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에도 온정의 손길을···“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이 가장 큰 걱정”

“시리아 현장을 가야 할지, 한국에 남아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8일 서울 서초구에서 기자와 만난 압둘와합 알모하메드 아가(39)가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2009년 ‘시리아인 1호 유학생’으로 한국을 찾아 2020년 한국 국적으로 귀화한 압둘와합은 지난 며칠간 하루에 두 시간 이상 자 본 적이 없다. 규모 7.8의 강진이 지난 6일(현지시각) 시리아 북부와 튀르키예 동남부를 뒤흔든 이후, 그는 시리아의 현장 상황을 한국에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시리아 난민을 돕는 단체 헬프시리아의 사무국장으로 활동해온 그는 ‘하얀헬멧’ 등 현장의 구조 단체들과 분초를 다투며 교신 중이다. 하얀헬멧(시리아시민방위대)은 시리아 내전 이후 군 공격으로 파괴된 현장에 출동해 긴급 구조대 역할을 해온 단체다. 대부분 전쟁 피해현장의 최일선에서 활동하며 죽음과 재난을 마주한 이들은 구조와 구호로 잔뼈가 굵었다. “미사일이 떨어진 곳에 출동하는 이들이 이번 지진을 두고 ‘지옥같은 날’이라고 말했어요.” 어렵사리 연락된 하얀헬멧 대원이 전한 말이 더 두렵게 다가왔다고 압둘와합은 전했다.
현장의 상황은 심각했다. “건물에 갇힌 사람들의 목소리가 생생히 들리는데, 장비도 인력도 모자라 구조할 수 없는 상황이래요.” 시리아 재난 현장의 활동가들이 그에게 전한 말이다. 현장 활동가들은 맨손으로 구조에 뛰어들고 있지만 무너진 집이 너무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수년간 지속된 내전으로 도로·통신이 열악해 접근 자체가 어려운 곳도 많다고 했다.
강진의 참상은 전방위적이었다. 한 지역에 국한되는 미사일 폭격 피해와 달리 지진은 전 지역에 닥쳤기 때문에 구조작업이 어디서부터 시작돼야 하는지 혼선이 있다고 압둘와합은 들었다. 그는 “미사일 폭격이 물론 무섭지만, (미사일은) 떨어진 곳의 이들이 죽었는데 지금은 모든 곳에서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가 시리아를 뒤덮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시리아에 강진 덮친 곳은 알레포 북쪽으로, 시리아인 400만명 이상이 머무는 지역이다. 압둘와합은 “전쟁을 피해 옮긴 텐트에 머무는 사람이 많은 곳”이라고 했다. 내전을 오래 겪어 온 이들은 처음 굉음과 진동을 맞닥뜨렸을 때 지진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비행기 폭격인 줄 알았다더라고요.” 현지 활동가들은 이미 폭격 피해를 입은 지역의 건물이 지진에 더 빨리 무너졌다고 압둘와합에게 전했다.
노인과 어린이 등 재난에 더 취약한 이들이 위험한 상황이라고 압둘와합은 말했다. 그는 “추위를 피하려면 난방시설이 있는 다른 마을로 40-50분씩 이동해야 한다는데, 노인과 어린아이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시리아가 잊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압둘와합이 분초를 쪼개 시리아와 한국을 연결하는 이유다. 그는 튀르키예·시리아를 덮친 강진에서 시리아가 복합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본다. “튀르키예에도 재난이 생겼으니, 그쪽 활동가들도 올 수 없고 국경이 막혀서 지원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하얀헬멧’에 긴급 지원을 하는 방안도 찾는 중이다. 하지만 급박한 현장상황, 열악한 통신으로 인한 연락 두절 때문에 그는 “현장을 직접 가서 한국 단체들에 상황을 전달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압둘와합이 말했다. “옆에서 신음소리가 들리는데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도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해요. 부디 구호단체와 지구 시민들이 시리아도 잊지 말고 도와주길 바랍니다. ”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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