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꿈을 위해 치어리딩을 하게 된 여고생

▲ 영화 <빅토리> ⓒ (주)마인드마크

[영화 알려줌] <빅토리> (Victory, 2024)

'세기말'이라는 키워드가 중심이 된 1999년은 문화적으로 다양한 담론이 등장한 해였다.

노스트라다무스가 세계 멸망을 예언했으나 이뤄지지 않았으며, <쉬리>가 개봉해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기획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인터넷 발전과 게임 문화의 성장으로 PC방이 전국을 뒤엎었으며, 1세대 아이돌들의 화려한 댄스 퍼포먼스와 치열한 경쟁, 테크노 댄스 열풍이 활발했던 시기였다.

물론, 지금 이야기할 <빅토리>는 '삐삐'라는 감성이 여전히 존재했고, '펌프 잇 업'이라는 게임이 오락실을 뒤덮었던 시절을 추억하기만 하는 영화는 아니다.

<빅토리>는 1984년 거제고등학교에서 만들어진 '새빛들' 치어리딩 팀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이다.

작품을 연출한 박범수 감독이 직접 경험한 시대로, 시기를 옮겨 이야기를 짠 것.

작품의 주인공인 '추필선'(이혜리)은 댄스 하나로 거제를 평정한 '거제상고' 학생이다.

서울로 상경해 엄정화의 백댄서가 되는 게 유일한 꿈이지만, 조선소에서 외주 인력 현장 관리소장 일을 하는 아버지(현봉식)의 반대에 고민이 많다.

'필선'은 댄스 콤비 '장미나'(박세완)와 교내에 댄스 연습실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에서 전학 온 치어리더 '김세현'(조아람)을 내세워 치어리딩 동아리를 만든다.

오디션을 통해 모인 9명의 멤버들은 '밀레니엄 걸즈'라는 근사한 이름까지 짓고, '세현'의 지도 아래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한다.

어렵게 마련한 댄스 연습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동아리를 유지해야 하는 '필선'과 '미나'는 응원을 통해 '거제상고' 축구부의 선전을 도모해야 하는 새로운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빅토리>는 성인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독특한 이야기, 현실감 넘치는 대사로 호평받은 로맨틱 코미디 <레드카펫>(2014년), 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로맨틱 코미디 <싱글 인 서울>(2023년)로 안정적인 연출을 선보인 박범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박 감독은 "전작들이 어른들의 성장물이었다면, 이번엔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들이 서로 응원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진정성 있게 촬영했다"라고 전했다.

그래도 '일터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빅토리>는 놓치지 않는다.

'필선'의 아버지 '추우용'은 직속상관인 '천진탁' 과장(차주완)과 조선소 외주 인력 사이에서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인물로 설정된다.

IMF로 인해 비정규직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1999년의 암울한 면도 가릴 생각이 없었던 것.

아이들의 이야기로 돌아가도, 영화는 '필선'의 자신이 목표하는 것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열정 범위에서 등장하는 장애물을 하나씩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교장 앞에서 무릎을 꿇어가며 축구부 응원을 할 테니 댄스 연습실을 사수하려는 이야기나, 무턱대고 서울로 올라가면서 등장하는 에피소드, 그리고 거리를 좁힐 수 없는 아버지와의 상황을 하나하나씩 통과하며, 2000년 성인이 된 순간으로 넘어간다.

그것이 영화의 제목처럼 '승리'가 될 수는 없지만, 인생에서 그런 경험은 한 번 이상은 겪을 수밖에 없는 성인 관객이라면, 그들의 이야기에서 충분한 위로는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빅토리>는 티켓 파워 있는 일명 '스타 배우'들이 주연으로 등장하지 않았지만, '라이징 스타'들의 모습을 보는 것으로 마냥 행복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필선'의 이혜리나, '미나'의 박세완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했음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필선'을 10년째 짝사랑 중인 '거제상고' 축구부 골키퍼 '치형' 역의 이정하도 <무빙>(2023년)과는 다른 모습으로, 이정하와 함께 <감사합니다>(2024년)에 출연한 치어리딩 리더 '세현' 역의 조아람도 스크린 데뷔를 성공적으로 소화했다.

여기에 최지수, 백하이, 권유나, 엄지영, 이한주, 박효은 등 '밀레니엄 걸즈'의 멤버들도 자신의 얼굴을 대중에게 적잖이 알렸다.

그렇게 <빅토리>는 여름철 성장 영화의 때 묻지 않은 귀환을 알리는 작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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