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위한 등록 신청서를 제출해 본격적인 현지 증시 입성 절차에 착수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폭발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 자금을 세계 최대 자본시장에서 직접 조달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장 작업을 통해 최대 15조원 규모의 실탄을 확보할 것으로 본다.
올해 상장 목표, ‘비공개’ 진행으로 기밀 유지
SK하이닉스는 24일(현지시간) SEC에 ADR 상장을 위한 공모 관련 등록 신청서를 비공개로 제출했다. 미국 ‘잡스법’에 따른 이 방식은 상장 직전까지 자세한 재무 정보와 공모 전략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아도 된다.
잡스법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2년 4월 5일 최종 승인하면서 발효된 법안이다. 기업공개(IPO) 절차와 규제를 간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과거에는 상장을 위해 기업 정보를 상세히 담은 상장 신청서를 공시해야 했지만 잡스법으로 비공개로 절자 진행이 가능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 및 마이크론 등과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며 “잡스법을 활용하면 기술력이나 생산능력 등 경영 기밀을 경쟁사에 노출하지 않고 상장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5조 확보, 빠른 생산라인 신·증설
SK하이닉스는 미국 증시 입성으로 10조~15조원에 달하는 달러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한다. ADR은 외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서 자사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발행하는 증권이다.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최대 15조원을 확보한다면 우리 기업이 해외 주식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된다. SK하이닉스는 천문학적 규모의 ‘실탄’을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과 HBM4 양산 체제 구축에 쏟을 것으로 관측된다.
AI 서버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선 빠른 생산라인 신·증설이 필수다. 이 상황에서 국내 대출이나 채권 발행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또 부채비율 증가로 이어져 재무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미국 증시 상장은 빠른 자금확보는 물론 부채비율을 높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올해 안에 상장 작업이 완료된다면 SK하이닉스는 수조원 단위의 설비투자(CAPEX)를 적기에 집행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추진 중이지만 현재 상장 공모 규모와 방식, 일정 등 세부사항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사안이 확정되는 시점이나 6개월 안에 재공시해 관련 경과 등을 알릴 것”이라고 전했다.
유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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