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규제로 폭주하는 방심위와 침묵하는 조중동

박재령 기자 2023. 11. 2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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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키워드로 최근 두 달 보도 건수 분석
조선·중앙·동아 평균 4개 경향·한겨레 평균 26개
이전 정부 '언론중재법' 논란 땐 조선 기사 61개 쏟아내
보수신문에서 보이지 않는 뉴스타파 심의, 방심위 내부 반발도 외면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가 '정치 공작'이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적극적으로 가짜뉴스 대응에 나선 가운데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다른 신문과 비교해 관련 보도가 현저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에도 강행해 논란을 일으켰던 뉴스타파 심의를 지면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방통심의위 직원들의 내부 반발 등 당국에 불리할 수 있는 소식도 보이지 않았다.

▲ 2023년 10월1일부터 2023년 11월20일까지 지면 기준 방통심의위 키워드 검색 통계.

2023년 10월1일부터 2023년 11월20일까지, 신문지면 스크랩 서비스 아이서퍼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기준으로 검색한 결과, 조선·중앙·동아의 기사 수는 평균 4개에 불과했다. 조선일보(3개)와 중앙일보(3개) 그리고 동아일보(6개) 순으로 기사 수가 적었다. 경향·한겨레는 같은 시기 각각 24개, 28개 기사를 작성했다. 한국일보는 8건의 기사가 나왔다. 단순 인사와 수상 소식을 제외한 숫자다.

조선일보는 방통심의위의 뉴스타파 녹취록 MBC 인용 보도 과징금 부과에만 주목했다. <'尹 가짜뉴스' MBC 방심위, 과징금 부과>(10월 17일) <'김만배 허위인터뷰 보도' MBC에 6000만원 과징금>(11월 14일)의 기사가 나왔다. 동아일보는 방통심의위 과징금 의결을 2건, 국정감사에서 있었던 가짜뉴스 공방과 YTN 인수 건을 각각 1건 다뤘고 중앙일보는 음란물, 마약 유통, 다음 댓글 등만 다뤄 가짜뉴스 규제 이슈를 피했다.

▲ 네이버 기준 조선일보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 적극 신고를 부탁한다는 단순 보도자료도 기사가 됐다. 네이버 갈무리

사상 첫 인터넷언론 심의로 언론계 파장을 일으켰던 뉴스타파 심의는 지면에서 보이지 않았다. 중앙일보만이 <방심위, 뉴스타파 의견진술 청취 결정…인터넷 언론 첫 심의>(10월11일) 기사를 통해 온라인으로 한 번 다뤘고 그 이후 경과는 보도하지 않았다. 다른 온라인 기사에선 가십성 기사와 단순 보도자료 비중이 높았다. 이선균 마약 관련 동덕여대의 가로세로연구소 법적 대응, 피프티피프티 소속사 거짓말 논란 등 주로 갈등 국면에서 방통심의위가 소환됐다. 소셜미디어 유명인 사칭광고에 적극 신고를 부탁한다는 방통심의위 보도자료도 기사가 됐다.

조중동에서 사라진 맥락… 각계의 우려

이들 기사에선 보이지 않지만 당국의 가짜뉴스 규제엔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국정감사에선 절차적 미비함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이 지난달 10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뉴스타파처럼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신문사가 유통하는 온라인 기사도 심의할 것이냐는 야당 의원 질문에 “과도한 해석”이라고 답하자 방통심의위가 기준에 대한 준비 없이 비판 언론 심의를 강행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달 26일 국감에선 뉴스타파가 한국기자협회 소속인 걸 모른 채 협회 소속 언론은 자율 규제를 우선시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짜뉴스 규제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비판에도 방통심의위는 지난달 11일 사상 첫 인터넷언론 심의를 강행했다. 그러나 '엄중 조치' 예고에도 정작 접속차단 등 시정요구를 내리지 못해 방통심의위가 법적 한계를 깨달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는 뉴스타파에 대한 '등록취소심판'을 청구할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뉴스타파 보도가 법 위반 요건에 충족되지 않아 행정처분이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다.

▲ 방통심의위 평직원 150명 연대서명서.

방통심의위 내부 직원들은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이하 센터)로 대표되는 가짜뉴스 규제에 집단 반발 중이다. 팀장 11인이 지난달 '사회 각계각층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반발했고 센터장은 발령 직후 병가를 냈다. 센터 소속 평직원 전원이 부서 이동을 요청한 데 이어 지난 14일엔 평직원 150명 일동이 센터 인사 발령 반대 서명을 냈다. 현장에선 방통심의위가 더 이상 가짜뉴스를 이유로 인터넷언론 심의를 할 수 없을 것이라 보고 있지만 이러한 맥락 역시 조선·중앙·동아 지면에선 확인할 수 없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중점적으로 다뤘던 '과징금 부과'는 차후 법정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2017년 전국언론노동조합 방통심의위 지부장을 지냈던 김준희 전 지부장은 출마의 변에서 “과징금 결정은 결국 법원에 의해 취소될 것이다. 자신이 있는 위원들은 내기를 해도 좋다. 과거 위원회의 정치심의 4건이 각급 법원의 재판 10건에서 전부 패소했던 망신을 우리는 기억한다. 오늘의 과징금 결정은 앞서 패소한 모든 심의안건들 보다 정당성을 결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선·중앙·동아 지면에선 MBC, KBS 등 방송사가 과징금 의결을 받았다는 소식만 단순 전달된다.

시민사회와 학계는 무리한 심의를 멈추라고 호소한다. 지난달 열린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에서 교수들은 '대자보를 붙이는 심정'이라며 17세기 언론 탄압 방식과 지금의 유사점이 있다고 우려했고 언론노조와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 등도 잇따라 토론회를 열며 가짜뉴스 규제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언론연대는 지난달 성명에서 “방통심의위의 억지 주장대로 인터넷 기사를 비롯해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되는 모든 콘텐츠를 심의할 수 있다면 앞으로 유튜브 등 인터넷에 올라오는 모든 방송 보도에 대해 각각 방송·통신 심의를 받도록 이중 규제를 적용해야 하며, OTT 콘텐츠(온라인 비디오물)도 당장 통신 심의를 시행해야 한다”며 “이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언론중재법' 땐 “언론자유” 외쳤던 조선일보

▲ 2021년 7월1일부터 2021년 8월20일까지 지면 기준 언론중재법 키워드 검색 통계.

문재인 정부 시기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이 화두가 됐을 때도 언론 자유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당시 보수신문의 보도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이 개정안을 주도했던 2021년 7월1일부터 2021년 8월20일까지 '언론중재법'을 키워드로 신문지면 스크랩 서비스 아이서퍼에서 검색한 결과 조선일보 61개, 중앙일보 41개, 동아일보 45개의 기사가 나왔다. 경향·한겨레는 각각 20개와 25개로 차이가 났지만 그 간극이 2023년 방통심의위 기사보단 적었다. 한국일보는 30개의 기사를 썼다.

▲ 2018년 10월11일자 조선일보 사설.

특히 조선일보는 정치권의 '가짜뉴스 규제'에 거세게 반발했던 신문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낙연 총리가 가짜뉴스 엄단 방침을 밝히자 조선일보는 2018년 10월11일 사설 <이상하게 번지는 '가짜 뉴스' 논란>을 내고 “무슨 범정부 대책 회의 같은 것이 만들어지더니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책이 미흡하다며 더 광범위한 단속과 처벌을 요구하는 움직임으로 확대됐다”며 “이낙연 총리는 가짜 뉴스 얘기를 하며 언론 문제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 마음에 들지 않는 뉴스를 모두 '가짜 뉴스'라고 비난하는 것을 한국에서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어떤 언론이든 오보할 수 있고 국회의원이 잘못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 그 가능성을 '0'으로 만들자면 북한처럼 당 기관지 하나만을 두면 될 것이다. 언론이든 의원이든 잘못에 대해 정정하고 책임을 지면 된다”며 “그런데 권력이 언론의 오보나 국회의원의 사실 오인을 처음부터 조작한 가짜 뉴스라고 매도하면 언론 자유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했다.

▲ 2018년 10월19일자 조선일보 칼럼.

2018년 10월 19일 <'가짜뉴스' 단속 진정성 있나> 데스크 칼럼에서 신동흔 문화부 당시 차장은 “국가는 법과 권능을 이용해 진실을 판가름해줘야 하지만 현 집권 세력에 그렇게 할 진정성 있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가짜뉴스란 '프레임(frame·틀 짓기)'으로 치부(恥部)를 숨기거나 정적(政敵)을 공격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며 “요즘은 세계 최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같은 정치인이 뉴욕타임스·CNN 같은 정통 매체 보도에 '가짜(fake)' 딱지를 손쉽게 붙여 버리지 않는가. 현 정부 역시 최근 영향력이 높아진 우파(右派) 유튜브 1인 방송에 대해 가짜뉴스 프레임을 적용하는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드는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도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경향신문은 2021년 8월20일 <여당이 밀어붙이는 언론중재법, 결코 독단·독주할 법 아니다> 2021년 8월 17일 <민주당, 언론중재법 강행 말고 공론화 다시 나서라> 등 수차례 사설과 칼럼을 통해 정치권의 언론 규제를 반대했고 한겨레도 2021년 8월 13일 <여야 합의로 '언론 자유와 책임' 균형 맞출 대안 마련을> 등의 사설에서 “일방적 청구만으로도 인터넷에서 기사를 볼 수 없도록 하는 것은 과도할뿐더러, 정치인과 대기업 등이 악용할 소지가 크다. 중소 인터넷 매체의 경우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라고 우려했다.

“나완 상관 없는 일?… 모두가 뉴스타파 될 수 있다”

보수신문의 이슈 외면은 현장에서도 두드러진다. 음란물, 마약 등 불법 온라인 콘텐츠를 심의하던 방통심의위가 사상 처음 인터넷언론(뉴스타파)을 심의한 지난달 11일 통신심의소위원회 현장 방청은 기자협회보, 경향신문, 뉴스타파, 미디어스, 미디어오늘, MBC 기자뿐이었다. 방통심의위가 별다른 제재를 내리지 못하고 서울시로 공을 넘겼던 지난 8일엔 기자협회보,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KBS 기자가 방청했다.

▲ 10월1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통신심의소위원회 회의에서 황성욱 소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방통심의위 의결에 문제 제기하고 있는 야권 위원들은 기자들이 현장에 없을 시 보도가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지난달 16일 전체회의에서 “지난 전체회의가 끝나고 나서 보도자료를 배포하셨는데 실제 회의록과 내용이 너무 다르다”며 뉴스타파를 놓고 '불명확한 일방의 녹취록을 검증 없이 보도하고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는 등에 문제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는 보도자료 내용에 “제가 언제 의견을 모았나”라고 반박했다.

윤성옥 위원은 보도자료 속 '대통령 선거를 불과 이틀 앞두고 정치적 편향성이 의심되는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은 이슈 몰이에 편승한 것'이라는 표현에 대해선 “회의록과 무관한 내용이다. 위원장님께 유리한 의견들만 취사 선택해서 보도자료에 넣어도 되는 건가”라며 “오히려 이게 '가짜뉴스' 아닌가. 여기 온 기자들은 현장에 있었으니까 다르게 보도했지만 여기 오지 않은 기자들은 이 보도자료만 믿고 제게 확인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 방통심의위

언론계와 학계에선 진영을 가리지 않고 언론이 가짜뉴스 규제에 비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한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지난달 13일 토론회에서 “뉴스타파를 심의해야 한다면 모든 언론사가 다 심의 대상이 될 것이다. 모두가 뉴스타파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고 했다.

지난달 14일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에서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특히나 자신들하고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언론사들이 있는 것 같은데 나중 가면 상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지난 정부에서 강력하게 (가짜뉴스 규제를) 반대했던 언론사들이 지금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대해서도 강한 목소리를 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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