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진 폭염 열매 터짐 피해 눈덩이.. '위기의 제주 레드향'
열과 발생률 35%까지 치솟아 농가마다 고통
농가들 "폭염·열대야로 피해…보상책 마련해야"
농작물 재해보험으로 보상 등 제도 현실화도 촉구
농식품부 "내년부터 열과 관련 연구 후 검토할 것"
[한라일보] 올해 시설재배 만감류 중 레드향 열과(열매 터짐) 발생률이 증가해 재배농가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명확한 피해 원인 파악과 함께 피해 저감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레드향은 2023년 기준 도내 1661농가가 906㏊에서 재배 중이다. 만감류 중에서 한라봉과 천혜향 다음으로 많다.
14일 제주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올해 레드향 열과 발생률은 이달 2일 기준 35.8%다. 지난해 최종 조사(10월 셋째주 25.9%)보다 10%포인트(p) 가까이 증가했다. 레드향 열과 발생률은 재배가 막 시작된 2010년 생육특성 조사를 위해 처음 실시해 15.8%로 파악됐고, 지난해 13년 만에 조사가 이뤄졌다.
▶"레드향 열과 피해 보상해야"=지난해와 올해 연속 레드향 열과 피해가 늘면서 농가들은 농작물 재해보험을 통한 보상 등 현실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레드향은 2019년부터 농작물 재해보험 대상품목으로 지정됐지만 보험 가입 농가가 열과로 보상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정부는 레드향 열과가 품종 특성으로 인한 현상이라며 재해보험 보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도내 레드향 재배농가로 구성된 제주도 레드향연구연합회는 14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제주도에 현실에 맞지 않는 보험제도의 현실화와 피해보상 대책을 촉구했다.
연합회는 "레드향은 품종 특성상 자연적인 열과 발생률이 높다고 해도 올해 과실 비대기와 성숙기인 7~9월 폭염일수가 21.4일로 평년보다 17일 길었고 열대야도 63.3일로 38.3일 많아 전국에서 가장 길었다. 또 강수량은 378㎜로 전년보다 38.5% 감소했다"며 "농가의 열과 저감을 위한 끊임없는 자구노력에도 역대급 재배환경의 변화로 열과가 발생한만큼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른 정부 차원의 재해 인정과 재난지원금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농작물재해보험에서 레드향은 수확량 감소시 보장받게 돼 있다. 그러나 폭염 등 기상이변으로 급증한 열과 피해로 최종 수확량이 감소될 상황임에도 자연재해가 아니라 품종 특성이라는 이유 등으로 피해를 보험보상 적용에서 제외하는 것은 부당해 보험제도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농식품부는 피해 자료 구축부터"=제주도도 농림축산식품부에 올해 레드향 열과 피해상황을 보고하고 재난지원금을 요청한 상태다. 당장 농작물 재해보험으로 보상이 안되니 재난지원금으로 농가 피해를 지원해 달라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재난지원금 요청에 대해 "검토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또 레드향 열과 피해를 농작물재해보험 보상 범위에 포함시키는 데 대해서는 기본자료 확보를 위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감귤연구센터에서 내년부터 연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농촌진흥청 감귤연구센터 문영일 연구관은 "지난해부터 레드향 열과 발생률이 높아져 2024년부터 2028년까지 발생 원인과 저감 대책에 대한 조사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레드향이 더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도 연구하게 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레드향은 열과가 잘 발생하는 품목으로 감귤연구센터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열과 외에 추가적으로 열과가 발생하는 부분에 대한 연구를 통해 기본 데이터가 있어야 재해보험 보상도 검토할 수 있다"며 "감귤연구센터에서 내년부터 5년 동안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데, 5년 전이라도 유의미한 데이터가 나오면 재해보험보상 범위에 포함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문미숙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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