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재개발 활성화 물 건너 갔다

- 6.27부동산 대책 조치로 이주비 대출 6억까지만 허용
- 이주비 해결 문제로 조합원들 혼란…2주택자는 이주비 대출 자체가 막혀
- 유예기간, 정비사업 구제 등 없이 현행대로는 재건축 통한 공급 확대 어려워

지난 6월 27일 발표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이하 6.27대책)’으로 정비사업도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특히 새 정부에서 재건축, 재개발 정비사업을 활성화해서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공약을 했던 바, 오히려 규제가 심화됐다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재건축, 재개발 정비사업 발목을 잡는 이주비 대출 규제

6.27대책은 역대급이라 할 정도로 강력한 대출 규제를 담고 있습니다. 주택 담보대출 최대한도를 6억 원 이하로 제한한 것에 충격적입니다. 문제는 정비사업의 이주비 대출도 6억 원 이하로 한도가 정해졌다는 점입니다. 6월 27일까지 관리처분인가를 받지 않은 곳은 모두 해당됩니다.

통상 정비사업은 조합원들을 이주시키는데 이주비가 지급됩니다. 무이자, 유이자 등의 형태로 조합원들은 이주비를 지원받아 공사 기간 동안 거주할 집에 전세로 살게 됩니다. 규제 이전이라면 6억 원 보다 많은 지원을 받아 이주할 곳을 찾지만 상황이 달라진 것입니다.

서울에서 진행 중인 정비사업 현장들 상당수는 부족한 이주비로 인해 큰 불편이 예상됩니다. 강남권이 아니더라도 마포, 성동 등 서울 상당수 지역의 전셋값도 상당히 올라 있는데 이자비 지원이 줄어들면 원래 살던 집보다 면적을 줄이거나 아니면 다른 동네로 가야 합니다. 아이들 학교 통학 문제 해결도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당장 이주를 앞두고 있는 현장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더군다나 2주택 이상 소유한 조합원은 이주비 대출 자체가 금지돼 6억도 지원받을 수 없어 문제는 더 심각해졌습니다.

재초환 폐지도 물 건너 가고, 재건축 등 정비사업 위축 우려

서울시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27일까지 사업시행 인가를 받았으나 관리처분 인가를 받지 못한 정비사업 현장은 3월 기준, 52곳, 4만 8,000여 가구에 이릅니다.

관리처분 인가를 코앞에 두고 있던 곳들도 당장 이주비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하고, 조합원들도 입주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강남구 압구정 재건축 단지들은 원래 이주비만 20억 원 이상이 나올 수 있었지만 6억으로 한도가 되면서 14억 원이 며칠 사이에 줄어버렸습니다.

물론 건설사의 신용으로 이주비를 조달할 수도 있지만 세대수가 많은 현장에선 6억 원을 이외에 이주비 추가 지원은 건설사에게도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중소 건설사들의 경우 정비사업 수주시장에서 입지가 더욱 줄어들 수 있습니다.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내줘야 하는 조합원들도 골치 아프게 됐습니다. 통상 이주비를 받아 세입자 보증금을 정리하는데 6억 원 한도가 결정되면서 6억 초과분에 대한 보증금을 마련해야 합니다.

정비사업은 특성상 조합원 간의 갈등, 조합과 조합원 간의 갈등, 시공사와 조합 간의 갈등 등 여러 사업 지연 요소가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업을 반대하는 조합원들도 사실 많이 있는데요.

이주비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비사업 추진에 비협조적인 조합원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주비가 적다는 이유로 이주를 않고 버티는 조합원도 증가할 수 있습니다.

재건축 정비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도 물 건너 간 상황에서 이주비 축소 문제는 아주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정비사업 일반 분양도 문제… 중도금, 잔금 대출까지 6억 제한

우여곡절 끝에 착공, 분양을 해도 문제입니다. 분양 아파트의 집단대출도 문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대책 시행일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가, 일반분양에 나선 현장도 중도금, 잔금 대출 모두 최대 6억까지로 제한됐습니다.

이쯤 되면 현금 부자가 아니면 서울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정비사업은 분양 이익이 많아야 조합원들도 부담이 줄어들지만 일반분양이 어려워지면 조합원들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분양성을 장담할 수 없으면 정비사업도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새 아파트 공급도 귀해질 수 있습니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대출 규제가 단기 집값 급등을 누를 수는 있어도 공급 확대 측면에서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 정비사업 주택 공급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번 대출 규제는 정비사업을 위축시켜 공급 확대가 어렵게 됐고, 시간이 지나면 집값은 다시 불안정 해질 수 있습니다”고 말했습니다.