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 한 개가 두 남자의 인생을 완전히 바꿨다…어두운 범죄 영화만 넘치던 2016년 극장

🔴 목욕탕 바닥의 비누 한 개 — 두 남자의 인생이 뒤바뀐 순간

성공률 100%의 킬러가 작업 후 몸을 씻으러 들른 목욕탕, 삶의 의욕을 잃은 무명 배우가 신변 정리를 마친 뒤 마지막으로 찾은 목욕탕. 두 남자가 같은 공간에 있었던 건 오직 그 한 번뿐이었다. 바닥에 굴러다니던 비누 하나가 킬러의 발을 미끄러뜨렸고, 그 충격으로 그는 자신에 관한 모든 기억을 잃었다. 무명 배우는 쓰러진 상대의 값비싼 손목시계를 보고 충동적으로 목욕탕 열쇠를 바꿔치기했다. 일본 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을 원작으로 한 이 한국판 리메이크는 그 한 순간의 우발적 사건이 두 사람의 삶 전체를 송두리째 뒤집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 기억을 잃은 킬러가 배우 연습을 시작했다 — 반전 설정의 폭발력

기억을 잃은 킬러 형욱은 병원에서 눈을 뜬 뒤 자신이 가진 소지품을 근거로 스스로를 '윤재성'이라 믿는다. 구급대원 리나를 만나 인연을 맺으며 배우가 되겠다는 목표를 향해 본격적인 연기 훈련을 시작한다. 살인 본능에서 비롯된 집중력과 육체적 능력이 뜻밖의 연기 재능으로 발현되는 장면들은 극의 웃음 포인트가 됐다. 반대로 형욱의 화려한 삶을 가로챈 재성은 고급 아파트와 값비싼 물건들 사이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맛보기 시작했지만, 와인 진열장 뒤 비밀 공간에서 전 주인의 정체를 마주치며 뒤늦게 자신이 발을 들인 세계의 무게를 실감한다.

🔴 유해진 첫 원탑 코미디 — 평론가가 인정하고 관객이 열광한 이유

언론 시사회 직후 반응은 한 방향을 향했다. 이야기의 현실성 부족, 조연 캐릭터 활용의 아쉬움이라는 지적이 일부 있었지만, 거의 모든 평가가 유해진의 연기 하나로 모아졌다. 조연으로 쌓아온 커리어 속에서 처음으로 원탑 주연을 맡은 이 작품에서 유해진은 냉혹한 킬러이면서 동시에 천진난만한 배우 지망생인 인물을 설득력 있게 구현해냈다. 실관람객 평점 8.76점이라는 수치는 그 반응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복잡해질 수 있는 설정을 과감하게 단순화하면서 오히려 서사의 집중도를 높였다는 연출의 묘수도 함께 평가받았다.

🔴 코미디 최단 300만 기록 갱신 — 어두운 스릴러 판도를 혼자 뒤집다

개봉 첫날 20만 명, 유료 시사회 포함 30만 명으로 박스오피스 1위에 출발했다. 3일째 100만 돌파는 역대 가을 개봉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이었던 '내부자들', 코미디 장르 최단 100만 기록 보유작이었던 '전우치'와 나란히 같은 속도였다. 4일 만에 200만을 넘어서며 손익분기점(170만)을 초과했고, 9일째에는 코미디 장르 최단 기간 300만 돌파 기록을 새로 썼다. 이어 11일째 400만 고지까지 단숨에 넘어섰다. 2016년 극장가가 범죄·스릴러 장르 일색이던 시기, 밝고 가벼운 오락 영화 한 편이 흥행 지도를 혼자 바꿔놓은 사례로 지금도 회자된다.

🔴 697만 명의 선택 — 팝콘 무비가 아닌 '맥락 있는 코미디'로 완성된 이유

최종 누적 관객 697만 5,631명. 코미디 장르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성적이었다. 단순히 웃기는 데만 집중한 영화가 아니라, 두 인물의 엇갈린 인생이 충돌하고 교차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상황 코미디가 이야기 자체의 맥락을 유지하며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준은 삶의 의욕을 잃은 무명 배우의 비루한 일상을, 조윤희와 임지연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두 남자와 얽히는 인물을 소화하며 극의 균형을 잡았다. '미녀는 괴로워', '수상한 그녀'로 이어진 한국 반전 코미디의 흥행 계보에 이 작품이 새로운 이름을 올린 이유였다.

이 영화는 이계벽 감독, 유해진·이준·조윤희·임지연 주연의 〈럭키〉(2016, 쇼박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