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멀티태스킹
“저는 멀티스태킹(multitasking)이 되잖아요.”
머리 좋다고 과시하는 말 같은데 알고 보면 뇌를 망치는 일이란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멀티태스킹’의 위험성에 대해 알아봤다.
◇일의 기억 극히 떨어져

멀티태스킹의 대표적인 형태는 모니터에 여러 개의 창을 띄워놓는 것이다. 컴퓨터 모니터 두 대를 동시에 켜놓고 한 쪽에선 이메일을 쓰고, 남은 한 쪽에선 기사를 읽는 식이다. TV를 보면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유튜브 방송을 보면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렇게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잘하는 사람들에 대해 흔히 유능하다고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게 각종 연구의 결론이다.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에 따르면, 동시에 많은 정보에 노출된 사람은 한 번에 하나의 작업을 완료하는 성향의 사람보다 주의력이 낮고, 정보에 대한 기억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쁘게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고 난 뒤 정작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하는 건 이 때문이다. 스마트폰 보면서 영화 보는 사람들은 몇달 후 그 영화를 봤는지조차 헷갈려 한다. 집중력과 주의력이 떨어져 기억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일 정리가 안돼

멀티태스킹을 하면 여러 정보 가운데 쓸 데 없는 정보를 걸러내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바쁠 때 일을 정리하지 못해서 일 마치는 데 오히려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게 이 때문이다.
특히 일시 중단된 작업을 다시 시작해서 몰입하기까지 평균 23분 15초가 걸린다고 한다. 결국 멀티태스킹은 일의 일시 중단과 재개의 반복이고, 단 1초도 일에 몰입하지 못한다는 뜻이 된다. 겉으론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하지 않는 것이다. 잦은 작업 전환이 두뇌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지능지수 떨어트릴 위험

그 손실이 영구적으로 뇌에 남는다는 연구도 있다. 영국 런던대는 최근 멀티태스킹이 지능지수(IQ)를 낮춘다고 발표했다.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하도록 실험하자, 참가 남성들의 IQ가 15점 하락하면서 8세 어린이 평균 범위로 떨어진 것이다.
또 영국 서식스대 연구에 따르면, TV를 보면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여러 기기를 동시에 사용한 사람들의 뇌MRI를 찍어 보니, 공감과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뇌 피질이 위축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성지수가 매우 떨어지는 것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90%가 높은 감성지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일을 잘할수록 감성지수가 높은 것이다. 반면 멀티캐스팅을 잘하는 사람은 감성지수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므로, 멀티태스킹 잘 한다고 유능하다고 볼 수 없다.
◇모노태스킹이 답

전문가들은 인간의 뇌는 한 번에 한 가지 일을 하도록 디자인돼 있다고 설명한다. 뇌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모노(mono)태스킹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연령대가 높을수록 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 고령자는 멀티태스킹을 하다 보면 돈 관리나 집안 일 등에서 심각한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짧은 기간 동안 필요한 정보를 기억하고 꺼내 쓰는 능력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멀티태스킹을 하면 기억 문제로 사고를 칠 수 있는 것이다. TV보면서 약을 먹었다가, 그 사실을 잊고 같은 약을 한 번 더 먹는 식이다.
결국 모노태스킹으로 짧은 시간 동안 일을 연속으로 처리해 나가는 게 일을 가장 잘 하는 방식이다. 한 번에 여러 일을 처리하는 건 매우 비효율적이고 대체로 결과도 좋지 못한 것이다.
적당한 휴식도 중요하다. 일정 시간 간격을 정해서 일과 휴식을 번갈아 하는 것이 좋다.

뽀모도로 테크닉이란 게 있다. 25분간 한 가지 일에 몰두하고, 5분 휴식을 취하는 방법이다. 뽀모도로는 이탈리아 말로 토마토를 뜻한다. 토마토 모양으로 생긴 요리용 타이머를 이용해 25분간 집중 후 휴식하는 일 처리 방법에서 이름이 나왔다.
뽀모도로 테크닉을 할 때는 25분 간은 고도의 집중을 하는 게 좋다. 작업이 3초 이상 중단되면 작업을 수행할 때 오류를 범할 위험이 2배 높아지기 때문이다. 방해 받지 않는 환경이 중요하다. TV, 전화, 각종 알림을 차단하는 게 좋다.
또 쉴 때는 5분에서 10분 명상을 하는 등 뇌를 쉬게 해주고, 주의가 산만해지면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박유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