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테르 효과를 아시나요?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는 사회적으로 존경받거나 유명한 사람의 죽음, 특히 자살에 관한 소식에 심리적으로 동조하여 이를 모방한 자살 시도가 잇따르는 사회 현상을 이릅니다. 지난 7월 서울 한 교사의 극단적 선택이 알려지고 교권 붕괴에 대한 우려가 이슈화되자 “과거 기억이 떠오른다.”며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낀 교사들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안타까운 소식 속에서 생각해 볼 점은 그가 오래도록 남몰래 정신과 진료를 받아 왔다는 점입니다. 이 교사의 유족 인터뷰를 실은 <국민일보>를 보면, 이 교사는 2019년 학기 초인 3월부터 학생을 지도한 일이 학부모의 민원에 부딪히게 됐고, 바로 그 1학기부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공교육 멈춤의 날’이 있던 지난 4일에도 그는 병가를 냈는데, 그는 이날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학교 현장에서 교육활동을 하던 중 학부모의 악성민원이나 관리자의 방관에 좌절해 우울증과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을 호소하는 교사들은 크게 늘어나 있습니다. 교사의 정신건강 문제는 오래전부터 공론화되어 왔는데요, 교원치유센터 및 교권보호지원센터에서의 교사 상담 건수는, 2022년 1만9799건으로 2배가 넘는 수치가 됐습니다. 심리치료 건수는 같은 기간 1498건에서 2165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이유로 비대면으로 수업했던 데서 벗어나 정상 등교가 시작된 이후 갈등이 많아졌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다만, 한편으로는 학부모들의 과도한 권리의식, 그에 반해 학생을 정당히 지도할 방편이 없는 교사들의 처지가 원인으로 분석되기도 합니다.
사진_ freepik
교사들의 정신건강과 스트레스 호소가 급증한 통계 속에서도 새겨 볼 만한 지점이 있습니다. 전국의 초중고 교사가 50만 명임을 감안하면, 이 가운데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가 2000명가량이라는 것은 4%에 불과한 수치입니다.
결국 문제에 봉착한 훨씬 많은 교사들이 심리치료와 상담 등을 이용하지 않고, 정신건강 문제를 그대로 두거나 참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대전 교사처럼 다른 곳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으며 회복을 강구하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다.
교원의 정신건강을 해결해 준다는 심리치료가 어려운 문제의 원인은 인력과 예산에 있습니다. 교원들의 심리치료 수요가 점점 늘어난다는 환경적인 요인에 맞춰 인력과 예산의 증원이 이뤄져야 하지만, 실제로는 심리 지원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교육직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의 정신질환 상병 사유 공무상 및 직무상 요양 건수는 크게 증가했습니다. 공립학교의 경우, 교사의 정신질환으로 인한 공무상 요양 인정 건수는 2020년 90건에서 2022년 160건으로 늘었습니다. 연이어지는 교사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보면서 그 실태와 원인에 보다 관심을 가지고 전문적인 개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합니다.
어려움은 교사 직군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닐 것입니다. 단기간에 여럿이 거듭해서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원인을 간편히 규정할 수 없고, 그 사이에 배제할 수 없는 인과관계의 고리들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심리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악성민원과 법적 조치 운운, 폭언과 욕설에 내몰린 감정노동자의 어려움을 이 사회 모두가 깨달았습니다. 콜센터나 백화점, 택배회사, 아파트 경비실에서 일하는 많은 노동자들의 심리적 어려움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많은 노동자들의 마음의 회복을 꾀하는 일, 지금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전형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