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물에 잠기는 도시" 사라지기 전에 꼭 가야 할 베니스

하루쯤 모든 걸 내려놓고, 물 위에 떠 있는 도시를 걷는다면 어떨까요? 좁은 골목 사이로 퍼져 나오는 물결의 반짝임, 배 대신 곤돌라가 오가는 수로의 풍경, 그리고 도시 전체가 한 폭의 회화처럼 빛나는 순간들. 베니스(Venezia)는 그런 낯섦과 낭만을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아름다운 도시는 매년 조금씩 물에 잠기며 사라질 운명을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더 늦기 전에 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출처: unsplash)

물 위에 지어진 신비로운 도시

베니스는 118개의 섬과 400여 개의 다리, 150여 개의 운하로 연결된 도시입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물이 곁에 있고, 창문을 열면 바로 바다가 보입니다. ‘물 위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걸 직접 확인하게 되죠.

산마르코 광장을 걷다 보면 발끝에 닿는 물이 낯설면서도 묘한 매혹을 줍니다. 이 광장은 매년 아쿠아 알타(Aqua Alta, 고조 현상)가 닥치면 물에 잠기는데, 관광객들은 장화를 신고 물 위를 걷기도 합니다. 역사적 공간과 자연의 힘이 공존하는 그 풍경은, 다른 어느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입니다.

베니스 (출처: 스투비플래너)

고대의 시간과 눈이 마주하는 곳

베니스의 골목은 낮에는 역사가 되고, 밤에는 낭만이 됩니다. 산마르코 대성당의 황금빛 모자이크, 두칼레 궁전의 웅장한 회랑, 리알토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운하는 모두 천 년의 시간을 품고 있습니다. 성당 내부의 천장을 올려다보면, 마치 과거와 눈이 마주친 듯한 기분이 듭니다.

밤이 되면 골목 곳곳에 은은하게 켜진 조명과 첼로 선율이 운하를 따라 울려 퍼집니다. 바람에 실린 바닷내음과 함께 들려오는 음악은 여행자를 순식간에 영화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죠.

베니스 바포레토 (출처: NOL 인터파크 투어)

곤돌라가 아닌 수상버스에서 만나는 풍경

많은 이들이 베니스에 오면 곤돌라를 떠올리지만, 사실 현지인들의 발은 바포레토(Vaporetto, 수상버스)입니다. 수상버스에 몸을 싣고 대운하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물 위로 떠 있는 건물들이 영화 속 장면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곤돌라보다 훨씬 경제적이면서도, 물 위 도시의 본모습을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베니스 (출처: 트립어드바이저)

베니스를 지키려는 노력

베니스는 지금 기후 변화와 해수면 상승이라는 위기를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모제(MOSE) 프로젝트’라는 대형 방수벽을 설치해 도시를 지키고 있지만, 여전히 매년 겨울철이면 침수 피해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베니스는 사라지는 도시”라는 말이 더 이상 은유가 아닌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여행자들에게 베니스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사라지기 전에 꼭 가야 할 도시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 풍경은 앞으로의 세대가 온전히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기에, 지금의 시간 속에서 더욱 소중한 의미를 갖습니다.

베니스 (출처: 스투비플래너)

베니스 여행, 실용 정보

- 입장 팁 : 베니스는 하루 관광객 수를 제한하며, 일일 입장 예약제와 관광세가 시행 중입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을 해야 하며, 현장 발권은 불가능합니다.
- 교통 : 마르코폴로 국제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수상택시 또는 버스로 이동. 바포레토 24시간 패스를 이용하면 경제적입니다.
- 추천 시기 : 여름철은 인파가 많아 혼잡하므로, 가을(9~10월)이나 봄(4~5월)이 가장 쾌적합니다. 추석 연휴 시즌에는 한국에서 출발하는 직항 편과 유럽 경유 편 모두 조기 매진이 많으므로 최소 3개월 전 예약이 필요합니다.
- 체험 : 곤돌라 투어는 기본 30분 기준 약 100유로(2025년 기준). 하지만 바포레토만으로도 운하의 낭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왜 지금 가야 할까?

여행지로서의 베니스는 늘 특별했지만, 오늘날의 베니스는 ‘사라짐의 운명’이라는 감정이 더해져 더욱 간절하게 다가옵니다.

물 위에 떠 있는 집들, 매년 반복되는 아쿠아 알타, 그리고 그 속에서도 꿋꿋하게 이어지는 사람들의 삶. 모든 장면이 시간의 유한성을 상기시킵니다.

추석 연휴처럼 긴 휴일이 주어진 지금, 유럽까지 향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베니스는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여행지가 아닐까요? 언젠가 “그때 다녀오길 잘했다”는 말로 기억될 여행, 바로 베니스가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