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 먹고 살 찌진 않듯, 성적 부진엔 원인이 있다 [ESC]
최근 대회 3연속 8강 탈락 ‘패배감’
감독님 “노력에 비해 성장 더뎌”
기본기·정기 훈련 시간 확대 처방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이 생각해 보셔야 하죠. 내가 뭘 물처럼 먹었는가?” 인터넷 좀 한다(?)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음성 지원이 될 문장이다. 다이어트를 이야기할 때 온라인상에서 자주 보이는 밈으로 나른하게, 그러나 매우 단호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다. 이 문장이 주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우리는 때때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엉뚱한 데서 원인을 찾곤 한다는 점이다. 나긋하면서도 뼈를 때리는 이 문장이 요즘 자꾸만 내 귓가를 스친다. 다이어트를 하느냐고? 아니, 풋살 때문이다.
어떤 노력을, 얼마큼 기울였나
최근 나가는 대회마다 결과가 좋지 않다. 3연속 8강 탈락이다. 지난 4~6월만 해도 우승에 가닿진 못해도 입상권 안에는 들었는데 자꾸만 8강에서 떨어지니 매번 느끼는 패배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서로 북돋우며 추가 기본기 훈련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보강 운동까지 하면서 노력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아무래도 스스로 물어야 할 것 같다. ‘나는 어떤 노력을, 얼마큼 기울였나?’
지난달 28일, 우리 팀은 9월 두 번째 대회에 출전했다. ‘게토레이 우먼스 5대5’ 대회는 전국구로 예선이 진행되고 각 지역 3등까지 본선에 진출하게 되는 꽤 규모가 큰 대회다. 지역에서의 1박2일도 아니고 서울에서 하루 만에 끝나는 귀한 대회(경기 시간이 너무 짧은 건 아쉽지만)인 만큼 좋은 결과를 내고 싶었다.
예선 조별리그는 5개 팀 4개 조로 조별리그에서 각 조 한 팀만 떨어지는 구조라 부담이 적었다. 하지만 조별리그 첫 경기 내용이 예상 밖으로 엉망이었다. 단판 10분 만에 승부를 봐야 한단 생각 때문인지 플레이가 다소 급하고, 패스 미스도 잦았다. 나부터 잦은 패스 미스에 평소라면 하지 않을 킥인 파울까지 실수를 연발하고 있었다. 결과는 다행히 1대0 승리. 정신없는 플레이 속에서도 실점하지 않고 한 골을 넣어 겨우 이겼다.
승리라는 결과와는 별개로 답답한 마음이 컸다. ‘왜 이렇게 경기가 안 풀리지?’ “우리가 더 높은 레벨로 가려면 연습한 움직임으로 쉽게 풀어갈 수 있어야 해.” 훈련해 온 것들을 해볼 생각도 못 하고 버벅거리는 우리를 보니 감독님도 답답한 모양이었다. 같이 들어갔던 은비와 희정, 서영에게 경기가 잘 안 풀린 이유가 무엇인지 묻기도 했다. 상대 압박이 강하지 않은데도 급하게 전개하려는 것 같다는 의견이 오갔다. 서로의 의견을 들으며 남은 경기를 잘 치러보기로 했다.
다행히 그 다짐이 무색하지 않게 다음 경기 각각 4대0, 0대0, 1대0으로 조별리그를 2승1무로 마치며 조 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나는 다른 일정이 있어 본선 경기부터는 뛰지 못했는데, 결론적으로 우리 팀은 16강에서 승리 후 8강에서 패배하며 본선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예선을 거뜬히 통과할 것이라 생각했기에 결과가 주는 실망감은 컸다.
실은 이 실망감의 크기란 이번 한 번의 결과만을 두고 커진 것이 아니다. 지난달 7일 있었던 시민리그에서도 본선 진출 후 8강에서 고배를 마셨기 때문에 우리 안에 조금씩 쌓여있던 실망감이 한층 더 커진 것이었다. 그 대회가 끝나고 감독님은 모두를 모아 놓고 “다들 좀더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몇몇 팀원을 꼽으면서는 운동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노력. 우리는 종종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노력이 정말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충분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는 어떤 노력을, 얼마큼 기울였나? 나는 감독님으로부터 근력과 파워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왔다. 7월 에프케이(FK)컵 대회를 앞두고 힘을 기르고 싶어 퍼포먼스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는 센터를 찾았다. 두 달간 개인 운동을 하면서 내가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이유를 찾고 몸을 쓰는 방식을 새로 익히기도 했다. 운동을 하니 근력도 자연스레 따라왔다. 짧지만 목적이 분명한 운동을 하면서 피치 위에서 폭발력 있게 뛰고, 몸싸움을 해내는 데 자신감이 붙었다.
우리가 놓친 것은 무엇인가
훈련은 주 1회 팀 정기 훈련에만 참여해 왔다. 기본기를 위해 30분 정도 일찍 나가곤 했지만 그 이상으로 시간을 쓰진 않았다. 감독님이 운영하는 아카데미의 다른 반에도 나갈 수 있었는데 나는 자주 나가는 멤버는 못 되었다. 집에서 10분 거리인데도.
대신 대회나 친선 경기를 찍은 우리 팀의 경기 영상 리뷰는 잊지 않고 했다. 적어도 한 번은 꼭 보면서 복기했다. 한 번은 자정이 지난 시간에 댓글을 와다다 달아두어 팀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때는 이렇게 움직이면 더 좋았겠군’, ‘아 패스 세기가 여전히 약하네’ 부족한 점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감독님께 물어보며 더 나은 경기 운영에 대해 고민했다. 그 덕에 전술과 움직임에 대한 이해는 가장 좋다고 칭찬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들이 쌓여 분명 전보다 나은 나를 만들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진단해보면 훈련 시간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부족한 볼 터치와 패스가 그 필요를 말해준다. 10월부터는 월요일 또는 화요일에 추가로 훈련을 나가고 있다. 기본기 위주로 하는 훈련이라 팀 정기 훈련에서 채우지 못했던 기본기 훈련량을 채울 수 있어 좋다. 풋살 실력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에 있어서 기본기 향상은 언제나 정답에 가깝기 때문에 어떤 노력을 얼만큼 더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우선은 좋은 답을 찾은 것 같다.
감독님도 정기 훈련 시간을 늘리는 방식을 제안했다. 감독님 또한 우리의 노력에 방향성과 양에 힘을 더해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사실 감독님이 다들 좀더 노력해야한다고 이야기하던 과정에서 우리의 노력을 치하하려던 건지(그렇게 믿는다) 낮추려던 건지 그 목적이 모호하게 “희정이, 유리, 은선이는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 노력하는 거에 비해 성장이 더디지만….”이라고 말하는 바람에 빈정이 상했었는데 다 용서가 되는 결정이었다.
우리는 때때로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지 않는 순간을 맞이한다.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내가 어떤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는지. 물론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일들도 많다. 내가 이렇게 노력한다고 당장 우리 팀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리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우리가 무엇을 놓쳤는지 진단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다시 나아갈 방향을 찾고 한 걸음 내디딜 순 있지 않을까.
장은선 콘텐츠 제작자
온라인 매체 ‘닷페이스’에서 사회적 이슈를 담은 쇼트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현재는 영상 제작사 ‘두마땐필름’을 운영한다. 3년 전 풋살을 시작한 뒤로 인스타그램 @futsallog에 풋살 성장기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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