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토론 후 엇갈린 해리스와 트럼프 운명…경합주는 여전히 초박빙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 2024. 9. 2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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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일 부통령 후보 간  TV 토론이 ‘분수령’ 될 듯

(시사저널=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

2004년 미국 대선 당시 1차 TV 토론 직후 이상한 의혹이 퍼졌다. 네티즌들은 공화당 출신 부시 대통령 양복 상의 등 쪽 한가운데가 불룩 튀어나온 사진을 주목하며 부시가 비밀 이어폰을 끼고 참모진의 도움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의혹은 의혹으로 그치고 말았다. 부시가 TV 토론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부정행위 의혹이 끊이지 않았겠지만, 토론 성적은 상대 후보인 민주당 존 케리가 더 후하게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TV 토론은 민주당 존 케리 후보가 부시보다 잘했다는 평가가 45% 대 36%(ABC 방송), 53% 대 37%(갤럽)로 나왔다.

9월10일(현지시간) 진행된 해리스와 트럼프의 TV 토론 직후에도 비슷한 음모론이 나왔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공수만 바뀌었다. 공화당 트럼프 지지자들은 민주당 해리스 후보가 착용한 귀걸이를 문제 삼았다. 해리스가 귀걸이 모양의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나와 모종의 도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일체의 자료 지참이 금지된 터라 트럼프 지지자들은 합리적 의심이라고 믿는 듯했다.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런 의혹까지 제기된 건 아마도 이날 트럼프가 평소만큼의 공격적인 토론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9월10일 ABC 미국 대선 TV 토론에 나선 민주당 후보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

해리스 51% vs 트럼프 45%…벌어진 격차

이날 트럼프는 상대에 대한 공격 시간 29%를 기록해 46% 공세 기록을 보인 해리스에 비해 열세를 보였다. 지난 6월 바이든과의 토론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에 대해 공격 시간 44%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상당한 열세를 보인 것이다. 토론회에 나선 트럼프는 애초 악수도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트럼프는 '나는 백전노장이고 해리스 같은 애송이는 가볍게 이길 수 있다'는 자세로 등장했다. 일부러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면서 해리스를 압박하려 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트럼프는 쉽게 흥분하고 억지 주장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후보가 나란히 중계되는 화면에서도 해리스는 풍부한 표정을 보였다. 트럼프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기도 하고, 트럼프가 허튼소리를 한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기도 하는 등 훨씬 여유로워 보였다. 지난 6월 바이든을 상대로 한 토론에서 자신감 있고 여유로웠던 트럼프의 모습은 상대적으로 잘 포착되지 않았다. 

토론 직후 현지 언론들은 해리스의 판정승을 선언했다. CNN 조사 결과 해리스가 토론을 더 잘했다는 응답은 63%로 트럼프의 37%를 크게 앞질렀다. 토론 후 일주일이 지난 현지시간 9월17일 공개된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해리스는 51%, 트럼프는 45%를 기록했다. 해리스가 50% 박스권을 뚫으며 격차를 더욱 벌렸다. 지난 8월 이후 해리스의 상승세는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지시간 9월15일 트럼프에 대한 두 번째 암살 시도가 있었지만 극적인 상황 반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7월13일 첫 번째 암살 위협 당시 귓불에 총알이 스치고 얼굴에 피가 흐르는 상황에서도 허공으로 주먹을 불끈 쥐며 일어나 마치 대선 승리를 움켜쥔 듯했던 트럼프였다. 

이번 두 번째 암살 위협 직후에는 경호 실패나 총기 규제 이슈를 건드리는 대신 해리스가 자기를 '민주주의의 위협'이라고 불러 암살 시도가 일어났다며 해리스를 탓했다. 첫 번째 암살 위협 직후 불끈 쥔 주먹 제스처로 지지층을 결집했다면, 두 번째 암살 위협 직후에는 메시지로 지지층을 결집하며 판세를 역전시키려는 시도로 읽히는 모습이다. 

실제로 두 번째 암살 용의자 체포 4시간 후 트럼프 캠프 재무팀은 기부를 할 수 있는 버튼이 포함된 이메일을 유권자들에게 발송하기도 했다. 두 번이나 암살 위협을 당했지만 결코 굴하지 않고 끝까지 선거전을 이어가려는 의지는 대단해 보인다. 해리스에게 현재 뒤지고 있지만 40%대 중반 이상의 지지율을 항상 유지하고 있는 것도 트럼프가 선거 캠페인을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최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는 아직도 혼전

9월10일 토론 직전에 공개된 뉴욕타임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은 큰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63%였는데, 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는, 트럼프가 51%로 25%인 해리스보다 훨씬 높았다. 해리스가 현재 승기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남은 기간 바이든 행정부와의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9월10일 토론회 말미에 트럼프가 "해리스와 바이든은 똑같다"(She's Biden)고 직격한 이유도 해리스의 이런 약점을 공략한 것이다. 

전국 지지율에선 해리스가 트럼프를 앞서고 있지만 여전히 경합주에서는 두 후보가 초접전을 벌이고 있어 트럼프의 '해리스·바이든 하나로 묶기' 공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 맹폭이 경합주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만 있다면 선거 결과는 얼마든지 요동칠 수 있다. USA투데이는 9월11~1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에서 해리스가 49%의 지지를 받아 46%를 기록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소폭 앞선다고 밝혔다. 반면 여론조사 업체 인사이더어드밴티지가 9월14~15일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트럼프 지지율이 50%로 해리스(48%)를 2%포인트 앞섰다. 

7개 경합주 중 선거인단이 가장 많이 걸린 펜실베이니아(19명)의 판세는 이처럼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뉴욕타임스가 집계한 9월17일 기준 경합주(펜실베이니아·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미시간·애리조나·위스콘신·네바다) 주요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도 해리스·트럼프 간 격차가 0~3%포인트로 모두 초박빙이었다. 해리스 캠프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10월1일로 예정된 '밴스 대 월즈' 부통령 후보 간 토론회 전후로 해리스 캠프는 살얼음판에서 벗어나기 위한 '결정적 한 방', 트럼프 캠프는 지지율 추월을 위한 '마지막 스퍼트'에 진력할 것이다. 그래도 10월 한 달이 온전히 남은 상황이며, 막판까지 시계 제로일 가능성이 높다. 양 캠프 관계자들 그리고 해리스와 트럼프 두 사람에게도 인생에서 가장 긴 10월로 기억될 것이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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