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들이 계신 이곳은 스마트 시설과 수작업 공정 효율화가 믹스된 공장입니다. 초고압 변압기 생산에 최적화된 스마트공장이죠."
이달 7일 찾은 울산 동구에 위치한 HD현대일렉트릭 500kV 스마트공장.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초고압 변압기는 미국, 유럽, 사우디아라비아 등 전 세계 발전소로 납품된다. 딱딱하고 무거운 고철 기계를 생산하는 곳이지만 제작 과정만큼은 스마트했다.
작업 효율성과 정확도를 극대화한 각종 설비 작업과 섬세한 수작업이 동시에 이뤄지는 이곳은 2020년 기존 리모델링을 마친 최신식 공장이다. 공장 소개를 맡은 양재철 HD현대일렉트릭 상무은 △레이아웃 개선을 통한 생산공정 최적화 △생산운영시스템(MES) 및 통합관제실 구축 △공장 외관 개선 △자동화를 통한 공정 개선 △생산·근무환경 개선 등 총 5개 분야의 최신화를 목표로 리모델링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로봇·디지털 설비 즐비…오차 줄이고 효율성 높였다
변압기는 전자유도작용을 이용해 교류전압을 변환시키는 정지유도장치로 자기회로인 철심과 전기회로인 2개 이상의 권선으로 구성됐다. HD현대일렉트릭은 각 발전소 및 변전소에 들어가는 유입식 전력변압기를 주로 생산한다. 이날 기자는 변압기 제조 과정을 직접 살펴봤다.

스마트 공장의 통합관제실로 들어서자 시험실 CCTV, 공장 내부 온습도관리, 주요설비 현황, 당일 작업 진행율 등 각종 데이터 수치들이 빼곡하게 적힌 대쉬보드가 보였다. 통합관제실임에도 현장 관리자는 따로 보이지 않았다. 통합관제실은 무인으로 운영돼, 관리자는 각자의 자리에서 모바일 또는 업무 PC로 언제든지 관제실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만약 이상 발생 시 관리시스템이 관리자의 휴대폰으로 실시간 알람을 전송한다.
다음 공간에서는 로봇이 철심 전기강판을 끊임없이 쌓아 올리는 적층(積層)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로봇은 HD현대일렉트릭이 세계 최초로 철심준비-적층-바인딩-기립까지 전 공정을 자동화설비 시스템으로 구현한 '철심자동적층설비'다. 오차 범위는 불과 1mm 내외 수준이다.

기존에는 작업자 4∼6명이 배치돼 양쪽에서 맞들어 철심을 쌓는 수동 작업으로 진행해온 일이지만 철심자동적층설비 한 대로 과거와 비교해 보다 손쉽고 정교한 적층 작업이 가능해졌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1차 가공품이 나오며, 직접적으로 전압을 변경시키는 권선이 구성된다. 보통 변압기 한 대에 작게는 6개부터 많게는 15개의 권선이 들어간다. 권선일괄 조립장에서는 1차권선에 절연물을 조립하고 2차권선을 삽입해 철심없이 권선만 일괄조립하는 공정이 진행된다. 중신 조립장에서는 철심에 권선을 삽입하고 상부 철심을 조립한다.

총조립장에서는 조립 작업이 한창인 작업자들의 모습과 이미 조립이 완료된 변압기가 보였다. 이곳에서 작업자들이 조립을 마치면 진공건조로에서 건조를 실시해 수분 제거 과정을 거친다. 이후 외함에 삽입하고 세부 악세서리류를 조립하게 된다.
변압기는 전기제품인 만큼 '물'과는 상극이다. 수분 관리를 철저히 해 내부에 수분이 거의 없도록 관리하는 게 관건이다. 일부 작업자들이 총조립장 벽면에 위치한 공조기를 통해 공장 내부 온습도 및 이물질을 관리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모든 조립과정을 거친 변압기는 성능 테스트를 위해 전면 도어를 지나 시험실로 입실한다. 이때 최대 500톤에 달하는 변압기를 옮기기 위한 '에어쿠션' 시스템이 등장한다. 바람을 넣은 쿠션을 활용한 이동 장치다. 과거에는 크레인과 운반대차를 사용해 변압기를 운반했지만 에어쿠션을 활용하면 여러 장비를 손쉽게 옮길 수 있다. 에어쿠션은 최대 800톤까지 운반할 수 있다.
조석 사장 '체질개선' 전략 주효…실적 점프
HD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HD현대중공업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가 인적분할한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출범 이후 탈원전 이슈, 중동 리스크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실적 부진에 허덕였다. 2018년과 2019년 2년 간 누적 적자만 2600억원에 육박했다.
2019년 취임한 조석 사장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강도 높은 경영혁신활동을 추진했다. 조 사장은 기존 매출 중심의 외형 성장 전략을 탈피하고 고수익 제품 위주의 '선별수주' 전략을 펼쳤다. 엄격한 품질 관리를 기반으로 한 선제 투자도 이어갔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19년 미국 알라바마 변압기 생산공장 증설을 마쳤다. 또 2020년 공정 효율화를 위한 울산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고 미국 애틀랜타 판매법인을 설립했다.

조 사장 주도 하의 전사적 혁신에 힘입어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분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실적 기지개를 켰다. 여기에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조905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90%에 달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05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1330억원)을 넘어섰다.
현장에서 만난 조석 HD현대일렉트릭 사장은 "조립 제조업을 하는 만큼 공장 여건이 녹록지 않고 이 과정에서 인력을 비롯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상존해있다“며 "하지만 미국, 중동 시장을 비롯해 HD현대일렉트릭이 잘할 수 있는 산업 분야를 기반으로 성과를 내 100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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