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는 회사의 주력 사업인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의 매출이 감소했지만 향후 성장을 자신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MLCC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챙길만큼 그룹 차원에서도 관심을 두고 있는 사업이다.
MLCC는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전자제품의 부품들에게 전기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그만큼 MLCC를 필요로 하는 전자제품들도 많다. 스마트폰과 PC·노트북을 비롯해 각종 산업용 기기에 MLCC가 쓰인다. 전자제품이나 관련 부품들을 생산하는 다양한 기업들이 삼성전기의 고객사인 셈이다. 삼성전기의 MLCC는 컴포넌트 사업부가 담당하고 있다. 광학통신솔루션 사업부는 카메라·통신 모듈을, 패키지솔루션 사업부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을 각각 맡고 있다.
최근 컴포넌트 사업부의 연간 매출 추이를 보면 2019년 약 3조2000억원에서 2021년 4조8000억원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2022년에는 4조1000억원으로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 삼성전기의 고객사들이 재고 조정을 지속하며 주문량을 줄인 것이 주요 원인이다. 2023년도 경기 둔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분위기다. 이는 삼성전기로부터 MLCC를 구매하던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전장(자동차 부품)용 MLCC 시장은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의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자동차와 달리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는 배터리로부터 얻는 전력을 기본 동력으로 움직인다. 그만큼 효율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며 많은 MLCC를 필요로 한다. MLCC 제조사들이 전장 시장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삼성전기는 각종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부품사들에게 MLCC를 제공한다. 부품사들은 공급받은 MLCC를 자사가 생산하는 부품에 장착하고 이를 완성차 제조사에게 공급한다.
전세계 MLCC 시장은 일본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무라타는 전세계 MLCC 시장에서 약 40%의 점유율을 확보한 1위 기업이다. 삼성전기와 다이오유덴, TDK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삼성전기를 제외한 상위 기업들이 모두 일본 기업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기는 MLCC의 소형화·고용량화로 경쟁사들과의 차별화에 나섰다. 자동차 부품뿐만 아니라 전자제품에는 수많은 부품들이 탑재된다. 일반 소비자들이 쓰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비롯해 각종 산업용 기기에 탑재되는 MLCC의 크기는 작게 하고 공급·제어할 수 있는 전력량은 늘리는 것이 MLCC 경쟁력의 핵심이다. 삼성전기는 이러한 전략을 앞세워 주로 고급형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MLCC를 생산·공급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고부가가치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고객사들을 공략해야 매출을 늘릴 수 있고 일본의 MLCC 상위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회사의 전체 매출에서 연구개발(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연결기준 2020년 5.9%, 2021년 5.9%에 이어 2022년에는 6.1%로 늘었다.
미래 투자를 위한 실탄도 갖췄다. 2022년말 기준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6771억원으로 전년(1조1852억원) 대비 약 42% 증가했다.
2022년 4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43%로 3분기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부채비율은 자본총계에서 부채총계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업종과 기업에 따라 다르지만 200% 이하를 적정 부채비율로 본다. 총 차입금도 1조4213억원으로 3분기에 비해 0.5% 늘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중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은 8103억원이다.
차입금이란 일정 기간 내에 원금과 함께 이자를 지급한다는 채권·채무 계약에 따라 조달된 자금을 뜻한다. 갚아야 하는 원금과 이자가 포함된 빚이다. 삼성전기의 총 차입금 비율(자본총계에서 총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8%다.
한편 삼성전기는 1988년부터 MLCC를 개발·생산했다. 전기차 및 자율주행 기술 발달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전장용 MLCC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2018년 중국 텐진에 MLCC 2공장을 건설했다. 이 회장은 이달 24일(현지시간) 텐진의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전자부품 생산 공장을 점검했다. 그는 앞서 2020년과 2022년에는 각각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방문해 MLCC 생산현장을 점검한 바 있다.
삼성그룹은 부산을 MLCC용 핵심 소재 연구개발 및 생산을 주도하는 '첨단 MLCC 특화 지역'으로 육성하고 텐진은 전장용 MLCC 주력 생산 거점으로 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