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타이 가죽 유물, 사람 피부였다

유라시아 일대에 번성했던 유목민족 스키타이인의 무덤에서 발굴된 가죽 일부가 다름 아닌 인간의 피부로 확인됐다. 학계는 이번 발견이 스키타이인의 문화와 생활을 규명할 좋은 자료라고 반겼다.

미국 필라델피아 펜 뮤지엄(Penn museum) 인류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9일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서 인간의 피부로 파악된 스키타이인 분묘 속 부장품을 소개했다.

연구팀은 동유럽 각지의 쿠르간에서 나온 가죽 45점을 면밀히 조사했다. 쿠르간은 폰토스-카스피 스텝 지역에서 발생해 중앙아시아와 남서유럽을 제외한 유럽 전역에 퍼졌던 스키티아 왕국의 분구 양식이다. 스키타이인이 말을 가축으로 삼은 최초의 증거가 나온 시설 역시 쿠르간이다.

타고난 기마술과 궁술로 유명한 스키타이인은 사람 피부로 도구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pixabay>

스키타이 문화를 오래 조사해 온 연구팀은 여러 지역의 쿠르간에서 모은 가죽 조각들을 면밀히 분석했다. 각 샘플의 단백질 조성을 들여다본 연구팀은 일부가 인간의 피부임을 알아냈다.

조사에 참여한 마리나 드라간 연구원은 "스키타이인은 헤로토도스의 묘사대로 인간의 피부를 이용해 도구를 만든 듯하다"며 "유럽과 아시아의 다양한 정착 사회를 연결해 준 스키타이인이 사람의 피부를 적극 활용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발견"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동아시아에서 상업 경로를 통해 전해진 소문을 통해 스키타이인에 관한 기록을 여럿 남겼다. 스키타이인은 기마술이 뛰어나고 말 위에서 활을 쏠 수 있으며, 말을 숭배했음을 분명히 전했다.

유라시아의 다양한 지역 쿠르간에서 발굴된 가죽 조각들. 일부가 사람의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펜뮤지엄 공식 홈페이지>

또한 헤로도토스는 스카타이인이 전투에서 이길 경우 적의 머리를 베어 피를 마셨고 잘려나간 머리를 전리품처럼 거래했다고 적었다. 그 피부를 벗겨 옷을 짓거나 화살통 덮개로 썼다고 기술했다.

마리나 연구원은 "우리가 분석한 가죽 샘플 중 약 26%는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다"며 "나머지의 대부분은 염소 가죽이었고 양피도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말 등 다양한 동물 가죽이 확인됐고 4%는 인간 피부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번에 조사된 45개 가죽 샘플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보여주는 분포표. 4%가 사람 피부였다. <사진=펜뮤지엄 공식 홈페이지>

이어 "인간 가죽은 스키타이인이 화살통 위를 덮는 데 쓴 듯하다"며 "쿠르간에서 나온 다른 화살통의 경우 동물 가죽으로 감싼 것도 많다는 점에서 스키타이 전사는 동원 가능한 재료를 자유롭게 이용한 듯하다"고 덧붙였다.

학계는 이번에 확인된 인간 피부가 스키타이인의 문화와 풍습을 명확히 할 자료라고 평가했다. 스키타이인에 대한 이미지는 연구가 거듭되며 정립되고 있는데, 2021년 다른 팀의 조사에서는 유목생활을 한 것은 극히 일부의 스키타이인일 가능성도 떠올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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