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산층 상징' 메이시스 백화점, 대규모 점포 정리…럭셔리 시장 집중

미국 중산층 소비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메이시스가 대규모 점포 정리에 나선다. 대신 고가의 럭셔리에 상품군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사진=메이시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메이시스는 향후 3년 동안 실적이 저조한 메이시스 점포 150개를 폐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전체 매장의 30%에 해당된다. 메이시스는 우선 올해 말까지 50개 점포를 우선 정리하고 나머지 매장은 2026년까지 정리한다. 이에 따라 2026년에는 전체 점포 수를 350여 개로 줄인다.

메이시스는 정리될 150개의 매장이 현재 메이시스 점포 전체 면적 4분의 1을 차지하지만 매출은 10% 미만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2026년 말까지 매장과 물류센터 폐쇄로 6억~7억5000만달러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 자금을 매장의 리모델링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초 임기를 시작한 토니 스프링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이것은 단지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쇼핑할 수 있는 기회를 확실하게 주기 위해 포트폴리오의 크기를 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메이시스는 앞으로 2년 동안 소규모 점포를 최대 30개 새로 연다. 현재 메이시스는 총 12개의 소규모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소규모 매장은 일반 매장에 비해 크기가 약 5분의 1 수준이어서 접근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럭셔리 백화점 블루밍스데일과 뷰티체인 블루머큐리 점포를 추가로 개장한다.

컬럼비아 스레드니들의 마리 쇼어 선임 애널리스트는 “비생산적인 부분을 잘라내서 회사의 매출 생산성과 수익성에 즉각적인 혜택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이시스는 1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백화점 체인으로 여러 지역 백화점들을 합병해서 거대한 체인으로 성장했다. 특히 매년 미국의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와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여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온라인 쇼핑과 아마존과 같은 전자상거래 기업의 부상으로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또 매장 노후화 등으로 경쟁업체에 비해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데 애를 먹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여파로 메이시스 주가는 2015년에 기록한 최고가인 73달러에서 75% 급락했다.

이뿐만 아니라 메이시스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공격도 받고 있다. 앞서 부동산 투자회사 아크하우스 매니지먼트와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브리게이드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메이시스를 58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메이시스가 이를 거절하자 아크하우스는 메이시스 9명의 이사를 이사회에 지명하며 공세에 나섰다.

최근 몇 년 동안 메이시스 경영진은 일부 매장을 폐쇄하고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왔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메이시스는 점포 수는 718개였는데 이는 2015년 대비 약 300개 감소한 수치다. 또 메이시스는 지난달에도 점포 5곳을 폐쇄하고 직원 235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구조조정 관련 비용으로 메이시스는 지난해 4분기에 71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에 5억800만달러의 이익을 올린 것과 대조된다.

이번 전략이 미국 내 소매산업과 쇼핑객들의 변화를 반영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씨엔엔(CNN)>은 지난 수십 년간 미국 내 중산층이 줄어들면서 월마트와 같이 저가 상품을 내세우는 시장이 커지고 있는 한편 고가의 상품 수요에 대응하는 럭셔리 시장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메이시스도 중산층을 겨냥한 일반 백화점 점포는 정리하고 블루밍데일즈와 블루머큐리와 같은 고급 브랜드를 내세우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메이시스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 대비 약 1~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프링 CEO는 “2024회계연도는 전환기이자 투자의 해가 될 것”이라며 내년부터 일관된 매출과 이익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메이시스 주가는 개편 기대감에 힘입어 전 거래일 대비 3.37% 오른 19.95달러를 기록했다.

최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