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기술까지 첫 공유…美, 英·호주와 안보동맹 과시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3. 3. 1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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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커스' 정상 첫 대면회의
美, 최신 버지니아급 핵잠
호주에 5척 조기 인도 결정
최신 관련기술 통합도 논의
"인도·태평양 안정 강화"
中 "NPT 신뢰 훼손" 반발

중국 견제를 위해 출범한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 간 안보동맹)가 호주에 핵추진잠수함(SSN)을 제공하는 계획을 앞당겨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중국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라며 즉각 반발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 3국 정상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정상회의를 진행한 뒤 핵추진잠수함 조기 인도를 골자로 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1년 9월 오커스 출범 이후 이들 정상이 직접 만나 회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국 정상은 회의를 마친 뒤 샌디에이고 해군기지 '포인트 로마'에 정박한 핵추진잠수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자유민주주의가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어떻게 안보와 번영을 보장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자 한다"며 "이번 협정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자유롭고 개방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는 세계의 약속을 다시 한번 입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커스가 발표한 이번 계획은 미국이 2030년대 초 버지니아급 잠수함 5척을 호주에 인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아울러 3국의 최신 잠수함 기술을 통합해 약 20년 뒤 영국과 호주에 차세대 핵추진잠수함 모델을 배치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미국이 자국 핵추진잠수함 기술 일부를 공유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발표된 계획이 실현되면 호주는 세계에서 7번째 핵추진잠수함 보유국이 된다.

3국 정상의 이번 발표는 세계 질서를 이끌어온 미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자국 영향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이에 세계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더 격화할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후 호시탐탐 대만을 노리고 있다. 실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흔들림 없는 조국 통일 추진을 위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 대한 외부 세력의 간섭과 대만 독립 지원 활동 등에 결연히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커스 회담 결과에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유엔 주재 중국대표부는 트위터에 "이번 협정은 호주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이번 발표는 전 세계가 약속한 비확산의 신뢰성과 실효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이번 협정이 특정 국가를 겨냥해 마련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중국 지도부가 대거 교체된 만큼 시 주석과 평화를 위한 소통을 하고 싶어하지, 갈등을 더 키우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결정은 전 세계 평화를 위해 오히려 도움이 되는 계획"이라며 "그 어떤 형태의 충돌이나 새로운 형식의 냉전 시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3국 정상은 이번 협정이 보다 확실한 안보를 보장하는 획기적 계약이라고 자화자찬했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을 상대로 실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호주가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받기까지는 최소 1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3국이 기술 교류로 제작할 예정인 차세대 모델이 현장에 배치되기까지 또다시 10년이 소요된다. 그사이 대만 침공과 세계 패권을 노리는 중국과 충돌을 피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비용도 호주에 부담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버지니아급 잠수함 1척 가격은 35억달러(약 4조6000억원)다. 호주 정부는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늘어나는 국방예산이 3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의 0.15%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에서 구입하는 핵추진잠수함 5척과 2042~2050년대 후반 호주에서 건조하는 잠수함 8척을 합쳐 총 13척의 핵추진잠수함 편대를 완성하는 데는 최대 2400억달러(약 313조7600억원)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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