것 같다”며 의미를 전했다.
최영상의 목표도 분명했다. “내가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에 우승 타이틀을 꼭 한번 따보고 싶다. 충주중 이현민 코치님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 스승님이기도 했지만 키에서 나오는 패스 능력과 센스 그리고 슛까지 모든 면에서 닮고 싶다.”
그리고 또 하나, 이날 삼일고의 팀워크를 상징하는 상징적인 변화가 있었다. 전원이 ‘짧은 머리’로 경기에 나섰다. 삭발까지는 아니지만, 그전 일부 선수들의 긴 머리까지 모두 정리된 모습은 슬램덩크 속 산왕공고를 연상케 했다.
최영상은 “더 집중하자는 마인드로 자르자고 했다. 머리가 길면 넘기고 뛰고 불편하다 보니까 짧게 자르고 단정하게 해서 더 열심히 하자는 마인드로 애들과 함께 자르게 됐다. 아무래도 3학년들이 먼저 제안을 하면서 주도하게 된 것 같다. 그래도 1,2학년 애들이 너무 착해서 잘 따라준 것 같다”고 웃으며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_정수정 인터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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