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개월 전 영상이 뒤늦게 눈길
신스케 핸디맨(Shinsuke Handyman)이라는 크리에이터가 있다. LA 인근에 거주하는 일본인 유튜버다.
채널 이름이 힌트다. 본래는 핸디맨이었다. 전기, 페인트, 목공, 타일 등등. 집안일을 이것저것 해결해 주는 직업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본업이 달라졌다. 오타니 쇼헤이에 심취한 탓이다. 미 전역을 따라다니며 영웅의 활약상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지금은 구독자 17만 명이 넘는 채널로 성장했다. 그러면서 등장 인물도 다양해졌다.
물론 여전히 오타니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다저스라는 팀 전체가 주인공이나 다름없다. 특히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사키 로키 같은 일본인 선수들도 주연급으로 자주 등장한다.

엊그제(9일) 일이다. 일본의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가 시끌시끌하다. 벌써 2개월 전에 올린 ‘신스케 핸디맨’의 영상 하나 때문이다.
이번 편의 주인공은 사사키 로키(23)다. 그리고 주연급 조연으로 김혜성(26)이 등장한다.
촬영 시기는 5월 18일(한국시간 19일)이다. 다저스와 에인절스의 프리웨이 시리즈(주말 3연전) 마지막 날이다.
아직 경기 초반인 것 같다. 홈 팀 다저스의 덕아웃은 여유롭다.
뒤편에 누군가 나타난다. 사사키 로키다. 마지막 등판(현지시간 5월 9일) 이후 오랜만의 출근이다. 그러니까 병원 진단 후 15일짜리 부상자 명단(IL)으로 옮겨진 무렵이다.
보는 사람마다 웃으며 인사를 나눈다. 흔히 말하는 ‘주먹 터치(피스트 범프, Fist Bump)’ 스타일이다. 스태프, 동료 선수들…. 죽~ 한 바퀴를 돈다. 감독(데이브 로버츠)도 반갑게 맞아준다. 역시 주먹을 맞댄다. 안부, 혹은 당부 대신이리라.
그런 식이다. 이제 덕아웃 맨 앞줄을 훑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다가간 사람이 있다. 앞을 보고 있는 김혜성이다. 그런데 반응이 영 이상하다.

내미는 주먹에 두 번이나 정색
사사키는 뒤로 접근하며 웃는다. 그리고 인사를 건넨다. 하지만 대꾸가 없다. 아니, 돌아보지도 않는다. 그냥 정면(그라운드 쪽)만 바라볼 뿐이다. 심지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한다. 꽤 못마땅하다는 동작이다.
머쓱해진 사사키는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자 김혜성이 돌아선다. 그리고 대뜸 나무라는 자세가 된다. 오른손으로는 왼쪽 손목을 몇 번 두들긴다.
이 장면에서 채널 주인이 개입한다. 영상 화면에 해석이 곁들여진다. 2개의 자막이 달린다.
“김 선수로부터 구 터치(주먹 인사)를 거절당했다.”
“늦게 왔다는 김 선수의 제스처.”
그러니까 이런 얘기다. 어떤 일인지 분명하지는 않다. 팀의 스케줄인지, 둘 사이의 사적인 일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사키가 뭔가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것 때문에 김혜성이 언짢았던 것 같다.
혹시 장난일까. 아니다. 전혀 그런 분위기와는 다르다.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사키는 일단 한쪽으로 물러선다. 커쇼 등 다른 선수와 다시 주먹을 맞댄다. 거기서 잠시 눈치를 본다. 그리고 1~2분쯤 후에 2차 시도를 이어간다.
다시 김혜성에게 다가선다. 뭔가 해명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면서 또 주먹을 내민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실패다. 대신 뭐라고 한 번 더 나무라는 모습이다.
결국 멋쩍은 웃음만 흘리며 돌아간다.
(영상에서 김혜성의 주먹 인사 거절 장면은 44초, 2분 48초에 나온다.)
사사키의 거듭된 지각 논란
사사키의 지각 논란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최근에도 사건이 있었다.
23일이다. 매체 ‘다저스 네이션’의 SNS에 올라온 장면이다. 사사키가 통역과 함께 외야 쪽으로 간다. 거기서 기다리고 있던 코치(혹은 스태프)는 양팔을 앞으로 쭉 내민다. ‘뭐야’, ‘왜 이래’. 그런 불만이 담긴 동작이다.
그리고는 역시 손목을 가리킨다. 시간이 늦었다는 의미다. 물론 화는 곧 풀어졌다. 깊은 포옹을 나눈 뒤 훈련 장소로 이동한다.
다저스 네이션은 이 게시물에 이런 멘션을 달았다. “사사키 로키가 다저 스타디움에서 투구 훈련을 시작했다. 그는 ‘지각이야’라는 제스처와 큰 포옹으로 환영받았다.”
이런 내용은 일본 매스컴에서도 다뤘다. ‘슈칸조세 프라임’이라는 매체가 이날 훈련에 늦은 문제를 지적했다.
‘사사키 로키가 아무래도 약속 시간에 지각한 것 같다. 스태프가 저런 동작을 하는데도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마이 페이스로 천천히 걸어가서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다.’
이 매체는 역시 김혜성과의 일도 언급했다.
‘평소 사이가 좋은 팀 동료 김혜성에게 구터치(주먹 인사)를 거절당하는 장면이 노출된 적이 있다. 사사키가 지각하는 버릇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부상으로) 전열을 떠난 뒤에도 긴장감이 없는 모습을 드러낸 것처럼 보였다.’
아시다시피 예의와 인사는 거의 오타니급이다. 오히려 더 공손하고 깍듯할지 모른다. 그게 김혜성의 캐릭터다.
게다가 일본인 트리오와 친분도 두텁다. 오타니는 물론이다. 야마모토와는 절친으로 불릴 정도다. 사사키도 마찬가지다. 따로 멀리할 이유는 없다. 아마 비슷한 처지(루키)라서 더 많이 마음이 쓰일 것 같다.
그런데 무척 의외다. 영상 속의 모습은 엄하고, 단호하다. 그렇다면 정황상 잘못은 사사키 쪽에 있다는 추측이 어렵지 않다.
아마 지금은 많이 풀렸을 것으로 믿는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마음이다. 순둥이로만 알았던 김혜성에게도 저런 면이 있다는 게 새롭다.
‘사람 좋으면 꼴찌라는데….’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