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골프는 '간절함의 대결'… LPGA 수완나푸라 vs 루시 리 

방민준 2024. 9. 3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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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 우승 경쟁
2024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 우승을 놓고 연장전을 치른 루시 리와 재스민 수완나뿌라의 모습이다. 우승은 재스민 수완나뿌라가 차지했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28~30일(한국시간) 미국 아칸소주 로저스의 피너클CC서 열린 LPGA투어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의 결과를 보며 골프는 '간절함의 대결'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마지막 3라운드에서 11언더파 60타를 몰아친 루시 리(21·미국)와 하루에 10타를 줄인 재스민 수완나푸라(31·태국)가 최종 합계 17언더파 196타 동타를 이뤄 두 번째 연장전에서 수완나푸라가 이글을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수완나푸라는 우리에겐 덜 알려졌지만 태국 여자골프 강자 중의 하나다. 5세 때부터 아버지 영향으로 골프를 시작, 아시아 투어와 유럽투어를 거쳐 2011년 LPGA Q스쿨을 한번 만에 통과한 뒤 2부 리그인 시메트라 투어에서 2승을 거둬 2012년부터 LPGA투어에서 뛰기 시작했다. 꾸준하게 시드를 유지하다 2018년 마라톤 클래식에서 첫 승을, 2019년 다우 그레이트 레이크스베이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우승과 인연이 없다가 5년 만에 통산 3승째를 올렸다. 주타누간 자매와 아타야 티티쿤, 페티 타바타나깃 등 후배 선수들에 밀리고 있던 그에게 LPGA투어에서의 생존을 위해 1승은 간절했다. 미국인 남편 마이클 데이비드 토마스가 직접 캐디를 맡고 나선 것도 그 간절함 때문이었다. 



 



함께 연장전을 펼친 루시 리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알려진 골프 신동이었다. 주니어시절 골프코스에 나타나는 것만으로  화제를 몰고 다녔던 그는 참가하는 대회마다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웠고 골프 팬들은 그의 등장과 성장을 보며 경탄을 금치 못했다. 



 



2018년 16세 8개월 나이에 제73회 US 여자오픈에 아마추어로 출전, 공동 48위로 컷을 통과했고 4라운드 합계 11 오버파 299타로 공동 55위를 기록했다. 여러모로 타이거 우즈나 미셸 위를 연상케 했다. 골프의 천재성을 두고 말하자면 타이거 우즈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천재 골프 소녀들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루시는 홍콩계 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컴퓨터사이언스 박사로 컴퓨터 컨설턴트와 주식 중개 일을 하고 있고 어머니는 디자인을 전공해 휴렛패커드에 근무하기도 했다. 홈 스쿨링으로 골프 외에 탁구, 다이빙, 체조, 음악, 댄스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다 7살 때부터 골프채를 잡은 뒤 천재성을 발휘, 각종 기록을 깨나갔다. 



 



2013년 미국 아마추어 퍼블릭 링크스 챔피언십에 출전했는데 그때 나이가 10세 10개월 16일로 미셸 위가 갖고 있던 최연소 기록을 7일 앞당겼다. 이듬해인 2014년 11세 8개월의 초등학교 6학년생으로 US 여자오픈에 출전, 최연소 출전기록을 세웠다. 그 전 US 여자오픈 출전 최연소 기록은 1999년 모건 프레슬의 13세, 2007년 렉시 톰슨의 12세다. 13세 때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US 여자오픈에 참가한 미셸 위의 기록도 크게 앞지르는 기록들이다. 



 



그의 스윙은 교과서적인 균형 잡힌 스윙과는 거리가 멀다. 지나치리만큼 오버스윙을 하고 몸통의 회전을 극대화시켜 나이와 체격을 초월하는 비거리를 만들어낼 줄 안다. 그의 드라이브샷을 보면 허리가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다. 



 



이밖에도 2016년 주니어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주니어 라이더컵(미국과 영국 대항전)에 출전해 승리에 힘을 보태는가 하면 2017년에는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 초청되어 아마추어로는 유일하게 컷 통과에 성공했다. 같은 해 주니어 솔하임컵(미국과 유럽 대항전) 대회에 참가해 승리를 견인했다. 



 



2022년 LPGA투어 Q시리즈를 공동 17위로 통과, 2부리그인 앱슨투어에서 2승을 거두며 상금순위 3위로 2023년 LPGA투어로 진입했으나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20개 대회에 참가해 12번 컷 통과하고 8번 실패했다. 톱10에 단 한 번 들었다. 



 



리디아 고나 브룩 헨더슨을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그에게 이번 LPGA투어에서의 1승은 간절했다. 그 기회가 찾아왔으나 스완나푸라의 연장 두 번째 홀에서의 완벽한 이글 샷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우승에 대한 간절함으로 말하면 한국 선수들도 예외일 수 없다. 2020년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서 LPGA투어 12번째 우승 트로피를 품은 뒤 4년 가까이 무승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세영(31)도 올 시즌 최고 성적인 3위를 기록했지만 우승이 간절한 상황이다. 전인지 김효주 신지은 지은희 안나린 임진희 이미향 등도 그 간절함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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