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가 올 시즌 아시아쿼터로 영입한 대만 출신 좌완 투수 왕옌청이 시범경기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단돈 1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5억원에 데려온 이 선수가 한화의 새로운 히트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23일 대전에서 열린 NC전에서 왕옌청은 류현진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5이닝 동안 단 1실점만 허용하며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3피안타 1사구 4탈삼진이라는 깔끔한 기록으로 총 83구를 던진 그는 한화가 두 명의 투수만으로 경기를 끝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위기관리 능력까지 갖춘 완성형 투수

왕옌청의 진가는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났다. 6회 2사 후 연속 안타와 폭투로 2·3루에 주자를 둔 절체절명의 순간, 그는 흔들리지 않고 김형준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뛰어난 멘탈과 위기관리 능력을 과시했다. 8회에는 박건우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이후 세 타자를 연속으로 범타 처리하며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시범경기 3경기에서 기록한 평균자책점 2.92는 아직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다는 본인의 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수치다. NPB 라쿠텐 골든이글스 국제육성선수 출신인 그는 첫 등판에서 3이닝 3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후 두 경기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적응 중이지만 준비는 끝났다"

경기 후 왕옌청은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야간경기와 새로운 구장, 투수 마운드, 그리고 홈 관중들의 함성까지 모든 것이 낯설다고 했다. 특히 홈구장의 소리가 너무 커서 피치클락이 잘 안 들리기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의 각오는 확고했다. KBO의 ABS 시스템 적응과 함께 한국 타자들의 직구 대응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인정하며, 앞으로 상대 타자 분석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컨디션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폰세-와이스 조합의 재현

이날 한화의 투수 운용은 지난해 플레이오프 5차전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폰세와 와이스 두 명만으로 삼성 타선을 완벽히 제압했던 그 조합처럼, 류현진과 왕옌청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매듭지었다.

이러한 선발진의 빌드업은 정규시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펜 과부하를 막는 실질적인 대비책이 될 전망이다. 특히 왕옌청 같은 가성비 뛰어난 외국인 투수가 안정적인 이닝 소화 능력을 보여준다면, 한화의 투수진 운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5억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영입한 대만 좌완이 과연 올 시즌 한화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그리고 KBO 리그 유일의 대만 출신 투수로서 어떤 임팩트를 만들어낼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