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분석]매출 절반 떼어내는 한컴위드..'알짜' 걷어찼다?

알아두면 도움이 될 의미있는 공시를 소개·분석합니다.

한컴위드가 입주해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컴타워 전경. (사진=한글과컴퓨터)

공시요약

오늘 소개할 공시는 지난 14일 한컴위드가 게시한 '주요사항보고서(회사분할결정)'입니다. 디지털 포렌식 사업 부문을 단순·물적분할해 '지엠디소프트'로 분사한다는 내용인데요. 분할 목적은 사업의 전문성 제고 및 신사업 발굴 등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주목할 대목은 연이어 나온 '투자 판단 관련 주요 경영사항' 공시입니다. 분할 후 설립되는 지엠디소프트 지분 100%는 제3의 업체 선정 후 매각하겠단 내용입니다. 지엠디소프트 설립은 실상 회사 매각을 위한 명목상 분할인 셈이죠.

14일 공시된 한컴위드의 투자 판단 관련 주요 경영사항 中. (자료=전자공시 갈무리)

본 사업보다 잘 나가는 디지털 포렌식 사업

이번 분할·매각은 한컴위드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요? 이번에 처분되는 디지털 포렌식 사업은 정보기기에 내장된 디지털 자료를 분석, 특정 행위의 사실 관계를 규명하는 서비스 제공을 주력으로 합니다. 특히 포렌식 기술은 그동안 사회적 관심도가 높았던 다수의 사건 중 용의자의 PC, 스마트폰에서 결정적 증거 확보 수단으로 활약한 경우가 많아 대중적 인지도도 높아지는 추세죠.

한컴위드는 지난 2019년 10월 디지털 포렌식 전문 계열사 한컴지엠디를 흡수합병했습니다. 당시 한컴지엠디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모바일 디지털 포렌식 제품군인 'MD' 시리즈는 2016년~2018년 관련 시장 점유율 80%를 기록했을 만큼 높은 경쟁력을 보유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한컴지엠디 흡수 직후 한컴위드의 연매출은 수직 상승했습니다. 2019년 약 158억원에서 2020년 309억원, 2021년에는 356억원으로 견조한 상승세가 이어졌습니다. 한컴위드의 직전 2017년~2019년까지 연매출은 150억원~160억원 수준의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영업이익도 마찬가지입니다. 2017년 9400만원, 2018년 2억6000만원, 2020년 -4억2000만원이었던 영업익이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23억원과 28억원으로 뛰었습니다. 합병 이후 수입 증가는 사실상 한컴지엠디 사업이 견인했다고 볼 수 있죠.

아울러 올해 상반기 기준 한컴위드의 매출 분류에서도 디지털 포렌식 사업 비중은 전체의 43.1%로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한컴위드가 영위하던 전통의 암호화 기반 보안 솔루션 판매 사업 비중은 40%로 오히려 더 낮았고요. 즉, 이번 분할 및 매각 결정은 한컴위드의 양대 캐시카우 중 한 축이 사라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자료=전자공시, 가공=블로터.

하지만 관련 공시 이후 한컴위드 주가는 아직 큰 변동 없이 차분해 보입니다. 18일 오후 기준으로는 전일 대비 5~6%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보통 기업이 알짜 사업을 물적분할하면 주주들은 반발합니다. 물적분할은 인적분할과 달리 신설회사 지분이 기존 주주들에게 배정되지 않고, 분할하는 회사는 성장 동력을 일부 상실하게 되니까요. 지난해 말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결정 당시 많은 잡음이 따랐던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관망세는 한컴위드의 특수성과 최근 한컴그룹의 사업적 행보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한컴위드는 그룹의 얼굴인 한글과컴퓨터 지분 21.6%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사실상 매출에 대한 책임보다는 그룹을 콘트롤하는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죠. 이에 그동안 그룹의 굵직한 사업은 대부분 한글과컴퓨터를 통해 진행됐고, 한컴위드는 직접적인 수익화 사업보다 실험적 성격의 신사업, 투자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관련해 지난해 말에는 NFT(대체불가토큰) 열풍을 타고 NFT 거래 플랫폼 '한컴아트피아'를 오픈했습니다. 올해 7월에는 디지털 금 거래 플랫폼 '골드모어'를 개편한 '한컴디지털에셋'을 선보였습니다. 또 비슷한 시기 자회사 한컴주얼리를 통해 국내 1세대 주얼리 디자이너 리사킴을 영입하면서 그가 운영하는 리사코주얼리도 인수했고요. 한컴위드는 향후 한컴아트피아를 통해 주얼리 NFT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인데요. 이처럼 한컴위드의 최근 투자 사업은 대부분 차세대 블록체인 연관 서비스로 분류되며, 추가로 스마트시티 플랫폼 사업에도 힘을 싣고 있는 모습입니다.

선택과 집중 좋지만…신사업 투자 성공할까

이런 측면에서 지엠디소프트 분할 및 매각은 사업의 선택과 집중, 추가 투자비 마련을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한컴위드가 보유한 여타의 기술, 사업들과 달리 디지털 포렌식 사업은 수요가 제한적인 시장 특성 때문에 타 사업과의 융합 및 시너지 창출이 쉽지 않습니다. 이는 한컴위드 내부 연구조직 구성에서도 디지털 포렌식은 분리돼 운영 중임이 확인되죠.

다만 지엠디소프트가 매각된다면 MD 시리즈의 안정적인 시장 장악력, 매년 10% 이상의 성장이 예상되는 디지털 포렌식 시장의 잠재력을 감안해 좋은 가격에 매각할 가능성도 기대해볼 수 있겠습니다.

한컴위드뿐 아니라 그룹의 중추인 한글과컴퓨터도 올해 대대적인 사업 개편에 나섰습니다. 한컴은 올해 5월 1095억원에 한컴MDS를 비롯해 △한컴인텔리전스 △한컴로보틱스 △한컴모빌리티 △한컴텔라딘 △스탠스 △해외 법인 등 총 11개 자회사의 주식 및 경영권을 양수도 계약을 플레이그램과 체결한 바 있습니다.

한컴MDS는 한때 한컴의 '효자'로 불렸죠. 하지만 수익성이 점차 낮아지고 신사업을 추진하던 관계사들 또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해 처분된 것입니다. 한컴은 대신 우주·메타버스·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등 새로운 신사업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컴MDS 매각 당시에도 메타버스 전문기업 한컴프론티스,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기업 한컴케어링크는 매각 대상에서 제외했죠.

그러나 알짜 사업의 연속적인 처분, 계속된 차세대 중심 투자 확대가 기대만큼의 장밋빛 결과를 낳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한컴그룹은 지난 수년 간 정체성의 혼란을 빚어왔습니다. 오피스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그동안 외연 확장은 △헬스케어 △블록체인 △주얼리 △항공우주 △메타버스 △모빌리티 △로봇 등 접점을 찾기 어려운 신사업들 위주의 문어발 형태로 이뤄졌으니까요.

문제는 이 가운데 이렇다 할 사업적 성과를 낸 곳은 한컴라이프케어 정도라는 점입니다. 그나마도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방역 마스크 판매량 급증에 따른 효과가 적지 않았고, 현재도 남은 한컴 계열사 간 사업 연계나 시너지 창출 구조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한컴위드의 이번 지엠디소프트 분할·매각 선택이 적정한 매각가 확보, 또 잃어버릴 매출을 상쇄할 수 있는 적절한 재투자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