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싱글은 공공분양 '첫집 마련' 못 하나요?

김미리내 2024. 10. 1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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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이면 5억 공공분양 로또 수방사 청약 못해 
생애최초 문 열어줬지만 공공분양서는 '그림의 떡'  

# 40대 초반 직장인 A씨는 서울에 내 집 마련 꿈을 안고 지난 14일 '로또 청약'으로 불리는 동작구 수방사 특별공급 청약을 기다렸다. 입지가 뛰어나고 공공분양이라 주변보다 시세가 크게 저렴했다. 일반공급에 비해 경쟁률도 낮아 도전 기회를 틈탔다. 아직 집을 가져본 적 없는 그는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노렸지만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A씨가 배우자나 자녀가 없는 '싱글'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까지 수 차례 청약제도를 개편하며 무주택자의 청약기회를 넓히고 있지만 A씨처럼 미혼인 '싱글'은 여전히 공공분양 공급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지난 2021년 개편한 청약제도에서 민간분양은 싱글에게도 '생애최초 특별공급' 청약 기회가 열렸다. 하지만 '공공분양' 문은 여전히 닫혀있다. 정부가 내년 역대급 공공주택 공급물량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는데 형평성 문제는 없을까?

'생애 최초'지만 '미혼'은 그림의 떡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무주택자의 '인생 첫 내 집 마련'을 돕는 청약제도다. 생애 처음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만 청약이 가능하고, 일반공급과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당첨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누구에게나 1번만 적용되는 만큼 균등한 기회가 제공돼야 하지만 공공주택에서는 기혼과 미혼 여부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상황이란 게 문제로 꼽힌다. 

현재의 청약제도 대부분은 신혼부부, 신생아, 다자녀, 고령자 등을 중심으로 우선권이 주어진다. 특히 공공분양이 '미혼'에 조건이 까다롭다. 

주택형별 생애최초 특별공급 대상자 요건/그래픽=비즈워치

공공주택의 '생애최초 특별공급' 대상자는 △일반공급 1순위 무주택 세대주 또는 세대원으로 청약저축액이 600만원 이상이어야 하고 △근로자 또는 자영업자로 5년 이상 소득세를 낸 이력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또한 입주자모집공고일 기준 반드시 혼인 중이거나, 미혼 자녀가 있어야 한다. 

민영주택의 경우 미혼인 1인 세대에도 문을 열어줬다. 가점제 위주인 일반공급은 넘보기 어려운 데다 특별공급은 아예 기회가 없어 2030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 컸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11월1일 기준, 인구주택총조사) 국내 총인구는 5177만명, 총 세대수는 2273만세대로 집계됐다. 이 중 1인세대 비중은 전국 35.5%, 서울은 39.3%다. 서울에 사는 10명 중 4명이 1인세대란 얘기다.

1인세대 증가에도 청약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지난 2021년 민영주택에 한해 생애최초 특별공급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관련기사: 1인가구·고소득 신혼부부도 '특공' 문 두드린다(2021년 11월15일)

단, 신생아·혼인세대 등에 70%를 우선 공급하고 나머지 30%에 우선공급 탈락자를 포함해 추첨제로 진행한다. 부모님 등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에도 청약할 수 있고, 혼자 사는 경우 주택면적 60㎡ 이하에만 청약을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올해 3월 신생아 세대의 당첨률을 높이기 위해 생애최초 특별공급에 '신생아 우선공급'과 '신생아 일반공급' 부분이 추가되면서 미혼자들의 당첨확률은 더 낮아졌다. 그마저 기회가 있던 민영주택 공급에서도 경쟁이 더 치열해진 것이다. 

가족의 분화, 비혼 등으로 미혼·1인 세대가 증가하는 만큼 세대 구조 변화에 맞춘 청약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공공주택에 대한 미혼 세대의 생애최초 특별공급도 현재 세대구조 변화에 맞춰 청약길을 열어줘야 한다"면서 "민영주택 청약을 열어준 게 2021년 10월인데 공공주택은 3년간 미혼에게는 사각지대였다. 통일성 있게 정책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1인 세대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미혼, 자녀가 없다는 이유로 공공분양에서 배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생애최초'라는 점을 따져볼 때 형평성 차원에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30 '청년'은 공공주택 특공도 가능? 

민영주택 대비 저렴한 공공주택의 청약 기회가 아예 꽉 막힌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 2022년 20·30세대에게 공공주택에 청약할 수 있는 '청년 특별공급'을 도입했다. 미혼·청년층의 내 집 마련 요구가 커지고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면서다. 

공공분양주택을 나눔형, 선택형, 일반형으로 나누고 나눔형·선택형에서 청년 특공 청약이 가능하다. 60㎡ 이하 주택에 한해서다. 

청년 특별공급 대상인 나눔형 공공주택은 분양가(시세의 70%)가 일반형(시세의 80%)보다 낮은 대신 주택 처분에 대한 손익을 공공(30%)과 나눠야 한다. 선택형은 6년 임대 거주 후 분양 여부를 결정하고 분양 시점에 추가로 오른 가격 일부를 내야 한다.

그러나 청년 특별공급은 만 19~39세에만 적용된다. A씨처럼 40세를 넘게 되면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복잡한 청약제도를 보다 단순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수민 전문위원은 "전문가들도 청약제도 세부 내용을 알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청약제도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 측은 공익적 자원 배분 측면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공공주택은 국가에서 제공하는 만큼 분양가가 저렴한데 1인 세대보다는 혼인, 자녀 양육 세대에 공급하는 것이 취지에 맞다"면서 "정책적으로 1인 세대를 우선하기는 어렵고, 이해관계에 따라 정책적인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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