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재집권'은 국제 사회에 어떤 의미일까?
현재 여론조사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며 재집권할 수도 있어 보인다. 물론 결과를 예측하긴 아직 너무 이르다.
누가 되든 간에 미 대선 결과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음 달 열릴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될 전망인 트럼프 후보는 자신의 계획에 대해 늘 자세히 밝힌 바 없다.
그러나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정책과는 여러모로 다르리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중 일부를 살펴봤다.
트럼프의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까?
우선 트럼프는 2022년 러시아의 전면적인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어온 미국의 우크라이나를 향한 수십억 달러 규모 군사 원조에 대해 오랫동안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온 인물이다.
재임 시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칭찬한 적도 있는 트럼프는 자신이 당선되면 “24시간 이내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한 적도 있다.
어떻게 종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 설명한 적은 없지만, 그의 이러한 발언은 미국이 빼앗긴 영토를 양보하도록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앞서 미 의회에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600억달러(약 83조원) 어치 군사적 지원을 포함하는 법안이 수개월간 그의 공화당 내 지지자들에 의해 계류됐다가 지난 4월 간신히 통과됐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별다른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의 동지로 유명한 오르반 빅토르 현 헝가리 총리는 지난 3월 플로리다를 방문해 트럼프를 만난 뒤 트럼프가 자신이 당선되면 우크라이나엔 “한 푼도 주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오르반 총리의 발언에 대해 트럼프는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이 먼저 공평하게 나서지 않는 한 나는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를 돕고자 노력”하겠지만, 유럽이 “공평하게 몫을 해내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러한 군사 지원 삭감은 공화당 지지자들의 생각과도 일맥상통한다. ‘퓨 리서치 센터’가 지난달 8일 발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의 49%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쓰는 비용이 너무 많다고 답했는데, 민주당 유권자의 경우 같은 답을 내놓은 비율은 17%에 불과했다.
영국 로열 할러웨이 대학교에서 국제 관계를 연구하는 미셸 벤틀리는 트럼프의 이러한 메시지가 이미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 있다며, 일례로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에 힘입어 “벌써 대담해지고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의 미국은 NATO를 탈퇴할까?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32개국으로 구성된 군사 동맹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트럼프가 특히 싫어하는 것 중 하나다.
재임 시절엔 다른 회원국들이 GDP의 최소 2%를 방위비에 할당한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미국은 NATO를 탈퇴하겠다며 공공연하게 협박하기도 했다.
NATO 헌장에 따라 회원국 일방에 대한 무력 공격은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올해 2월, 트럼프는 “돈을 내지 않는” 국가는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원하는 마음대로 하라고” 러시아를 부추길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트럼프의 대선 캠페인 웹사이트에선 트럼프가 NATO의 목적과 임무를 “근본적으로 재평가”하고자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트럼프의 미국이 NATO에서 탈퇴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영국의 안보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에드 아놀드 연구원은 유럽 내 주둔 중인 미군 규모를 축소하거나, 러시아가 NATO 회원국을 공격할 경우 미국의 대응에 일정한 조건을 붙이는 등 탈퇴 외에도 트럼프가 “NATO를 약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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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옥에서 미국 대선에 출마할 수 있을까요? 네, 이들이 그것을 해냈습니다.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약속한 트럼프
한편 집권 당시 공격적인 이민자 정책을 펼쳤던 트럼프는 이번에도 집권하면 더욱더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취임 첫날부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내 이민자 추방 작전을 시작” 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적법한 서류가 없는 이민자의 자녀로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권을 지닌 이들의 시민권을 빼앗고,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을 벌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과거 논란을 일으켰던 여행 금지 조치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부 주요 이슬람 국가 출신 시민들의 미국 여행을 금지한 바 있다.
이제는 사라진 ‘미국 이민 및 귀화국’의 국장이자 현재 워싱턴 DC 소재 ‘이민 정책 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는 도리스 메이스너는 “대부분이 수십 년간 미국에 살아온 수백만 명에 달하는 이민자들뿐만 아니라 트럼프는 합법적인 이민자 수도 줄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트럼프는 제임 당시 미국의 난민 재정착 프로그램을 중단했는데, 메이스너는 재집권 시 다시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메이스너는 과거 집권 당시 실시한 여행 금지 조치에 대해 법원이 개입했듯이 이러한 계획 또한 법적 장벽에 부딪힐 것으로 봤다.
또한 이러한 대규모 추방 계획은 “연방 정부엔 트럼프가 약속한 정도의 많은 인원을 구금하고 추방할 수 있는 자원이 없다는 현실에 정면으로 부딪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어떨까. 그는 이민자 문제에 있어 좀 더 “인도적인” 정책을 약속했으며, 트럼프 시기의 여러 국경 정책의 집행을 중단하거나 철폐했다. 그러나 여론 조사 결과 민주당 유권자들 또한 이민자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기에 바이든은 섬세하게 균형을 잡을 수밖에 없다.
일례로 이번 달 바이든 대통령은 망명 요청 없이 불법으로 미국에 입국한 이들을 당국이 신속히 추방할 수 있다는 내용의 명령을 내렸다. 2주 뒤엔 미국 시민의 배우자이지만 서류가 미비한 수십만 명이 추방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스라엘을 계속 지원할까?
집권 당시 트럼프는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의 우파 내각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일례로 미국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밝히며 수십 년간 이어온 미 당국의 공식 입장을 뒤집었으며,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기까지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직 되돌리지 않은 이 두 행동에 대해 팔레스타인 측은 예루살렘의 지위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에서 미국이 한쪽 편을 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트럼프는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 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에 대해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이러한 유대인 정착촌은 대부분의 국가가 국제법상 불법으로 간주하나, 이스라엘은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부분이다.
아울러 트럼프 정부는 이스라엘과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수단, 모로코 등 ‘아랍연맹’ 소속 4개국 간 관계 정상화 협정의 중재자로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지난 2020년 대선 이후 자신이 아직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동안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당선자에게 축하 전화를 걸었던 것에 대해 트럼프가 앙심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본다.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 이후 트럼프는 네타냐후 총리가 전혀 “준비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고 비난하기도 했으며, 레바논 내 무장 이슬람 단체인 ‘헤즈볼라’에 대해 “영리하다”고 말하며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공화당 인사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트럼프는 계속해서 자신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강조하지만,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내 하마스에 대해 “자신들이 시작한 일을 끝내야 한다”, “홍보 전쟁에서 지고 있기 때문에 빨리 끝내야 한다”는 식의 발언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는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스라엘의 전쟁이 일어날 경우 “이스라엘을 보호”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이스라엘과의 협상 계획에 대해선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집권 당시 트럼프는 이란 핵 협상에서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이란의 가장 막강한 군사령관인 가셈 솔레이마니 암살 작전을 승인했다.
트럼프는 중국을 더욱더 압박할까?
재임 당시 중국과의 치열한 무역 전쟁을 촉발한 바 있는 트럼프는 재선에 성공할 경우 중국산 제품에 대해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엔 미국 내 인프라의 “모든 중국산 제품 구매를 막기” 위해서 “새로운 제한 조치를 공격적으로” 내놓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남중국해 및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부 트럼프 측근들은 미국의 안보 정책이 더욱더 중국에 집중하길 바란다.
트럼프 집권 당시 국방부 고문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공화당 내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내는 안보 전문가인 엘브리지 콜비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적인 성향의 콜비는 미국이 중국에 최우선으로 집중하길 바라는 공화당원 중 하나다.
“그저 우크라이나를 저버려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콜비는 “다만 중국이 러시아보다 미국의 국익에 훨씬 더 큰 위협이 되는 현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이 최우선 순위가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이 점을 잘 알고 있으리라” 확신한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대만의 경우 자체적인 헌법과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가 있는 섬이지만, 중국은 언젠가 다시 통일될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한다. 그리고 대만을 집어삼키고자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역사적으로 미국 정부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의도적으로 불분명한 입장을 보여왔다. 그중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며 가장 분명한 목소리를 낸 지도자다.
트럼프는 이러한 중국 침공 시나리오에 대한 자신의 대응을 밝히기 거부했다. 그러나 2016년 대선에서 승리했을 당시, 대만과 외교적인 관계는 맺지 않는다는 미 당국의 오랜 노선과 달리 대만 총통의 당선 축하 전화를 받으며 중국의 불만을 산 바 있다.
환경 정책은?
한편 트럼프 집권 당시 미국은 2015년 맺은 ‘파리 기후 협정’에서 탈퇴했다. 바이든이 당선돼 이를 되돌렸으나, 트럼프의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다시 탈퇴할 계획이라고 한다.
트럼프는 ‘(석유를) 더 파! 더 파!’라며 화석연료 확대로 에너지값을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당선 이후 환경운동가들의 “바보 같은 소송”을 중단하는 한편 풍력발전 보조금을 중단하고,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 생산업자들에 대한 세금을 인하하고, 바이든 현 대통령이 도입한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없애겠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데이비드 G 빅터 교수는 지난 30년간 기후에 대해 이토록 극명한 의견 차를 보인 대선 후보들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의 수석 저자이기도 한 빅터 교수는 트럼프의 승리는 미국의 기존 기후 목표 도달에 “재앙”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는 동맹국들을 소외시킬 것”이라는 빅터 교수는 “그렇기에 패닉 상태가 찾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향력 있는 기후 변화 웹사이트 ‘카본 브리프’의 사이몬 에반스 부편집장은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미국이 국제 기후 약속을 지킬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봤다.
에반스 박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돼도 미국은 기후 목표에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더 큰 격차로 목표 달성에 실패하리라는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청정에너지 및 기후 이니셔티브에 무려 3000억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기후 운동가들은 알래스카 내 유전 개발 사업인 ‘윌로우 프로젝트’를 허용하는 등 바이든 대통령이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을 늘렸다고 보기도 한다.
이에 대해 빅터 교수는 “개인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마도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거의 확실시될 만큼의 대담한 배출량 감축 약속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 정책에 관해선 역사상 그 어떠한 행정부보다도 더 많은 일을 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