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비싸서 먹기 힘들고 비가 오는 게 두렵다면?

김수정 국제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24. 10. 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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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첫 걸음

변화1. 난 과일을 매우 좋아한다. 그런데 올해는 내가 좋아하는 사과 먹기가 매우 힘들었다. 너무 비싸서….
변화2. 빗소리가 더 이상 낭만적이지 않다. 이제는 비가 오는 것이 두렵다. 왠지 한 번에 마구 쏟아져서 폭우가 되고 침수로 인한 어려움이 생길 것 같아서….
변화3.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고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고 있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기후변화가 가져온 내 생활의 변화다. 매년 짧아지는 봄과 가을, 유난히 더운 여름(올해는 길기도 했다)과 추운 겨울, 그리고 가뭄, 폭염, 폭우, 폭설….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기후위기의 여러 가지 피해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크기로 다가오지 않는다. 선진국에서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으나 이로 인한 피해는 선진국보다는 저개발국가에서 더 크게 발생하는 불평등이 있고, 한 국가 내에서도 산업별, 지역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성별, 나이, 질병유무, 소득 등에 따라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와 회복능력에 차이가 발생하기에 불평등이 심화된다. 이렇듯 기후위기는 기존에 있었던 신체적, 정신적인 건강 문제들을 악화시키고 더 나아가 시스템들의 변화로 기존에 받았던 도움들도 받기 어렵다는 새로운 문제들을 야기하기에, 기후정의(Climate Justice)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한국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에 '기후정의'를 명시했다. 기후정의를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사회계층별 책임이 다름을 인정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의사결정과정에 동등하고 실질적으로 참여하며 기후변화의 책임에 따라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부담과 녹색성장의 이익을 공정하게 나누어 사회적·경제적 및 세대 간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제2조제12호)라고 규정하고 있다. 의사결정에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동등하고 실질적인 참여와 보장을 규정한 이 부분은 절차적 기후정의를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절차적 정의는 투명한 정보제공 및 정보에 대한 접근성 보장이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충분한 숙의과정과 의사결정과정에서에서 의미 있는 참여가 있어야 한다. 특히 기후위기로의 피해는 지리적, 인구통계학적, 사회적 특성에 따라 달라지기에 기후위기 피해가 불평하게 미치는 취약계층을 포함한 이해당사자의 의사가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과 녹색성장의 추진을 위한 주요정책·계획과 그 시행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인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구성을 보면 교수, 연구원 등 학계와 산업계 인사로 구성되어 있을 뿐 노동계를 비롯한 장애인, 노인, 아동 등 기후위기 취약계층의 참여는 없어 절차적 기후정의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시·도 및 시·군·구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구성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한편 기후정의를 실체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 중요하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과정에서 사회구조적 변화는 필수적이기에 변화의 과정과 결과는 불평등을 줄이는 정의로운 전환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탄소중립기본법'에서는 정의로운 전환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이란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 등을 보호하여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방향을 말한다."(제2조 제13호)

▲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위원회'의 카드뉴스 '탄소중립 기본법 시리즈 4_정의로운 전환' 중.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정확한 정보를 알고 핵심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탄소를 줄이기 위한 활동으로 국가와 지자체는 분리수거 잘하기, 플라스틱 줄이기, 전기·물을 아껴쓰기 등 녹색생활 실천만을 중점적으로 제시하고 있고 우리는 이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은 탄소 줄이는 데는 많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탄소배출의 주범은 에너지로, 에너지를 만드는 쓰이는 주원료가 탄소를 만들어 내는 화석연료(석탄, 석유 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방법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화석연료 발전을 대체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태양광과 풍력을 사용하는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한국은 매우 더딘 상황이다.

기후정의 실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정보를 알고 핵심을 파악했으면 이제 활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자체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조례에 위원 조건을 명시하고 위원을 위촉이 아닌 공개적으로 모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의 필요성을 알리고 지역에서 생산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국가와 지자체가 알려주지 않아도 국민인 우리가 중요성을 알고 사업에 참여하고 이에 대한 정책을 요구하면 국가와 지자체도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지역 시민에너지협동조합에 이미 가입하여 활동 중이다. 여러분도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첫 걸음을 지역의 에너지협동조합과 함께 하는 것이 어떨까.

[김수정 국제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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