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 4지구 재개발 또 늦잡치나 우려…소방·토목 면허 없는 업체가 시공사로 선정
서문시장 4지구 재개발 사업 시공사로 선정된 업체가 소방·토목 면허 미비로 자격시비에 휘말리는 모습이다. 향후 착공 인허가 단계에서 관계기관이 승인을 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계약이 어그러지며 '4지구 정상화' 시점이 또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서문시장 4지구 정비사업조합과 이 사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A사는 지난 5월 조합 정기총회에서 시공사로 선정됐다. 뒤늦게 떠오른 쟁점은 A사가 토목건축공사업 면허와 소방시설공사업 면허를 갖추지 못했다는 것.
중구청에 따르면 토목공사는 실시계획인가 등 별도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업이다. 착공허가 시 조합과 토목면허를 가진 시공사 사이 도급계약서가 필요하지만 A사는 토목공사 면허가 없다. 중구청 관계자는 "관련 서류가 접수된 바 없고, 추가 자문을 구해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면허가 없는 업체가 자회사에 하도급을 주는 방식은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소방시설공사도 문제다. 중부소방서에 따르면 해당 면허가 없는 업체는 이번 사안처럼 소방시설공사를 포함한 일괄발주를 받을 수 없다. 2020년 면허를 가진 업체에 소방시설공사를 분리발주하도록 관련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면허가 없는 A사를 거쳐 해당 공사를 하도급 주거나, A사가 직접 시공하면 '도급위반'이 돼 착공신고서 접수가 불가하고 시공도 할 수 없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A사 측은 "자회사에 토목 면허가 있고, 해당 공사가 전체 공사 금액의 5% 이내 부대시설 사업이라 자신들이 직접 시공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소방공사는 건축주인 조합에서 소방 면허를 가진 업체와 직계약할 수 있고 추후 사업 추진과정에서 조합이 소방시설공사를 분리하면 될 일"이라고 답했다.
반면 조합 측은 이번 사업은 컨소시엄 구성이 불가한 '일괄발주' 방식이라 이 같은 방식으로 계약을 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조합 관계자는 "일괄발주라는 계약 조건을 지키지 않아 공사가 지연되면 조합원들의 재산 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피해가 축적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추후 소방이나 토목 공사 분리발주에 나서더라도 수차례 유찰된 공사 난도가 높은 현장 입찰에 새로 뛰어드는 업체가 없을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제기된다. 기존 '총액입찰' 방식에서 소방과 토목 분야 공사 금액을 책정하는 데도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조합 측은 A사와 공사 조건과 금액 등을 조율 중이며 이달 21일 있을 대의원회의에서 가계약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합은 아울러 추후 인허가 과정에서의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책임소지를 염두에 두고 논의를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2016년 11월 발생한 큰 불로 점포 600여곳이 전소된 서문시장 4지구 정비사업조합은 4천735㎡ 부지에 지하 4층~지상 4층, 연면적 2만9천933㎡ 규모에 점포 1천여 개가 입점할 수 있는 새 상점을 구상중이지만 8년째 첫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김지효 기자 jy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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