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차가 있었다고?” 현대·기아도 긴장하게 만든 전설의 국산차!

“세계를 누비다”… 잊혀진 국산차 ‘누비라’

오늘날 국내에서 우리말 이름을 가진 자동차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차명은 알파벳 이니셜, 숫자, 혹은 외래어 조합이 대세다. 이런 시대에 대우자동차의 ‘누비라(Nubira)’는 독특한 이름과 상징성을 가진 차로 회자된다. ‘이리저리 거리낌 없이 다니다’라는 순우리말 ‘누비다’에서 착안된 이름으로, ‘세계를 누비는 우리의 차’라는 의미가 담긴 누비라는 1997년 출시와 동시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누비라는 대우자동차가 야심차게 준비한 ‘월드카’ 전략의 핵심 차종이었다.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명문 디자인하우스 이데아(IDEA)가 맡았고, 부드러운 곡선을 강조한 외관은 보수적이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보여줬다. 에스페로의 직선을 버리고 더 유려하고 유연한 실루엣을 채택한 것이다.

군산공장에서 생산된 첫 모델이기도 했던 누비라는 97%에 달하는 자동화율을 자랑하며 기술력의 상징으로 홍보됐다. 차체는 당시 경쟁차였던 아반떼나 세피아보다 크고 실내 공간도 넓었으며, 착좌감이 우수한 좌석 설계로 패밀리카로서의 매력도 충분했다.

파워트레인도 다채로웠다. 1.5리터 DOHC 엔진과 1.8리터 DOHC 엔진을 중심으로, 후속 D5 모델에는 1.5 SOHC와 2.0 DOHC 엔진도 탑재됐다. 수동 5단 변속기가 기본이었고, 독일 ZF제 4단 자동변속기도 선택 가능했다. 출시 첫날 계약 8,000대를 돌파하고, 첫 달 1만 1천여 대가 팔리는 기록을 세우며 그 인기를 입증했다.

누비라는 세단뿐 아니라 왜건(스패건), 해치백(D5) 등 다양한 바디타입으로 파생 모델을 선보였지만, 국내에서 왜건과 해치백의 수요가 낮아 큰 반응을 얻진 못했다. 다만 스패건은 아반떼 투어링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하며 국산 왜건 중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1999년에는 페이스리프트 모델 ‘누비라 II’가 등장했다. 상위 모델인 레간자의 디자인 요소를 적극 반영하고, 프로젝션 헤드램프·유리 내장형 안테나·쉬라츠 콘셉트 휠 등 당시로선 파격적인 사양이 적용됐다. 실내 디자인도 새로워졌고, 정숙성과 승차감 역시 개선됐다.

재미있는 점은 당시 누비라 II가 현대 아반떼와 광고 전쟁을 벌였다는 점이다. 대우는 “연비만 좋고 힘은 없는 아반떼 린번”을 직접 겨냥하며 “아, 반대로 힘 없이 왕복할 것인가?”라는 카피로 도발했고, 결국 이 광고는 공정위 조사까지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비라 II는 판매에서 아반떼에 밀리며 아쉬움을 남겼다.

2002년 하반기, 누비라는 GM대우 라세티에게 자리를 넘기고 단종되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 누비라는 단순한 한 시대의 차량이 아닌, 대우자동차의 세계 시장을 향한 의지, 그리고 국산차 역사에서 보기 드문 순우리말 이름의 상징으로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Copyright © EV-Hotissue 저작권법에 따라 허락 없이 무단 복제, 배포, 전재, AI 학습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