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길 횡단보도 내달린 '번개맨'…휠체어 시민 밀어준 버스기사
[앵커]
휠체어를 타고 긴 횡단보도를 시간 내 건너기가 쉽지 않죠.
그것도 야간에 비가 세차게 내린다면 더 그럴 겁니다.
휠체어를 탄 시민이 버스기사의 도움으로 무사히 횡단보도를 건넌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기사의 행동이 너무도 재빨라 이 장면을 목격한 한 시민은 '번개맨' 같았다고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김선홍 기자가 그 번개맨을 만나고 왔습니다.
[기자]
왕복 10차선 횡단보도 위로 수동 휠체어를 탄 시민이 천천히 반대편 인도를 향해 이동합니다.
우산을 쓴 시민들 사이로 비를 맞으며 건너가는데, 힘에 부치는지 가다서다를 반복합니다.
곧 신호가 바뀌고 반대편 차량과 부딪힐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
이때 신호대기 중이던 10년 차 버스기사 이중호 씨의 눈이 번쩍 띄었습니다.
휠체어와 신호등을 번갈아 살피던 이 씨, 승객들에게 잠시 기다려달라며 양해를 구한 뒤 급히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휠체어로 달려가 쏜살같이 밀어 건너편 인도로 옮겨놓습니다.
이 씨의 선행은 우연히 현장을 목격한 유명 아동문학평론가가 자신의 SNS에 '번개맨 같았다'고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습니다.
<이중호 / 버스기사> "(번개맨이란 호칭 어떤 것 같으세요?) 글쎄요, 빠르기는 했죠. 빠르긴 했는데 워낙 긴박했던 상황이라…."
버스회사 온라인 게시판에도 칭찬 글이 이어졌지만, 이 씨는 다른 기사들도 똑같이 행동했을 거라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이중호 / 버스기사> "그 상황이었으면 저 아닌 다른 기사분이 있었어도 똑같이 행동했을 거고요, 그 시간에 제가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다…."
폭우 속에서 도움을 주고도 자신을 기다리는 승객들 생각에 간단한 인사조차 못 나누고 돌아왔던 이 씨, 그때 미처 전하지 못한 말이 있었습니다.
<이중호 / 버스기사> "어떤 급한 일이 있으셔서 그렇게 하셨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위험해요…앞으로는 보호자분들과 같이 안전하게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연합뉴스TV 김선홍입니다. (redsun@yna.co.kr)
[영상취재 기자 김세완]
#버스기사 #선행 #휠체어 #횡단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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