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죽음을 막기 위해 반복된 날을 보낸 소년

조회 3,1562024. 12. 11.
▲ 영화 <루프> ⓒ (주)이놀미디어

[영화 알려줌] <루프> (The Loop, 2024)

늘 무표정한 얼굴로 학교생활을 하던 고등학생 '세종'(이효제)의 일상은 친구 '진수'(정지훈)의 죽음 소식과 함께 산산조각 난다.

충격으로 쓰러진 '세종'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하루 전으로 돌아와 있다.

'진수'를 살리기 위한 '세종'의 필사적인 노력은 매번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필리핀 국적의 어머니를 둔 다문화가정 출신인 '진수'는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밝은 성격이었으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크게 달라졌다.

'세종'은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진수'의 변화 이면에 숨겨진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자신이 괴롭히던 학교폭력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이 친구의 죽음을 막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 내용을 그린 <루프>는 한국 사회의 아픈 단면을 정면으로 마주한 영화다.

한국영상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구상범 감독은 학생 상담 과정에서 마주한 충격적인 현실에서 영화의 모티프를 얻었다.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과거의 학교폭력으로 인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는 그의 말은, 영화가 단순한 허구가 아님을 보여준다.

2018년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루프>의 기획 과정은 철저했다.

구상범 감독은 현직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 취재를 진행했으며, 한국영상대학교 학생들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현세대의 정서를 정확히 포착하고자 했다.

3개월에 걸친 캐스팅 과정에서는 200명이 넘는 배우 지망생들을 만나며 각 캐릭터에 완벽히 부합하는 배우를 찾아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세종' 역에는 소지섭, 강동원의 아역을 맡았으며, 이후 다수의 작품을 통해 어엿한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한 이효제가 맡았다.

이효제는 "오디션으로 발탁이 됐는데, 찍을 수 있다는 작품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타임루프물이라는 점이 신선했고, '세종'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평소에는 대본보다 인물이 가진 정서에 집중해서 연기하는 편인데, 이 작품만큼은 항상 대본을 읽으며 지금 찍는 장면이 몇 번째 '루프'인지 확인했어야 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예민하고 피폐해지는 '세종'의 정서를 유지하기 위해 먹는 양을 대폭 줄이고, 현장에서 더욱 깊게 집중했다"라고 밝혔다.

'김진수' 역의 정지훈은 <신과함께> 시리즈의 '허현동', <덕구>(2018년)의 '덕구', <사자>(2019년) 속 악령에 깃든 소년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정지훈은 "하루에도 몇 번씩 대본을 읽고, 혼자 촬영 장소에 남아 상황을 상상해 보기도 하며 '진수'에게 몰입했다"라면서, "계속 생각하다 보니 '진수'는 끼니도 거르며 살아갈 것 같아 체중을 5kg 정도 감량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늘 자신감이 없을 거로 생각해서 몸을 일부러 구부정하게 표현했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혼란스러울 때면 손톱을 뜯는 습관이 있다고 설정했다. 정말 감사하게도 감독님께서 나의 의견들을 존중해주셔서 이를 표현할 수 있었다"라고 뒷이야기를 소개했다.

<루프>의 제작진은 '타임루프'라는 이색적인 소재에 관객들의 몰입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자 오랜 레퍼런스 연구와 섬세한 촬영, 그리고 색 보정과 음악에 큰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구상범 감독은 "<루프>의 대본을 쓰고 연출하면서 시간을 소재로 사용하는 작품은 장르 상관없이 다 보면서 참고했다"라고 전했다.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년), 로맨틱 코미디 <어바웃 타임>(2013년), SF 액션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년), 멜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2016년), 미스터리 호러 <트라이앵글>(2018년)까지, 수많은 타임루프 명작들을 자양분 삼았다고.

그렇게 <루프>는 타임루프라는 장르적 설정을 통해 학교폭력과 차별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시간을 되돌리는 판타지적 설정은 단순한 장치를 넘어, 우리 사회가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폭력의 순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이를 극복하려는 인물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통해 희망의 가능성을 제시한 작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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