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MRO 전략 '엔진 특화'…연 76조 아시아 공략
대한항공이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민간항공기 '엔진 정비'를 낙점했다. 오는 2027년까지 대단위 투자를 단행하고 엔진 정비 능력을 260%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2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 항공기 엔진 정비 시장 선점에 나선다.
9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인천 중구 운북동 부지에 신규 엔진 정비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연면적 14만200㎡(축구장 20개) 규모에 총 5780억원이 투입된다. 완공 및 가동 시점은 2027년이다.
MRO는 유지(Maintenance), 보수(Repair), 정비(Overhaul)로 항공기 운영 과정의 전반적인 기체 수리를 의미한다. 팬데믹 당시 항공정비 인력을 양성하지 못한 결과 최근의 항공 업계는 정비능력 저하, 공급 부족, 단가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요보다 공급 적은 엔진 MRO…2034년까지 25% 성장
대한항공의 MRO 외형 확대는 민항기 부문의 정비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서 시행됐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올리버와이먼에 따르면 아시아의 항공기엔진(민간부문) 시장 규모는 올해 62조466억원(약 463억달러)에서 2034년 75조9723억원(약 567억달러)으로 급증해 향후 10년간 22.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한항공이 집중하는 분야인 '항공기엔진 MRO'는 비약적인 성장이 예상됐다. 올리버와이먼에 따르면 전체 항공기 MRO에서 엔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49.81%에서 2034년 62.61%로 확대된다. 금액으로는 올해 32조8275억원(약 245억달러)에서 2034년 47조4324억원(약 354억달러)으로 24.5% 증가한다. 10년간 시장 성장률은 24.5%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다른 부문의 성장률보다 높다. 아시아 기체(엔진 제외) 부문 MRO 수요는 6.9%(87억→93억달러), 기체부품 부문은 22.8%(79억→97억달러)다.
엔진 정비 100대서 350대로 확대…수요 충분
대한항공은 프랫앤휘트니(PW), 제너럴일렉트릭(GE) 등 글로벌 엔진 제작사들의 엔진 정비를 담당하고 있다. 인천 공장 투자가 완료되면 정비 가능한 항공기엔진은 현재 6종에서 9종으로 늘어나며, 엔진 정비 능력은 연 100대에서 360대로 3배 이상 개선된다.
이는 국내 항공 MRO 정비는 물론 해외 항공사 수주도 기대해볼 수 있는 수준이다. 국내 항공사들의 해외 정비 의존비율(약 50%)이 높고, 국내 항공 MRO 능력은 글로벌 시장의 1.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델타항공, 중국 남방항공 등 해외 항공사의 엔진을 수주한 적이 있어 향후 동남아시아, 중국 등 경쟁사 물량 확보도 노려볼 수 있다.
다만 일몰을 앞둔 항공기부품 관세법 특례는 항공 업계 전반의 정비 수요 감소와 수익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항공 업계에 따르면 따르면 수입 항공기부품에 대한 관세 면제 조치는 올해 말로 종료돼 그간 0%로 처리됐던 항공기부품 관세 감면율이 매년 20%p씩 늘어 부과된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를 비롯해 중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 등이 MRO 산업을 육성하고, 해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글로벌 수주를 기획 중인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싱가포르(무관세), 중국 등 경쟁국들과의 가격 경합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기엔진 MRO 사업은 일반 기체 정비보다 진입장벽이 높고 허가된사업자가 많지 않은 편"이라며 "투자로 설비능력을 높이고 엔진 부문에 집중한다면 자체 물량은 물론 글로벌 항공기 정비 물량의 상당 부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