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서 인출하면 안 걸린다고? 잘못 알려진 현금거래 꼼수들

홍석구 세무사 2024. 10. 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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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홍석구의 稅務와 世務
한도 넘긴 거래는 자동 보고
의심스러운 거래는 수동 보고
보고된 자료 사정기관과 공유
현금 활용한 탈세 시도 없어야

"한 은행에서 하루 1000만원 이상 입출금했을 경우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 많은 이들이 이 정도쯤은 알고 있다. 하루에 1000만원 이상 현금거래를 하면 세무당국의 '감시망'에 걸린다는 거다. 하지만 또 많은 이들이 1000만원 미만으로 입출금을 하는 '쪼개기 인출'을 꾀하기도 한다. 그러면 안 걸리겠지라는 심산이겠지만, 우리나라의 세무 시스템은 그리 만만치 않다.

1000만원 이상의 현금거래나 의심스러운 현금거래는 모두 국세청에 보고된다.[사진=뉴시스]

요즘 현금을 들고 다니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카드결제나 모바일결제가 일상화한 결과다. 그럼에도 현금결제는 종종 일어난다. "현금으로 결제하면 가격을 깎아주겠다"는 상인들이 있어서다. 오로지 상인들의 잘못이란 건 아니다. 현금결제를 하면 상인은 세금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는 물건값을 깎을 수 있기에 완전히 근절되지 않을 뿐이다.

이럴 때 고작 몇만원을 은행에서 출금해 현금으로 결제하면서 이게 훗날 문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도 거의 없을 거다. 실제로도 몇만원을 현금으로 결제하고 증거(현금영수증)를 남기지 않았다고 처벌을 받는 일은 없다.

그런데 수백만원 혹은 수천만원을 출금해서 현금으로 결제하는 경우라면 다르다. 단위가 커지면 "나중에 세금을 왕창 물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생길 수도 있다. 과연 얼마나 많은 현금거래를 하면 문제가 되는 걸까.

■시스템 자동 보고 = 우선 '고액현금거래보고 제도(CTRㆍCurrency Transaction Report)'라는 게 있다.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ㆍ제4조의2 제1항)'에 근거한 제도다.

골자는 고액 현금거래가 있을 경우 금융회사(은행ㆍ증권사 등)가 30일 이내에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해당 거래를 보고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금융회사 직원은 어떤 판단도 하지 않는다. '1개 은행에서 하루 1000만원 이상 거래'에 해당하면 시스템이 작동해 자동으로 보고한다.

'하루(1거래일) 1000만원 이상'이란 '실질명의자 1명의 이름으로 된 1개의 은행(지점 포함) 계좌에서 하루 동안 발생한 현금의 입ㆍ출금별 합계액이 1000만원이 넘는 경우'다. 입금과 출금액은 각각 따로 따진다.

예컨대 여러분이 A은행으로 오전에 500만원을 입금하고, 같은 날 오후 A은행에서 500만원을 출금했다고 해서 고액현금거래로 보고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하루 만에 A은행에서 900만원을 출금하고, B은행에서 또 900만원을 출금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은행별로 따지기 때문에 입출금액이 1000만원을 넘더라도 보고 대상이 아니다.

반면 같은 날 A은행 강남지점에서 500만원, A은행 노원지점에서 500만원 출금했다면 보고 대상이다. 같은 날 A은행 창구에서 800만원, A은행 현금인출기(ATM)에서 200만원을 출금해도 마찬가지다. 공과금 납부 등을 위한 현금 출금은 제외된다.

또한 고액현금거래의 보고는 '현금'을 입금 또는 출금할 때만 적용된다. 계좌이체나 수표 입출금은 자동으로 보고되지 않는다. 계좌이체는 그 자체로 기록이 남고, 수표도 사용할 때 기록이 남기 때문이다. 다만 수표를 현금으로 교환하거나 현금을 수표로 교환하는 행위는 고액현금거래 보고 대상이다.

■시스템 수동 보고 = 이렇게만 보면 너무나 쉽게 허점이 포착된다. '하루 1000만원 이상의 거래'란 기준만 잘 피하면 쪼개기 인출을 통해 거래 내역을 숨길 수 있어서다. 1000만원이 넘지 않는 선에서 '여러번' 인출하면 무사통과 아니냐는 거다.

하지만 뭔가 수상한 거래의 낌새가 보이면 금융회사 직원은 '의심거래 보고 제도(STRㆍSuspicious Transaction Report)'를 통해 금융정보분석원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금액 제한은 없다.

중요한 건 금융회사 직원이 얼마나 성실하게 보고하느냐다. 특금법에는 금융회사 직원이 의심거래 보고를 하지 않거나 허위보고를 한 경우, 해당 직원과 금융회사를 징계하는 규정이 있다.

특금법 제17조 제3항과 제20조 제2항에 따르면 허위보고의 경우 해당 직원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하고, 보고를 하지 않을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며, 금융회사가 공모한 사실이 확인되면 영업정지처분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의심거래 보고는 생각보다 성실하게 이뤄진다.

■시스템 분석과 공유 = 그럼 보고 이후엔 어떤 절차가 진행될까. 금융정보분석원은 금융회사로부터 받은 거래자료를 면밀히 분석해 의미 있는 자료로 추출, 검찰청ㆍ경찰청ㆍ국세청ㆍ관세청ㆍ금융위원회ㆍ중앙선거관리위원회ㆍ공위공직자수사처ㆍ행정안전부ㆍ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과 공유한다.

이를테면 금융회사가 금융정보분석원에 고액현금거래를 보고하면 금융정보분석원은 보고받은 자료를 분석해 국세청에 제공하는 구조다.[※참고: 금융정보분석원은 사정기관에서 차출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가령, 세금 이슈일 경우엔 국세청 조사관들이 금융정보분석원에 파견돼 국세청에 필요한 자료를 공급하는 구조다.]

금융정보분석원은 금융회사로부터 받은 거래자료들을 분석해 사정기관들과 공유한다.[사진=뉴시스]

국세청이 직접 금융정보분석원에 자료를 요청해서 받기도 한다. 금융정보분석원 역시 조세탈루혐의 확인을 위한 조사, 조세체납자의 조세 징수에 필요한 특정금융거래정보를 국세청에 수시로 제공하고 있다. 국세청을 위한 금융정보분석원의 공조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후 수사를 통해 범죄혐의가 드러나면 법적 제재를 받는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국세청이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금융정보분석원 정보 세무조사ㆍ체납업무 활용 실적'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금융정보분석원 정보를 세무조사에 활용한 건수는 6만7246건, 이를 통해 부과한 세금 총액은 10조9691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국세청은 조세탈루혐의 확인과 체납 은닉재산 추적업무에까지 광범위하게 금융정보분석원의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거래 시 실명 노출을 꺼린다거나 특별한 사유 없이 여러개의 계좌를 개설한다면 금융정보분석원과 국세청에 보고될 수 있다. 돈 관련 업무는 투명할수록 좋다. 하긴, 이게 원칙이니 두말하면 잔소리다.

홍석구 정율 세무회계(대표) 세무사
seokgu1026@jungyul.co.kr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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