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새 리더십은]② 비은행 1등 효자 키운 양종희 부회장

'리딩뱅크' KB금융 회장 후보들의 면면을 심도 있게 분석합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사진=KB금융지주)

'KB의 브레인'.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을 수식하는 단어다. 2013년 말 상무로 승진한 그는 2014년 윤종규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전무, 부행장 등 중간단계를 모두 건너뛰고 그룹의 '2인자'인 부사장으로 파격 승진했다. 10년 전부터 이미 '후계자'로 물망에 오른 인물이라는 뜻이다.

KB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여정을 본격화하면서 유력 후보가 세 명의 동갑내기 부회장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특히 KB금융의 비은행권 효자를 키워낸 양종희 부회장이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윤종규 회장 지근거리서 초고속 승진

1961년생 동갑내기 중 가장 먼저 부회장직에 오른 이는 양종희 부회장이다. 양종희 부회장은 KB국민은행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그룹으로 옮겨 주요 전략에 관여하면서 전략통 이미지를 굳힌 인물이다.

특히 양종희 부회장은 KB국민은행 서초역지점장을 거쳐 2010년 KB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겨 경영관리부 부장과 전략기획부 부장을 역임했다. 양종희 부회장이 윤종규 회장 지근거리에서 실무를 담당한 것도 이때다. 당시 윤종규 회장은 KB금융지주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이후 양종희 부회장은 2014년 상무로 승진하면서 LIG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했고 이듬해 부사장 자리에도 올랐다. 당시 인사는 전무 단계를 생략한 파격적인 인사였다. LIG손해보험은 KB손해보험으로 이름표를 바꿔 달았고, 양종희 부회장은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회사를 이끌었다.

양종희호 KB손해보험은 당시 좋지 않았던 업황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했고, 그 결과 양종희 부회장은 3연임에 성공하면서 2020년 12월까지 대표 자리를 지켰다.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 양종희 부회장이 내세울 수 있는 강점도 KB손해보험에서 찾을 수 있다.

KB손해보험은 KB금융지주 품에 안긴 이후 2017년 3330억원, 2018년 2620억원, 2019년 2340억원, 2020년 1640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다 2021년부터 반등을 시작해 지난해에는 순이익을 5570억원으로 키워냈다. 양종희 부회장이 KB손해보험의 성장 기틀을 잡아놓지 않았다면 나오기 힘든 성적표라는 것이 KB 내외부 평가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KB손해보험은 525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전년에 비해 0.2% 감소한 기록이지만 1년전에 있었던 1회성 이익 변수를 뺀다면 엄청난 성장세다. 특히 핵심 계열사 KB국민은행(1조8585억원)에 이어 두 번째이자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KB손해보험 성장 기틀 마련…리딩뱅크 수성에도 기여

KB손해보험이 양종희 부회장 체제에서 실적 안정세에 접어든 것은 KB금융지주의 비은행 강화 정책 방향과도 일치한다. 윤종규 회장 역시 지난 5월 싱가포르 팬퍼시픽 호텔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투자설명회(IR)'에 참석해 "은행과 비은행 수익, 이자 수익과 비이자 수익도 6대 4로 맞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KB금융지주가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리딩뱅크 입지를 강화한 과정에서 KB손해보험의 역할이 컸던 점 역시 양종희 부회장이 차기 대권을 노리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KB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조99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2.2% 증가하면서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지주 순이익은 2조6262억원으로 집계됐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성적표를 가른 결정적인 대목은 보험사 실적이었다. KB손해보험이 5252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동안 신한EZ손해보험은 13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그룹 전체 실적을 깎아내렸다.

업계 평가 역시 양종희 부회장의 전략통 이미지와 KB손해보험 인수 및 경영 이력에 집중된다.

업계 관계자는 "LIG손해보험 인수 당시 높은 인수가격이 문제가 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양종희 부회장의 뚝심이 성공했다"며 "인수 이후 순이익이 감소한 기간도 있었지만 금융지주 톱 자리를 수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만큼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에는 윤종규 회장을 대신해 금융당국 인사와 다른 금융지주 회장단이 모인 자리에 참석할 만큼 두터운 신뢰를 받는다고 봐야 한다"며 "양종희 부회장이 차기 KB금융지주 회장에 얼마나 근접했는지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노조는 특정 후보에 대한 평가나 분석 결과를 내놓는 대신 차기 회장 압축 후보군(숏리스트)가 나올 때까지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회추위는 오는 8일 회의를 열고 1차 숏리스트 6명을 추릴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모피아 인사가 낙하산 회장으로 오는 것을 막겠다는 방침만 정해졌다"면서 "회추위가 숏리스트를 확정한 뒤 내부 인사가 포함됐다면 계열사 근무 당시 노사관계 등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구체적인 입장이 정해지진 않았다"면서도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입장 표명은 없겠지만 큰 결격 사유가 발견된 이가 회장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