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털 기업 점검-청호나이스]8년 무배당에도 걱정 없는 이유
생활가전 렌털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상황을 점검해본다.
생활가전 기업 청호나이스가 지난해까지 8년째 무배당을 실천하고 있다. 무차입 경영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이익잉여금을 토대로 신사업 경쟁력과 재무건전성을 높일 방침이다. 오너인 정휘동 회장은 개인회사인 엠씨엠, 마이크로필터로부터 매년 수십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청호나이스의 2023년 이익잉여금은 3027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2016년부터 8년째 배당을 시행하지 않은 청호나이스는 이익잉여금을 배당 재원이 아닌 신사업 등 투자비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10년 이상 외부 차입을 하지 않고도 커피 얼음정수기, 친환경 축산 사업 등 새로운 사업 영역을 발굴하며 실적을 개선한 배경이다.
지난해 역시 호실적을 냈다. 청호나이스는 2023년 연 매출 4529억원, 영업이익 45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2.04%, 영업이익은 12.78% 증가했다. 청호나이스의 주요 품목은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 등으로 최근에는 렌털 시장 격전지인 동남아에서 벗어나 미국, 유럽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북미 시장에서 제빙 성능이 강화된 ‘슈퍼 아이스트리’가 인기를 얻으며 성과를 냈다.
청호나이스 외 3곳 대주주…해외서도 배당 받아
정 회장은 주요 사업회사인 청호나이스(75.10%)를 비롯해 엠씨엠(100%)·마이크로필터(80%)·동그라미파이낸스대부(99.7%)의 대주주다. 정 회장의 동생인 정휘철 부회장(청호나이스 2대 주주·8.18%)과 정 회장의 부인인 이경은 씨(마이크로필터 2대 주주·20%)가 나머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청호나이스 오너일가는 이 지배구조를 통해 8년째 배당을 하지 않고서도 곳간을 채우고 있다. 정 회장은 2023년 한 해에만 엠씨엠으로부터 배당으로 30억원, 마이크로필터에서는 9억6000만원을 각각 수령했다. 청호나이스가 배당을 하지 않는 대신 여타 개인회사를 통해 수십억원의 배당을 받아온 것이다.
특히 정 회장의 개인 회사들은 서로 배당을 하고, 이 배당을 다시 정 회장에게 하는 형태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정 회장의 배당재원인 마이크로필터는 계열사들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다. 마이크로필터는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 871억원, 영업이익 49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특수관계자 매출은 17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9.51%로 큰 비중은 아니다.
하지만 마이크로필터는 배당금 수익, 이자 수익 등 영업외수익으로 적잖은 금액을 벌어들인다. 마이크로필터는 청호나이스의 중국 법인(불산시미디아청호정수설비제조유한공사)에게 매년 약 20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21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정 회장의 또 다른 회사인 동그라미파이낸스대부에는 285억원을 대여해주고 이자를 받고 있으며 지난해엔 12억원을 수령했다.
임대료 명목 지원도…캐시카우 키운다
주요 사업회사인 청호나이스도 오너일가에 완전히 지원을 끊은 것은 아니다. 청호나이스는 배당을 하지 않는 대신 임대료 명목으로 오너가에게 수십억원을 지급하고 있다. 매년 10~20억원 규모이며 지난해엔 22억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지배주주가 63억원 규모의 유형자산(부동산 등)을 청호나이스로부터 매입한 점을 감안하면 향후 이 금액이 늘어날 여지도 남아있다.
청호나이스의 글로벌 법인은 향후 청호나이스를 비롯한 오너일가의 든든한 곳간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청호나이스의 해외 법인 4곳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 중국 법인은 청호나이스에 23억원, 마이크로필터에 21억원을 지급하며 든든한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성장했다. 렌털 시장 격전지로 꼽히는 말레이시아 법인은 순자산이 마이너스(-) 상태다. 베트남 법인 또한 26억원 상당의 미인식 지분법손실금액이 설정돼 있다.
향후 청호나이스는 북미를 비롯해 지난해 진출한 유럽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높여 성장을 꾀하겠다는 목표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비상장사다 보니 주주보다는 재무건전성, 신사업 추진에 무게를 두고 배당을 시행하지 않으며 이익잉여금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며 "향후 북미를 비롯해 유럽 시장에서 저변을 넓혀 해외에서 성적을 낼 계획이다. 계열사 배당과 관련은 각자 법인의 결정이라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윤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